서울, 夢. 12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어떤 식당에 있었는데, 그곳은 갱단인 삼합회와 연루된 듯한 불길한 분위기를 풍겼다.
붉은 조명이 어둠 속에서 규칙적으로 흔들렸고,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테이블마다 모여 앉은 사람들은, 무언가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삼합회의 남자들과 직전에 다녔던 외국계 회사의 부사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게 거짓이야."
그중 한 명이 단호하게 말했다.
"설마! 그의 아이돌 아들은? 인플루언서 사모님은? 그의 꽉 찬 학력은? 화려한 경력은? 취미로 맡은 문화센터 센터장 자리까지?"
나는 그의 확신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래. 믿지 못하겠지만 너희 부사장의 모든 것이 거짓이야!"
그는 여전히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내심 통쾌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귀엽고 저열한 질투심이라고 해야 할까.
영화에나 나올 법한 커다란 철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초능력 같은 힘을 발휘해 그 철문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하지만 문을 되돌아보며 '이런 식으로 통과하는 건 불법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철문 너머에는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저 멀리로 대저택이 보였다.
우리는 계속 뛰고 있었다.
다만, 우리를 구성하는 멤버가 달라졌다. 삼합회 사람들 대신 전 직장(외국계 회사)의 직원들이 함께 뛰고 있었다. 대표님도 있었고, 매력적인 여성(실존 인물은 아닌) 직원도 있었다. 세련되고 영어를 잘하는 남자 직원도 함께였다.
갑자기 나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함께 뛰던 여직원이 옆에 있었다. 우리 사이에 묘한 호감이 흐르려는 찰나, 그녀의 잘생기고 부티나는, 게다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남친이 우아하게 와인잔을 들고 등장했다.
나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누군가 말했다.
"여긴 JW 메리어트 호텔이야."
빌딩숲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느낌이었다,
꽤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의 글로벌하고 축제 같은 분위기, 세련된 동료들, 그리고 어디서든 존재하는 설렘...
'꿈이구나.'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2019년 5월 14일
외국계 회사를 그만두고,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임원으로서 복귀했다.
외국계 회사에서 내 부족한 영어와 정치력은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유리천장을 만들었고, 예전에 다녔던 디자인 에이전시의 부사장님은 다섯 번이나 찾아와 복귀를 권했다.
다시 돌아온 에이전시에서 사업부를 꾸려나갈 수 있는 권한을 얻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느끼고 왜 나를 다시 불렀는지 금세 깨달았다.
'여기서는 어떤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때때로 유리천장 아래의 세상이 차라리 편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