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夢. 13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정확히 어떤 종류의 히어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건 나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었고, 그 능력으로 어떤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날은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사람들을 구해냈다.
잔해 더미 속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부수며 그 아이에게 닿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환호했지만, 나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다른 날에는 도시를 위협하는 거대한 괴물과 싸웠다.
하늘을 날며 괴물의 공격을 피하고, 에너지를 모아 결정적인 일격을 가했다. 괴물이 쓰러졌을 때 시민들은 박수를 쳤지만, 나는 이미 구름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위험했고, 외로웠고, 때로는 절망적이었다. 무엇보다 아무도 내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 히어로물에서 당연히 등장하는 파트너 따윈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고생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해낼 수 있었다. 항상 그래왔던 것 같았다. 그 꿈속에선.
평범한 학생으로서. 내 정체를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되었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교실에서 나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아니, 평범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학생에 가까웠다. 누구와도 깊이 어울리지 못했고, 점심시간에는 혼자 구석진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큰 임무를 하나 끝내고 학교에 등교했다.
피곤했지만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교실로 이끌었다.
나는 어떤 수업을 듣고 있는지조차 전혀 몰랐다.
교실에 앉아 있는데,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칠판에 적힌 내용도 낯설었다. 수학인지, 과학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과목인지도 알 수 없었다.
문득 고등학교 때 가끔 수업에 들어와 엎드려 자던 운동부 아이가 떠올랐다.
당황스럽다는 감정이 급히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시간표를 확인하려 했지만, 시간표가 어디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가방을 뒤져봐도 찾을 수 없었다.
복도를 걸으며 다른 학생들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막상 입을 열려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몇 교시가 뭔 수업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바보 같았다.
그 순간 꿈에서 깼다.
혼잣말이었는지,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말이었는지, 꿈에서 깨자마자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나 회사원이지.'
2023년 2월 24일
함께 행사 부스를 지키면서 조금 친해진 인턴이 정사원 제안을 사양하고 퇴사한다는 얘기를 대표에게서 듣고 그 인턴과 점심을 함께하게 됐다.
퇴사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계획을 들은 뒤 최대한 꼰대스럽지 않게, 필요한 조언을 조근조근해주고 자리를 마치려는데, 인턴은 얘기한다.
"이사님은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아... 음... 글쎄요? 하하하."
바로 답을 떠올리지 못한 건, 시간표를 짤 수 없는, 혹은 짜도 지킬 수 없는 초기 스타트업의 현실이 꽤 나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꽤 중요한 인물이었던 것 같은데. 전 회사들에선...'
히어로까진 아니었어도.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