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夢. 11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언제나 그렇듯 단체와 어울리는 건 불편한 일이었다.
난 일행들과 몸은 함께 있었지만 마음은 그들과 어중간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함께 걷다 갈림길이 나오자 나는 홀로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일행들과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렇게 혼자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여기는 벨기에구나.'
하늘과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눈앞의 아름다운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해두고 싶었다.
하지만 핸드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어떤 터치도 카메라 앱의 의욕을 깨우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깼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꿈속에 있었다.
다만, 직전의 벨기에 단체여행의 꿈을 기억하는 상태로.
어느 도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일본이었다.
그곳에서 난 굉장히 파워가 있는 사람이었다.
작은 카페에 들어갔을 때 실감했다. 카운터에 선 점원이 나를 보자마자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다른 손님들과는 확실히 다른 대우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커피와 황금색 조각 케이크를 가져왔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케이크를 조금 맛보니 어깨가 절로 올라갔다.
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알아서 비켜주었다. 밀치거나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나와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는 것처럼, 그들은 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흘러갔다.
어떤 건물 앞에서는 경비원이 아무 확인도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내가 갈 층을 물어보았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낯선 안도감이 들었다. 주위와 어울리지 못하는 건 벨기에에서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로 인한 불안감이 없었다. 나는 분명히 명확하게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그리움'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꿈에서 깼다.
2016년 1월 10일
8년간 웹에이전시에서 콘텐츠, 미디어 기획자로 일한 뒤 번아웃이 와 결국 퇴사를 했다.
마케터로 전업하고 싶어 열심히 지원을 했지만 희망 직종과 경력의 불협화음 탓에 3개월을 열심히 채용사이트와 면접장에서 헛발질을 하다 결국 다시 웹에이전시로 돌아왔다.
새 회사에선 본사에서 1개월 동안 열심히 제안작업을 한 뒤에 1월이 되자마자 한 유통 대기업으로 파견을 나왔다. 잠실의 금색 빌딩 안엔 클라이언트도 파견팀도 그득한데 내 일은 혼자 해야 하는 특별하고 고독한 일이었다.
'아, 난 팀원들과 함께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난 정성 들여 '왜 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메일을 작성해 본사에 보냈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