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夢. 10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서 호스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손님들을 맞이하고, 방을 안내하고, 간단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그런 일,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었다.
그날 난 데스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주술회전>이었다. 손님이 없을 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였다.
휴대폰에서 눈을 떼 흘낏 주위를 둘러봤을 때 손님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대신 창밖으로는 1월의 황량한 바람이 '눈에 보였다'.
둘 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었다. 두더지는 여전히 특유의 심드렁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망고는 조금 취해 보였다. 반가웠다.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었으니까.
문제는 그들이 도착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나는 이런 곳에 앉아 애니메이션이나 보고 있는 모습을 옛 팀원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급히 영상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이어폰을 빼니 곧바로 휴대폰의 스피커에서 소리가 계속 들렸다. 스마트폰 화면을 허둥지둥 터치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꺼지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은 계속 재생되고 있었고 망고와 두더지는 내가 손으로 가리고 있던 휴대폰의 화면을 보려고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공유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걸 부서 버리면 인터넷이 끊어져서 소리가 멈출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공유기를 찾아내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밟고, 완전히 부서뜨렸다.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재생되고 있었다. 공유기가 박살 나 인터넷이 끊겼는데도, 영상은 멈추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마치 내 휴대폰의 사각 프레임 안에서 실존하는 것처럼, 마음껏 활극을 이어가고 있었다.
무서웠다.
그만큼 둘에게 '과거의 팀장인 내가 이 나이에 한가하게 이런 곳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나 보다.
그 소동은 두더지의 '팀장님은 여전하시네~'라는 한 마디에 휴대폰 화면이 천천히 빛을 잃으면서 종료됐다.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살아? 딸 있었지?"
그녀는 내가 알던 모습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얼굴에 피로가 깊이 밴 것 같았고, 목소리는 공허했다.
"딸이 벌써 대학생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고의 딸이 어린아이였던 것 같은데.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렀나?
그녀는 태블릿을 꺼내더니 자기 딸의 사진을 내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나는 호기심과 불안감을 함께 느꼈다.
'정말로 그 꼬맹이가 대학생이 된 걸까?
시간이 얼마나 흘러버린 거지?
그럼 난 몇 살인 거야?
우리 아이들은? 아내는?
난 언제부터 여기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태블릿 화면이 켜졌다. 망고의 딸 사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사진을 보려고, 그래서 현재의 시간을 가늠해 보려고 태블릿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는 깼다.
2025년 1월 20일
잠을 깼을 때 침대 옆 작은 책장에 놓인 내 휴대폰에서 자기 전 틀어놨던 <주술회전>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꿈에서처럼.
오늘 회식에서는 대표가 먼저 자리를 떴다. 직원들은 습관처럼 대표의 뒷담화를 늘어놨다. 그 모습을 보며 두더지와 망고 같은 예전 팀원들이 떠올랐다. 동료들과의 복잡한 관계, 끝나지 않는 갈등들. 그런 와중에 난 그들에게 종종 했던 말은 불만은 뒷담화 말고 부디 앞담화로 해달라는 말이었다.
그들은 잘 살고 있으려나? 궁금해졌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