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무와 나는 '재입대'해서.

서울, 夢. 8화

by 노창범
당신은 어젯밤 어떤 꿈을 꿨나요?

여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꿈을 꾸는 137만 명의 평범한 40대 중 한 명의, 실제 꿨던 이상한 꿈을 기록한 73개의 메모 중 하나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꿈의 씨앗이 된 현실과 함께...



나는 다시 군대에 입대해 있었다.


이미 제대한 지 몇십 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게다가 같은 내무반엔 김상무가 있었다. 내 과거 직장 상사였던 '그녀'가.


그녀는 군대에서도 변함없이 상사, 아니 선임이었다.


"신병, 제대로 해!"


직장에서 들었던 그 까랑까랑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군복을 입고 있으니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위압적으로 들렸다.


훈련이 시작됐다.

체력단련, 각개전투, 야간행군. 꿈인데도 나는 슈퍼맨이 될 수 없었다. 힘들었다.

억울하게도 김상무는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훈련을 소화했다. 팔 굽혀 펴기도 나보다 많이 했고, 구보도 나보다 빨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위축되어 갔다.


꿈속에서마저도 '버티자'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다시 제대를 했다.


다만... 이번에는 김상무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반전 없이 그녀는 여전히 내 상사였다.

이 꿈은 내가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도록 무한루프로 설계된 것 같았다.



김상무 위로 새로운 남자 상사가 왔다. 생긴 것부터 행동까지 군 간부 출신처럼 보이는 아저씨였다.

아직 군대의 세계관이 따라다니는 건가? 그는 누가 봐도 행정관 같은 비서를 대동하고 각 부서를 돌아다녔다.


"담배 피우지 말라고 했잖아!"


그가 담배와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어떤 여직원에게 소리쳤다.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니까..."


익숙한 꼰대 멘트가 이어졌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절망감에 고개를 숙였다.



무려 아침 7시에 조회가 시작됐다.


그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한참 떠들었다. 내겐 그의 말들이 중얼중얼하는, 불명확한 소음으로만 들렸다.

결국 정확한 내용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분명 중요한 지시사항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나도 그들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넵,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덜컥 겁이 났다. 만약 그것이 중요한 업무 지시였다면? 만약 데드라인이 정해진 프로젝트였다면?


늦게나마 그에게 다시 물어보려 했지만,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김상무에게라도 물어볼까 했지만, 그것도 뭔가 창피한 일 같아서 망설여졌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 과격한 답답함이 나를 깨웠다.




2025년 7월 13일

내 책이 나왔을 때, 그간 연락을 못하고 지내왔던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렸다. 대부분 반갑게 응답하고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그리고 몇몇은 직접 만나 책을 전해주며 차 한잔을 했다.


전 직장 상사였던 김상무와 최전무에게 연락했을 때 그들은 '내가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요.'라 말했다.

이 말은 만날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망각하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일할 때의 답답함을.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들은 교묘하게 미화된다.

이전 07화현명함을 디자인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