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닭의 머리를 건넸다

서울, 夢. 16화

by 노창범

외국계 회사에 팀장으로 입사했을 때, 팀장이 공석인 상태로 팀을 이끌고 있던 차장은 나를 반기지 않았다.

제대로 된 인수인계는 없었고, 그녀는 팀원들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았다.

나중에 다른 팀 사람을 통해 알게 됐다. 이전 팀장은 그 차장과의 갈등 끝에 정신병원까지 다녔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때의 어느 날 난 이 꿈을 꾸었다.



2016년 11월 21일


나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연인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삶이었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산이 있었다.


산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그 산의 울창한 숲 어딘가에 수상한 건물이 있고 이상한 종교 집단이 그곳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는 그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학생들이 그 산으로 향했다.

그들은 그 수상한 건물을 확인하러 간다고 했다.


나도 그들과 동행하게 됐다.



산행을 하는 일행이 수상했다.


일행 중 몇몇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과 이미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우리 편인지 저편인지 알 수 없었다. 포섭당한 걸까? 아니면 기회를 봐서 그들을 제거하려는 걸까?

산길을 걷는 내내 그 불확실성이 나를 짓눌렀다.


건물에 도착했을 때, 악마가 나타났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 나는 그 존재를 악마라고 인식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도, 말투도 일반 사람과 달랐다. 그의 주위를 둘러싼 공기마저 이질적이었다.


그는 우리 일행을 환대했다. 차를 내왔고, 음식을 내왔다.


그리고 음식들 안에서 닭의 머리를 꺼내 내밀었다.


"먹어봐."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일행 중 몇몇은 이미 먹고 있었다. 나는 그 붉은 덩어리를 바라봤다.

난 먹지 않았다.




산을 내려왔지만 내 삶 속에 악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연인을, 친구를 만나도 시야엔 그의 그림자가 항상 존재했다.

그렇게 일상 속 모든 곳에 그의 흔적이 있었다.


결국 난 닭의 머리를 먹었다.

거부할 수 없었다. 아니, 거부하지 않았다. 그게 더 쉬운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견딜 수 없었다.

매일 그가 준 무언가를 먹어야 했고 그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내 삶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나는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필요가 있나?'


맞서야 하는 걸까? 하지만 어떻게? 상대는 악마였다.

그리고 누가 내 편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일행 중 누군가는 이미 그들 편이 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모두가 나처럼 닭의 머리를 먹으며 견디고 있을지도.




그 찝찝함 속에서 나는 깼다.


꿈에서 깬 뒤에도 입안에 먹지 말았어야 할 그것의 비린 맛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른 시간이었지만 출근 준비를 하며 욕실에서 거울을 보며 꿈속에서와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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