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夢. 17화
2023년 내가 일하던 스타트업은 메타버스 사업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와 메타버스는 결국 하나의 세트였고 코로나가 숨을 죽이면 과연 이 메타버스라는 기회가 지속될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사업계획을 하던 난 다음의 트렌드가 무엇일지 확실한 예측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이 꿈을 꾸었다.
2023년 5월 28일
그 둘은 선배와 후배 사이였다.
선배는 자신이 미래를 오간다고, 그래서,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은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여자 얘기, 연예인 얘기, 그리고 실없는 농담 같은, 그저 평범한 남자들의 대화였다.
그러다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다음 주에 난 고백을 받을 거야."
'주'라는 이름을 가진 후배는 의아한 표정으로 선배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야?"
"말했잖아. 난 미래를 안다고."
선배는 마치 일기예보를 말하는 듯 담담하게 얘기했다.
선배는 어느 숙박업소에 속한 목공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선배는 웃통을 벗고 땔감을 날랐다. 땀에 젖은 몸, 도끼질하는 모습. 마치 그저 그런 영화들에서 남자 배우가 매력을 어필하는 모든 클리세를 모아놓은 것 같은 장면들이 이어졌다.
그 집 딸이 선배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다. 고급스럽고 교양 있는 여자였다.
숙박업소 딸은 별로 배우지 못한 듯했다.
선배는 미래를 알기에 자신에게 맞는 여자를 선택할 수 있었다.
주는 그 모습을 보며 불쾌해했다.
미래를 아는 것으로 여자들을 골라 후리다니. 그게 옳은 일인가?
어떤 대학의 강의실. 주가 학생들을 멘토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 학생들이 아니었다. 바로 야쿠자의 자식들이었다.
주는 그들을 편견 없이 대했고 진정성 있게 가르쳤다. 야쿠자라는 배경은 중요하지 않았다. 주에게 그들은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일뿐이었다.
진짜 야쿠자들이 강의실 뒤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엔 위협적이었지만, 점점 그들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그들은 주에게 호감을 느꼈다. 자신들의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알아봤다.
강의가 끝나고 선배가 주에게 다가왔다.
"너는 미래를 몰라도 잘하는구나."
주가 고개를 들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진정성이 있는 것 같아."
선배의 목소리에는 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부러움인지, 아니면 후회인지.
그때 주는 선배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보았다.
선배의 여자친구였다. 그녀의 배가 불러 한눈에도 임신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가 물었다.
"선배, 미래를 안다는 게 결국 뭐죠?"
선배가 잠시 망설였다.
"그러니까... 실패하지 않는 거지. 어떤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아니까."
"근데 형도 결국 평범하게 살잖아요. 사랑하고, 애 낳고."
선배가 입을 열려다 말았다. 뭔가 대답하려 했지만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선배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내가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는 그 선배에게 물었다.
"미래를 다녀오면, 네 경험의 범위는 넓어지는 거야, 아니면 좁아지는 거야?"
선배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글쎄. 아는 게 많아지면 선택지는 줄어들지. 어떤 길이 막다른 길인지 알게 되니까.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가능성도 보이더라고."
"그럼 지구의 멸망은? 그것도 알아?"
"..."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계속 물었다.
"결국 미래를 안다는 건 뭐야? 확실한 거야, 아니면 그냥 가능성 중 하나를 보는 거야?"
"너는 왜 갑자기 나타나서 이런 걸 묻는 거야?"
선배가 반문했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궁금해. 많이."
그리고 잠에서 깼다.
그날 아침 사무실로 향하며 생각했다.
'꿈속의 선배처럼 미래를 안다면 내 사업계획서가 달라질까? 나만, 그 미래를 안다면 말이지.'
하지만 그것보단 '야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의 자식들을 진정성 있게 가르친다는 건 어떤 걸까?'라는 상황을 상상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게 훨씬 재밌었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