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프로젝트 무실패 PM, AI로 두 번째 인생을!

AI Collective@서울 커뮤니티 멤버 인터뷰 (3): 구우영 님

by 노창범
온톨로지부터 아이들 교육까지, 한 문제해결사의 도전


AI Collective@서울 첫 모임에서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는 ‘마흔 중반을 바라보는 인생 2막을 설계 중인 백수입니다’라는 말로 자기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뒤에 이어진 말에 주목했습니다.


"아이들이 AI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싶습니다."


16년 경력의 베테랑 PM이 왜 '아이들의 AI 교육'을 고민할까?


그의 링크드인을 보니 '팔란티어'라는 생소한 기업 이름이 끊임없이 등장했고, '온톨로지'라는 개념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글들이 가득했습니다. 전문가의 언어였지만, 그 안에는 현장에서 느낀 절박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모임이 끝난 후 인터뷰를 청했고, 그는 흔쾌히 응했습니다.


"60억짜리 프로젝트가 막판에 그냥 접혔어요. 1년 반 동안 쌓아 올린 정량지표는 아무도 보지 않더라고요."


32개 프로젝트 무실패 기록의 PM 구우영. 하지만 그는 안정적 직장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데이터가 아닌 '감'으로 결정되는 조직에서 느낀 무력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력감은 새로운 배움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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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믿지 않는 조직에서 느낀 한계


Q. "마흔 중반을 바라보는 인생 2막을 설계 중인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하셨는데,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16년간 PM으로 일하면서 32개 프로젝트를 실패 없이 완수했어요. 플랜트, 에너지 분야에서 일해왔고요. 예측 진단 솔루션부터 태양광 에너지 관제, 발전소 시뮬레이션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지금은 직장을 떠나 1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특히 중소기업들의 페인포인트를 찾아서 해결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새로운 길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무기력감을 느꼈어요. 제가 1년 반 동안 빌드업해 온 프로젝트를 막판에 그냥 그만하라고 하더라고요. 60억에서 70억 정도 되는 규모의 정부 지원 사업이었는데, 한 지방의 중견 기업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과 재난 안전 관제 플랫폼을 만드는 프로젝트였어요.

제가 만들어 놓은 정량적인 지표를 안 보는 거죠. IT 기업은 정량 지표가 생명인데 말이에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AI를 활용해서 제 일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숫자를 보지 않는 조직.'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AI와의 만남, 그리고 1시간의 기적


Q. AI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엔 회사에서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하면서 비주얼 AI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도부터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기획부터 시작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공부했어요.

공부하면 할수록 명확해지더라고요. 국내 AI 시장의 현실이요. 오픈 AI나 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수조 원을 쏟아부으며 초격차를 만들어놨어요. 한국 기업들이 그 판에서 똑같이 경쟁하는 건 결국 치킨 게임이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방향을 틀었어요. 새로운 AI 모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검증된 AI를 가져다가 현장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요."


Q. 최근에는 링크드인에서 Build apps로 1시간 만에 웹앱을 만든 경험도 얘기했죠?

"예. 증명사진 앱이었는데, 그때 느낌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이전까지는 개발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혼자서도 가능해지더라고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정말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20년간 국가만 상대하던 회사, 이제 한국으로


Q. 링크드인에서 팔란티어에 대한 언급이 많던데, 특별히 매료된 이유는 뭔가요?

팔란티어는 20년 된 회사인데, 지금까지 B2C나 B2B가 아닌 강력한 B2G, 즉 '우리는 국가를 위해 일을 한다'는 철학으로 움직여왔어요. 마케팅팀도 거의 없고 영업 인력도 최소한이죠. CIA, FBI 같은 정보기관과 국방부가 주요 고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일반 기업 시장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한국에도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KT가 팔란티어 총판이 되었고, 팔란티어 도입 경험이 있는 임원이 KT 팔란티어 대표를 맡기도 했죠.

제가 팔란티어에 매료된 건 그들의 접근 방식 때문이에요. 저는 하나의 특정 파트에 대한 솔루션만 만들어왔어요. 예를 들어 발전소 설비의 건전성을 파악하는 예측 진단 솔루션 같은 거요.

그런데 팔란티어는 완전하게 엔드 투 엔드로 해서 임원들의 의사결정까지 가는 과정을 잡고 있어요. 그들은 상상하면 다 만들 수 있죠. CRM도 만들 수 있고 ERP도 만들 수 있고, 제가 했던 예측 진단 솔루션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단순히 API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온톨로지 기반 안에서 모든 게 연결되는 거예요. CRM과 SCM이 유기체처럼 연결되어서 하나의 뇌처럼 작동하는 거죠.

저는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는 KT 같은 팔란티어 서비스 기업에 들어가서 직접 경험을 쌓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이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는 거예요. 어떤 길이든 결국은 팔란티어와 온톨로지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 팔란티어(Palantir)란?

미국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 20년간 CIA, FBI, 국방부 등 정보기관의 데이터를 다루며 '데이터의 CIA'라 불려 왔다. 일반 기업 대상 서비스는 최근에야 시작했으며, 한국에는 KT를 통해 진출했다.



무섭지만, 그래서 배워야 한다


Q. 팔란티어를 깊이 공부하시면서 우려되는 부분은 없나요?

"솔직히 이런 팔란티어의 거대한 역량이 무서워요. B2B 산업 전체를 집어삼키면 어떡하지? 하는 무기력감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걸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 더 위험해질 거 같아요."


그는 존경과 경계 사이에서 '배우면 덜 무섭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매일 새벽 팔란티어 관련 영어 콘퍼런스 영상을 틀어놓고 AI 관련 발표를 듣고, 책을 읽고, 그들의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으로 이해하는 온톨로지


Q. "온톨로지 구축"이라는 개념을 자주 언급하시는데,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

"커피 한 잔으로 설명해 볼게요. 이 커피컵이 있으면, 이게 커피잔이 되는 거잖아요. 근데 커피잔이라고 하는 것에는 컵도 있고 커피도 있고 얼음도 있고, 이 커피가 어디 산지에서 왔고 어떤 가공을 거쳤는지 히스토리가 어마어마하게 녹아져 있어요.

온톨로지는 이 모든 것들을 객체로 분류해서 컵, 얼음, 커피, 물, 산지 이런 것들을 쭉 객체로 만들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의 링크를 다 걸어주는 거죠. 컵과 커피는 연결되어 있고, 이 컵의 역할은 '커피를 담는 용기다'라는 걸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게 정의해 주는 거예요.

그러면 이런 정보들이 다 모였을 때 질문을 해볼 수 있죠. '이 컵을 종이컵으로 바꾸면 커피 맛이 달라질까?' 그러면 온도가 떨어지는 속도, 열 전도율 같은 데이터들이 있으면 '유리컵이 더 빠르게 온도가 떨어질 거다' 이런 분석이 나와요."


커피 한 잔에 담긴 관계의 언어. 그것이 온톨로지였습니다.



문제부터 찾는 팔란티어 방식


Q.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닌 페인포인트 해결에 집중한다'는 철학을 갖고 계시는데요.

"팔란티어는 부트캠프라는 걸 해요. 한 달이든 세 달이든 그 기업에 들어가서 '당신들이 지금 당장 해결해야 될 문제가 뭐냐?'를 조사하거든요.

예를 들어 유통이 문제라고 하면, '브라질 산을 쓰는데 한국까지 가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러면 한국에 더 가까우면서도 브라질 산과 비슷한 품질의 원두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거죠."



딸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Q. AI와 관련해 하고 싶은 일로 '아이들이 AI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왜 그 부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아이들은 정말 빨라요. 유튜브도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산출물들이 더 많아요. 업로드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틱톡 같은 걸 보면 다 학생들의 트래픽이 훨씬 많거든요.

나중에 AI로 뭔가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것도 지금의 어린아이들이 될 거예요. 우리 딸도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데 챗GPT와 대화는 해요. 그런데 딸이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저도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 막막해요.

어른들은 이미 이뤄놓은 게 있으니 괜찮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죠. 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AI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할 텐데, 지금은 그냥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거예요."


Q. 딸이 살아갈 세상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AI를 내 친구나 직원으로 쓰는 사람과 AI에게 지배당하는 사람, 이 두 가지로 구분될 거예요. 결국 AI를 활용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AI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의 차이죠.

가치는 사람이 부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가치의 라이프사이클이 되게 짧아질 것 같아요. 옛날에는 하나의 가치만 만들어놓아도 위대한 사람이라고 칭찬받았잖아요. 근데 지금은 계속 끊임없이 만들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만들고 싶은 건 단순한 'AI 사용 설명서'가 아니에요. AI와 함께 어떻게 가치를 창조할 것인지, 어떻게 AI의 도구가 아닌 주인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죠."



실험실이 될 커뮤니티


Q. AI 콜렉티브@서울 첫 모임에 참여하고 나서 '백수인데 뭔가 소속감이 든다'라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이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면 인지도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그런데 모임에 참석해 사람들을 만나보니 이 모임이 실험실이 될 것 같더라고요.

PR 하시는 분들은 PR 관련된 걸 실험하실 거고, 마케팅 관점을 하실 거고,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가 교류될 거고, 그런 것들을 책이나 연말 세미나 같은 걸로 세상에 오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정말 멤버들끼리 AI 관련된 책을 쓸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아이들을 위한 책이 될 수도 있고요."


Q. 커뮤니티에서 함께 진행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아이들이 AI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1순위예요. 그리고 AI 특성화고에서 특강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을 전달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새로운 시작


Q. 1년 후 구우영이라는 '문제해결사'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팔란티어나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업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는 것도 목표고요. 한편으로는 중소기업 컨설팅을 통해서 네이밍이 올라가면 그들이 저를 스카우트하러 올 수도 있는 거고요.


Q. AI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팔란티어가 말하는 '운영체제' 말고 더 개인적인 표현으로는, '동반자'라고 하고 싶어요. 제가 문제를 해결할 때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존재니까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파트너 같은 존재예요."




"1년 후에도 '백수'라고 소개하고 있을까요?"


장난스럽게 던진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습니다.


"뭔가 계획을 세우면 포기 안 하는 성격이거든요. 지금까지 그래왔고, 이번에도 어떻게든 길이 열릴 겁니다."


두려움을 학습의 속도로 상쇄하는 사람. 구우영의 '인생 2막'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용어 설명

엔드 투 엔드: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통합하는 방식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API: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연결 방식
온톨로지: 데이터를 의미와 관계를 가진 '살아있는 객체'로 만드는 개념
SCM: 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B2G: Business-to-Government, 정부/공공기관 대상 사업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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