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제일 어렵다. 그래도 그는 늘 시작했다.

AI Collective@서울 커뮤니티 인터뷰 (4): 신금철 님

by 노창범

휴지통으로 100억 만든 브랜드 디렉터, AI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이전 인터뷰이인 구우영 님한테 다음 인터뷰이 추천을 받았는데 신금철 님을 추천했어요. 신금철 님이 AI로 만든 영상을 보고 감탄하더라구요. ‘전문가가 아닌데 이 정도 영상을 만들 수 있나?'라구요.”


신금철 님을 만나 던진 첫 질문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에 잠깐 미소가 스쳤습니다.


"사실, 실제 촬영 기반의 영상 제작이 제 전공이에요. 그런데 실제 촬영 없이 AI로 제품을 사실적인 영상으로 만드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긴 했어요."


영상 캡쳐.png 신금철 님이 링크드인에 올린 AI 제작 영상 캡처


알고 보니 신금철 님은 창신리빙 커머스사업부 팀장으로서 11명의 팀을 이끌며 해외 8개국 수출까지 담당하는 그는, 동시에 프리다이빙 강사이자 웹드라마 촬영감독이기도 한 다면적 인물이었습니다.

그와의 만남은 9월 20일, 노원구 공릉에 있는 그의 회사 근처 카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특별한 휴지통으로 100억 매출을 만든 그가, 이번엔 AI로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먼저 20년 전 그의 고등학생 시절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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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단편영화로 상을 받다


"고등학생 때부터 단편영화를 만들며 상을 받았어요. 수상작은 주제는 '왕따' 이야기였습니다."


그가 들려준 첫 작품은 단순하지만 상징적이었습니다.


"대사는 없고 음악과 이미지로만 구성된 작품이었죠. 초등학생인 친동생을 배우로 섭외해서, 아이가 쫓기듯 산으로 도망가고, 결국 나무에 기대어 잠들었다가 깨어 스스로의 손을 돌로 찍어 누르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어두운 감성의 영화였습니다."


당시 그의 환경이 밝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세상과 조건에 대한 원망, 의지할 데 없는 감정이 자해 이미지로 투영된 것이었습니다.


"나무는 피난처이자, 동시에 '그마저도 의지할 바가 못 된다'는 깨달음의 상징이었죠."


전문 배우를 쓸 형편이 아니어서 동생과 동네 아이들을 출연시켰고, 학교 카메라로 빌려 찍은 작품이었습니다. 지역 청소년 기관에서 프리미어 같은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 완성했습니다.

이미 그때부터 '없으면 만들어내는' DNA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영상 교육을 받은 이유가 궁금해 물었습니다.


"이 내용을 찍기 위해 영상을 배운 거예요? 아니면 영상을 배우고 나서 이런 내용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건가요?"


"이런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영상을 택하고 급하게 배워 찍은 거예요. 전 머릿속에 비주얼과 음악이 먼저 떠오르는 편입니다. 문학적 글쓰기보다 이미지로 사고가 전개돼요."



남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작업의 한계


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생계 문제로 광고 조감독으로 시작해 다양한 영상 분야를 거쳤습니다. 판도라 TV, 웅진씽크빅, 서울사이버대학교를 거치며 교육 콘텐츠부터 기업 홍보 영상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일로서 작업하는 영상은 그의 창작욕을 충족시키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개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영상들을 세상에 선보였는데 특히 '29초 영화제'에서 대상을 세 번이나 받은 경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9초 영화제 중 신한은행이 제시한 주제, 주제 '돈은 ○○이다'에서는 '돈은 전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메시지로, 부족함과 미안함을 반복적으로 그려 따뜻한 정서를 담았습니다. 법무부 공모에서는 협박받는 평범한 사람 앞에 '깔끔한 정장 차림'의 인물이 나타나 '신체포기각서' 대신 '대한민국 헌법'에 서명하게 하는 장면을 통해 '법이 보호자'라는 주제를 영화적으로 표현했죠."


KakaoTalk_20251010_114546182_02.jpg 신금철 님의 '29초 영화제' 신한은행 출품 대상 수상 영상 캡처


하지만 점차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작업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단순 비용으로 취급되는 홍보/광고가 아니라, 직접 '매출'로 증명되는 영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블랭크코퍼레이션 같은 D2C 모델,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을 보며 확신이 섰습니다.


"이제는 콘텐츠로 직접 판매하는 시대라는 확신이 섰죠. 영상의 KPI도 조회수가 아니라 구매/전환으로 바뀌는 흐름을 체감했습니다."



16개월 적자 회사, 그리고 운명적 전화


2018년 1월, 운명적인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현재 회사죠. 창신리빙에 오후 3시인가 이력서를 넣었는데, 그날 저녁 7시에 친구랑 삼겹살에 소주를 먹고 있는데 지금 대표님한테 전화가 왔던 거예요. 내일 면접 보러 오라고."


급하게 면접을 보고 합격했지만, 입사 후 접한 회사의 현실은 긍정적이진 않았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 한 16개월 적자 상태였고 회사를 아예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직원들이 한 200명 정도 됐었는데 한 100명쯤 나갔다고 들었어요. 당시에는 자체 브랜드가 없이 대형마트에 납품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마진이 낮았고 매출은 오르는데 회사는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이 심화되는 상황이었죠."


"처음에는 침몰하는 배에 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사해서 자리에 앉아 있으면 퇴사한다고 인사하러 오는 분들이 엄청 많은 거예요."


하지만 2세 대표의 절실함이 그를 움직였습니다.


"2세인 현재의 대표님이 절 뽑았어요. 대표님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그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신 거죠. 그래서 브랜드를 만들려면 뭘 해야 될지, 또 어떤 사람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뭐 이런 거를 같이 얘기하고 만들어갈 사람이 필요로 했어요. 전 홍보도 해봤고 콘텐츠도 만들 수 있죠. 이렇게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으니 퇴사자들이 많은 상황에서도 신규로 뽑힌 거구요."



"누가 휴지통을 브랜드로 사겠어?" 그리고 100억의 매출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프랑코 스탠드 분리수거함'이었습니다.


"과연, 휴지통도 브랜딩 하여 프리미엄 휴지통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조직 내에서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부정적이었습니다."


'세상에 누가 휴지통을 브랜드 보고 구매하겠어요?' 고민을 시작할 때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관점이 있었습니다.


"미세먼지 이슈가 한참이던 때라, 공기청정기의 관심과 수요가 굉장히 폭발하던 때였어요. '거실 한복판에 두고 사용하는 공기청정기처럼 아름다운 디자인의 분리수거함을 인테리어 오브제로 포지셔닝해 브랜딩 한다면 고객들이 현관 앞에 이 제품을 두고 소개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표님을 비롯해 담당팀이 함께 고민하던 때였죠.


고등학생 때와 똑같은 패턴이었습니다. 없으면 만들어내는 것.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예측했던 결과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3년이 지나고 보니, 첫 제품이 100억 매출을 돌파했고, 이후에 릴리즈 된 브랜드 상품군에서 800억 원의 누적매출을 발생시켰습니다."


당시 인스타그램과 '오늘의 집' 같은 커머스 플랫폼의 등장이 완벽한 타이밍이었습니다.


"체험단을 모집해 인스타그램에 제품 리뷰를 올리는 마케팅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 저희 제품 리뷰를 하고 싶다는 신청자가 상대적으로 엄청 많았어요. 공팔리터라는 리뷰 업체에서 저희 브랜드가 신청자 순위 1위였습니다. 그때 흥행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또 온라인에서 콘텐츠가 커머스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형성되는 시기였는데 저희 브랜드의 방향성과 딱 맞았던 것 같고요."



링크드인, AI, 그리고 새로운 진화의 필요


새 회사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후 7년이 지났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위기의식이 생겼습니다.


"링크드인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링크드인에서 본인의 일에 스페셜 마인드셋을 가진 많은 분들의 스토리를 보면서 '아, 내가 가야 될 커리어가 여기서 멈추면 안 되겠구나'라 느끼게 됐어요."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AI였습니다.


"AI에 대해서 저는 완전히 비전문가였었죠. 그래서 링크드인에서 다른 사람들의 AI 활용 사례를 보며 직접 시도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생성형 AI를 통해 고양이가 요리를 하는 장면 같은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올리는 영상이 많았는데 저는 실제 촬영물에 가까운 영상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는지를 꼭 테스트해보고 싶었어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이 이 인터뷰로도 이어졌죠.



AI로 15주 만에 새로운 브랜드 기획하기


현재 그는 AI를 활용한 새로운 도전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2026년 신규 브랜드 론칭을 위한 15주 기획 프로젝트입니다.


"2026년도에 새롭게 론칭할 브랜드를 기획 중에 있어요. 딱 현재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이를 위한 전체 과정에 AI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자체가 엄청 쉬워졌어요. 새로 만들 브랜드에 대한 타깃에 대한 정보 그리고 경쟁사들이 최근 하고 있는 활동이라든가 그런 내용을 AI를 활용해 훨씬 쉽게 모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회의 진행 방식에도 AI를 도입했습니다.


"회의 때 나왔던 내용을 입력하고 요약 슬라이드를 요청하면 1분 만에 PPT를 만들어내는데, 이전 회의 내용을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리뷰하고 바로 진행할 수 있어서 회의의 맥락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입니다."



업계 전반의 고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아직 AI 도입에 소극적입니다.


"회사는 공식적으로 AI를 직원들한테 도입해 주지 않았어요. 그냥 AI 기능이 일부 포함된 어도비 구독 정도인데... 진짜 AI 도입이라고 하긴 힘들죠."


하지만 이는 현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의 고민이라고 그는 봅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제조업이다'라는 마인드가 있으니까 더 AI에 민감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AI를 제조 공정에 도입한 무인공장과 해외 소싱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결국 대기업이 아닌 이상 큰 자금을 투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그는 개인적으로 AI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저는 일단 AI를 통해서 다방면의 내부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더하자면 외부에 투입해야 될 비용을 절감해서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을 거라고요. 3개월 걸리던 일을 한 달 줄여서 2개월 만에 할 수도 있을 거고."



"40대에는 잘 모르는 게 맞나요?"


링크드인에 올린 이 솔직한 고백이 그의 현재 심경을 잘 보여줍니다.


"일단은, 30대에 비해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고 스스로는 느낍니다. 업무와 육아 등으로 현실적으로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다른 AI 기술을 경험 삼아 다뤄볼 시간이 부족하다고도 느낍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분야별로 주류인 AI가 결정될 수 있고, 그런 주류 AI 모델이 작은 AI 모델들의 기술과 기능을 흡수하거나 새롭게 쪼개지는 과정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급하지 않은 자세로 새롭게 출시되는 기술들을 한 번씩 사용해서 실무에 적용해 보는 방법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찾은 방향


AI Collective 커뮤니티 참여도 이런 맥락에서였습니다.


"AI를 업무상에서 쓰지 않으면 일상에서는 애 보느라 일하느라 못 쓰니까 좀 강제적으로 업무에서 사용을 해보고 있었어요.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활용법을 배우고 싶어 가입했습니다."


"멤버들 각자 다 직업이 다르고 AI를 자기 삶에 녹이는 방법이 다 다를 것 같은데 그거를 서로 공유하면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제조업의 자부심


현재 창신리빙이 가진 가장 큰 자산에 대해 물었을 때, 그의 답변에서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지금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를 느끼는 건 국내 생산하는 생활용품 회사다. 즉, 한국에서 생산한 한국 원료로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시장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시장의 경쟁자들이 판매하는 제품은 90% 이상 중국산이나 베트남산이에요. 국내 생산이 없거든요."


창신리빙이 추구하는 방향은 단순한 매출 증대가 아닙니다.


"물량이 많으면 외부의 작은 업체들, 영세 업체들한테 금형 몰딩을 갖다 주고 너네가 생산해서 찍어서 물건 보내, 그럼 우리가 포장하고 판매할게, 하구요. 우리와 함께 이런 식으로 하는 국내 업체들이 많아요."


"그래도 회사가 위기를 넘기면서도 아직 무너지지 않아서 이렇게 협력사 외주를 줄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이 제조 업계 자체가 상생이 되니까."



시작이 제일 어렵다


"새로운 미션이 주어지면 '제가 이 분야를 10년이 넘게 해 본 전문가야'라는 말이 금방 무색해지고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매사에 '시작이 제일 어렵고 이거 넘어가면 그나마 좀 나아질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합니다. 경험을 하다 보니 이제 알겠더라고요. AI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한 뒤 한 달 남짓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글을 올리기 직전 그는 7년 간 몸담았던 회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고등학생 때 단편영화로 상을 받던 그 소년이, 휴지통으로 100억을 만든 브랜드 디렉터가, 이제 AI라는 새로운 도구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20년 넘게 지속되어 온 그의 일관된 패턴. '힘들 거야, 하지만'으로 시작해서 "해보니 되네"로 끝나는 그만의 성공 공식이, 이번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 또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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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또 다른 '시작'을 하는 그의 앞길에 응원을 보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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