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Collective@서울 인터뷰 (5): 영상 디자이너 김남훈 님
2025년 10월 10일 금요일 오후,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영상 디자이너 김남훈 님을 만났습니다.
그가 선택한 인터뷰 장소는 인테리어와 커피, 음악에서 명확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시계의 초침이 분주히 흐르는 평일 오전 시간의 바깥 풍경과 상반되는, 여유로움이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김남훈 님은 이전의 인터뷰이들과 마찬가지로 AI 커뮤니티인 'AI Collective@서울'의 멤버입니다.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던, 여러 차례 국제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영상 디자이너였던 그는 직업 상 다른 참여자들보다 '일'에 있어서 AI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습니다.
그 결과는? 1인 기업으로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인터뷰를 시작한 이유가 'AI를 맞이하는 지금 시점에서 각 직업군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그는 AI가 가장 영향을 끼치는 분야 중 하나인 영상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 줄 인터뷰이입니다.
인터뷰 후 한 IT업체와 업무 미팅이 있다며 '내년은 또 어떻게 먹고살지?'라는 말을 가벼운 농담처럼 하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아,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는 이 편안한 웃음도 한몫합니다.
그럼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김남훈 님의 첫 직장은 판교에 있는 마이다스아이티(MIDAS IT)였습니다.
공채로 입사해 7년을 다녔습니다. 복지가 좋은 회사였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밥 다 나오고요. 우수 사원 하면 한 달 동안 포르셰 몰 수 있게 해 줬어요."
아니, 그런 회사를 왜 나왔을까요? 심지어 어머니도 퇴사를 말렸다고 합니다.
"제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7년 동안 다니면서 너무 궁금했거든요. 그 우물 밖 세상이."
그는 좀 더 다양한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브랜딩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Interbrand)에 지원해 모션 그래픽 팀장으로 이직했습니다. IT 회사의 인하우스 디자이너에서 글로벌 에이전시의 팀장으로의 변화였습니다.
에이전시는 그에게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브랜딩과 세일즈가 맞물린 업의 문법을 배웠습니다. SK, 기아, 현대 같은 대기업 프로젝트들을 수행했는데 이전과 일의 밀도가 달랐습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7년을 다녔고 인터브랜드는 2년 반을 다녔거든요. 근데 인터브랜드에서 배운 게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영상 디자이너로서요."
2022년 11월 말, ChatGPT가 론칭됐습니다. 당시 그가 속한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그의 회사는 ChatGPT 출시 후 1년이 지나자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ChatGPT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아마도 여러 기업들의 내부 자료를 다루는 업의 성격 상 그 정보들이 ChatGPT의 학습 자료로 사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ChatGPT에게 처음 영상 스크립트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작업에 참고할 만한 유튜브 링크를 긁어다가 '이 영상의 스크립트를 정리해 줘' 하니까 쫙 뽑아줘요. 그 결과를 참고해로 '내가 만들어야 할 영상의 스크립트를 작성해 줘' 하니까 소름 돋을 정도로 잘하는 거예요."
그는 그렇게 만든 결과물을 기획 담당 동료에게 보여줬습니다.
돌아온 답은 '조금만 수정하면 될 것 같은데요'였습니다.
나중에 이 영역은 ChatGPT만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는 ChatGPT를 막았기 때문에 그는 개인적으로 실험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실험의 결과를 활용해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AI에 대해서 내가 공부했던 거를 한번 정리해서 공유해 볼까 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꽤 좋았어요. 그때 3개월 만에 구독자 1만을 모았거든요."
2023년 당시에는 AI 영상 제작을 다루는 채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희소성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때 'AI의 맛을 본 것 같다'라고 표현했습니다.
"AI 공부를 제대로 하면 특강도 들어올 거니까.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 자리를 빨리 선점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한편, 처음에 "조금만 수정하면 될 것 같다"라고 했던 기획 담당 동료의 AI에 대한 반응도 변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위기감을 느낀다 하더라고요. 그 친구도 지금은 ChatGPT를 써요."
같은 도구를 접했지만, 어떤 사람은 위협으로 느꼈고, 그는 돌파구로 봤습니다.
AI가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주저 없이 답했습니다.
"가능성이자 새로운 돌파구라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원래라면 스크립트 짜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되고, 그 스크립트를 정제하는 역할을 제가 못하니까 또 맡겨야 하잖아요. 그런데 ChatGPT가 그런 것들을 다 해주니까요."
영상 제작에서 그가 커버하는 범위는 원래도 넓었습니다. 마이다스아이티에서 프리 프로덕션(기획), 프로덕션(촬영), 포스트 프로덕션(편집)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즉, 영상에 대해선 제너럴리스트였습니다. 그런데 AI는 그 범위를 더 확장시켰습니다.
"기획자라든지 작가가 해줘야 될 것들까지 다 스스로 할 수가 있으니까. 원맨쇼가 가능해진 거죠."
그는 실제 사례로 스토리보드 작업의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전에는 스토리보드를 손으로 그렸거든요. 지우고 다시 그리고.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까지도 걸렸던 이 작업이 이제는 거의 반나절이면 끝나는 거죠."
지금은 이 작업을 위해 ChatGPT의 DALL-E, 그리고 구글의 나노 바나나를 활용합니다.
"'클로즈업으로 사람이 인형을 안고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줘' 하면 요청한 이미지가 나옵니다. '카메라를 뒤로 빼서 바스트 샷으로 바꿔줘' 하면 또 이에 맞춰 이미지가 바뀝니다. 캐릭터 레퍼런스 이미지를 넣어두면 일관성도 유지됩니다."
더 극적인 변화는 실제 촬영이 필요했던 영역입니다.
제가 예전에 영상 프로젝트를 하며 고생했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예전에 국내 대기업의 중국 콜드 체인 계열사 홍보 영상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땐 상해에 가서 직접 촬영을 했어요. 장소 협조 때문에 돌발상황도 발생하고, 냉동 창고, 자동화 설비, 특히 회사 냉동 트럭들이 줄지어 도로를 달려가는 장면들... 예산도 몇 천만 원에 시간과 인력이 꽤 필요했던 작업이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습니다.
"지금은 다 AI로 되죠."
산과 도로와 바다가 있는 드론 샷이 필요하다면? 그런 이미지를 찾아서 원하는 구도로 합성합니다. 그걸 Kling AI나 Veo 3 같은 이미지 투 비디오 플랫폼에 넣으면 영상이 나옵니다.
제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촬영 감독님들... 어떡하죠?"
하지만 모든 것이 AI로 대체되는 건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편집과 리듬을 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 합니다."
AI가 만든 영상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지만, 최종적인 완성도를 결정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손이라는 것입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의 기간을 축소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의 기간을 늘릴 수 있거든요. 그게 지금 작업 단계에서는 가장 큰 변화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는 또한 자신이 걸어온 길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저처럼 제너럴리스트 한 영상을 했던 사람이다 보니까 지금 AI의 도움을 받으면 더 잘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긴 한데, 오히려 스페셜리스트들은 조금 힘든 것 같아요."
VFX 작업만 하던 사람들, 캐릭터 리깅만 하던 사람들에게는 AI가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Kling에 넣으면 엄청 자연스럽게 다 돼요. 예를 들어 프레임 단위로 넣어서 '이거 팔만 좀 움직여줘' 하면 진짜 자연스럽게 되거든요. 그런 모션 그래픽 작업을 하던 사람들은 이제 위태로워지는 거죠."
AI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시장도 변하고 있습니다. 그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합니다.
"대기업들이 기존에 비싼 비용으로 영상 프로젝트를 에이전시한테 맡겼다면 이제 그런 일들을 저 같은 1인 기업가들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거예요."
클라이언트들도 이제 ChatGPT를 쓴다. 김남훈 님이 ChatGPT로 스크립트를 만들어 보내면, 클라이언트도 ChatGPT로 검수를 합니다.
"제가 ChatGPT를 활용해서 스크립트를 만들고 전체 흐름에 맞게 한 번 정제를 해서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면 그들도 검수 과정에서 ChatGPT를 써요. 이렇게 서로 계속 핑퐁 하는데 교집합으로 ChatGPT가 존재하더라구요."
그는 올해 들어 지인 디자인으로부터 채용 환경이 악화되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고 합니다. 신규 인턴 채용이 사라지고 재직 중인 이들의 연봉이 동결되는 경우도 많다구요.
"회사들이 다 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특히 에이전시들이..."
그렇다면 1인 사업가인 그는 어떻게 살아남고 있을까요?
"내년은 또 어떻게 먹고살지 솔직히 막막한 것 같아요. 근데 그건 모든 에이전시들도 다 똑같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솔직한 고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름의 전략이 있었습니다.
김남훈 님의 현재 수익 구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영상 외주 제작 일을 받아서 하고 정부지원사업을 수주해 수행합니다.
프로젝트는 주로 지인들을 통해 들어오는 편입니다.
둘째, 유튜브 채널 '마론킴 MARON KIM'을 운영합니다.
https://www.youtube.com/@maronkim
현재 구독자는 1만 8천 대입니다. 월 수익은 크지 않지만 이 채널을 통해 온오프라인 강의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셋째, AI 영상 제작 특강을 진행합니다.
일정이 겹치지 않는 한 강의는 꼭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는 수익 파이프라인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한 회사에 근무하며 연봉으로 100을 벌 수 있었다면 지금은 70밖에 못 벌어요. 같은 수준의 소득을 유지하려면 여기서 30을 채워야 되잖아요."
그래서 그는 유튜브를 놓지 못합니다. 단순히 광고 수익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젠 AI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결과물을 비슷하게 낼 수 있다면, 누가 더 영향력 있을까? 그게 더 차별화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는 방송국의 변화를 예로 들었습니다.
"KBS나 SBS, JTBC... 사람들이 점점 TV를 안 보기 시작했잖아요. 다 유튜브로 보니까. 그래서 그 채널들이 살아남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거기서 조회 수익을 얻고, 광고를 받아서 또 수익을 발생시키고. 세상은 그렇게 변하고 있고, 나 역시도 그렇게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일찍 내디딘 발걸음이 다양한 성과, 그리고 단단한 수익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화 중 그는 한 유튜버를 언급했습니다.
"그 사람은 퇴사하고 나서 본인의 이야기를 브랜드로 만들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어요. SK 다니다 퇴사한 사람, 현대 다니다 퇴사한 사람... 그런 걸 자신의 IP로 만들고 노하우들을 유튜브로 올리더라고요."
그 채널은 벌써 구독자 10만 명입니다. 회사에 속하지 않아도, 제품을 팔지 않아도, 스폰서, 광고만으로 수익이 발생합니다.
"결국 나라는 사람을 잘 퍼스널 브랜딩해야 수익 구조도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유튜브 채널 '마론킴'을 하나의 방송국처럼 운영하고 싶다고 합니다.
"72번 채널을 틀었는데 거기는 골프 전용 채널이고, 어떤 건 스포츠 전용 채널이고. 그런데 마론킴 채널 100번을 틀었더니 AI 영상 전문 채널이네? 그 안에서도 미드저니 강의를 해주는 시간대가 있고, AI 전반적인 소식을 전하는 시간대가 있는 거예요. 넷플릭스처럼 골라볼 수 있게요."
인터뷰 중 저는 한 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제 지인 중에 대기업에 다니는 후배가 있는데, 소설가 지망생이에요. 처음엔 'AI 절대 안 쓰고 소설 쓰겠다'라고 했어요. 이유를 물어보니까 회사에서 쓸 기회가 없어서래요. 회사에서 AI의 활용을 권하지 않으니 활용 빈도나 낮고, 그러다 보니 'AI 활용의 임계점'을 못 넘은 거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고서 업무를 위해 개인 노트북으로 ChatGPT를 써봤는데 보통 이틀 걸리던 작업이 3시간 만에 끝난 거예요. 그 후로 그 후배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나중에 그 후배와 소주 한잔 하면서 'AI로 웹소설 쓰는 강의 한번 열어볼까?' 했는데 그 후배가 자기도 참여하고 싶다'라고 하더라고요. '너 AI 안 쓴다며?' 했더니 '아니,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유용한지 이제 알았다'라고 하더라구요."
김남훈 님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임계점을 넘는 경험,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맞이했고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다 보니 임계점을 넘은 거예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5년 후의 모습'을 물었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5년 후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을 거라 기대해요. 제 브랜드를 론칭해서 경제적인 자유를 좀 얻게 되어 있을 것 같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하고 싶은... 그러니까,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그런 미래를 기대하는 현재의 근거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확실한 근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웃으며 과거를 돌아봤다.
"10년 전에는 5년 후의 모습이 어땠을까 했을 때, '멋진 직장인이고 대리가 되어 있겠지' 했는데... 5년 전을 돌이켜 보면 진짜 우수 사원도 됐고 멋진 대리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또 그 당시에 5년 후를 생각하면 '더 멋진 팀장이 되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나중에 멋진 팀장이 되어 있었던 것 같구요."
그가 상상한 미래는 이렇게 실현되어 왔습니다. 물론 지금 상상하는 미래는 과거의 그것보다 추상적입니다. 하지만 그는 말합니다.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게 인간인 것 같아서요."
그리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AI 때문에 더 비관적이 될 수도 있어요. 남들은 다 쓰는데 자기는 못 따라갈 것 같다고요."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마쳤다.
"그건 사람의 능력의 차이라기보다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성향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후 전 제가 쓴 스토리의 영상을 AI를 활용해 만들어 봤습니다.
그리고 실감했습니다.
AI 덕분에 정말 IP의 OSMU(원소스 멀티유즈)가 한 작가의 손으로 가능해졌다는 걸요.
여러분도 한 번 경험해 보실 수 있도록 김남훈 님이 추천하는 영상 제작의 단계별 AI 도구 리스트를 공유하며 이번 인터뷰를 마칩니다.
[김남훈 님이 추천하는 AI 도구]
기획 단계
- ChatGPT: 스크립트 작성, 콘텐츠 기획
- Claude: 긴 글 정리, 맥락 이해
시각 제작
- DALL-E (ChatGPT 내장): 스토리보드 이미지 생성
- Midjourney: 고퀄리티 이미지 생성
영상 생성
- Kling AI: 이미지를 영상으로 변환
- Veo 3: 고해상도 영상 생성
편집
- Vrew: 자동 자막, 음성 인식 (무료)
- CapCut: 간단한 영상 편집 (무료)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 무료 거나 저렴해요."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