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처럼 코드를 짜는 개발자 곽동규의 AI 이야기
인터뷰를 시작하고 3분이 지났을 때 곽동규 님은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하는 모든 말은 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개인적인 감상이며, 저의 뇌피셜입니다. 실제로 개발 씬에 대한 동향은 반영되어 있지 않아요."
왜 그렇게까지 선을 긋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웃으며 답했습니다.
"제 얘기가 글로 올라갔을 때 누군가 보고 '야, 이렇다더라' 하면서 전할까 봐요. 근데 실제로는 다를 수도 있잖아요. 저와 제 주변 이야기일 뿐이니까. 그냥... 몸 사리는 거죠."
'무책임한 쾌락'을 느끼고 싶다는 그의 솔직함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자신의 경험을 '정답'처럼 포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세상은 매일 AI로 난리입니다. 새로운 기능이 나올 때마다 "개발의 미래가 바뀐다", "이제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호들갑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20년간 코드를 짜온 개발자는 뭐라고 말할까요?
"개발자들이 실제로 위기를 느끼고 있냐고요? 제 주변에는 없습니다."
그의 답은 명쾌했습니다. 일은 줄었지만 그건 AI 때문이 아니라 경제 침체 때문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은 원래 걱정하는 사람만 글을 올리는 거라고요.
"걱정 안 하는 사람들은 '나 걱정 안 해' 이렇게 글 안 올리잖아요."
이것은 한 명의 개발자가 본 AI의 모습입니다.
물론 그의 말처럼 개발자를 대표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현장의 진솔한 목소리입니다.
40대 중반의 iOS 개발자 곽동규 님은 2019년 투썸플레이스 UX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한 스타트업에서 함께 일하며 AI 모션 인식 홈트레이닝 앱, 메타버스 게임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ChatGPT와 Claude 등 생성형 AI AP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를 인터뷰한 이유는 비전과 사례, 전망으로 가득한 AI 시대를 바라보는 현업 개발자의 솔직 담백한 의견을 듣고 싶어서입니다.
그의 말처럼 이 이야기들은 한 개발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말없는 현업 개발자들의 솔직한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AI가 상용화된 서비스를 실제로 개발하는 시작점은 결국 이들일 테니까요.
그럼 그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곽동규 님은 GPT가 나온 2022년부터 바로 AI를 썼습니다. 지금도 메인으로 GPT를 쓰고, Cursor, Windsurf 같은 AI 코딩 도구들을 실전에서 활용합니다.
"AI는 완벽히 툴이에요. 사람이 사용해야 되는 거죠.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지거든요."
그는 AI를 '천재지만 신입인 개발자'에 비유했습니다. 설명을 들으니 이 표현이 그럴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뭐 하나 시키면 그것만 해요. 그건 정말 잘해요. 근데 제가 '이건 이렇게 하고 이거 이렇게 했어야지' 하면 혼란스러워하고, 거기서부터 길을 잃어요. 엉뚱한 행동을 하죠."
엄청 빠르지만, 복잡해지면 버벅거립니다. A라는 기능을 만들면 잘 됩니다. B라는 기능을 추가하면 A를 없애버립니다. "B 기능을 만드는데 A 기능이 방해가 돼서 없앴습니다"라고 말하는 AI에게 "이 XXX야, 이게 메인 기능인데"라고 외칠 때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복잡해지거나 커지면 제가 하는 게 나아요. AI한테 도움만 받고, '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돼?' 정도로 활용하면서요."
강사들은 말합니다. "비전공자도 2시간만 배우면 바이브 코딩으로 앱을 만들 수 있다"라고.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현업에서 써보면 절대 못 합니다. 절대 못 해요."
그가 말하는 '문과가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은 계산기나 이미지 변환 같은 단순한 것들입니다. 로그인 화면을 만들고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하는 것까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복잡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로그인이 있으면 로그아웃이랑 회원 탈퇴가 있어야 되죠. 회원 탈퇴 기능을 만들면 문제가 생겨요. B를 수정해 달라고 하면 B를 완벽하게 수정하는데 A를 없애버립니다."
AI의 단편적인 것만 보고 이야기하거나, 사업적으로 붐업을 시켜야 하니까 과장하는 면이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분들이 얘기하는 건 틀린 말도 아니에요. 단순한 앱은 충분히 만들어요. 근데 상용화 서비스를 만드는 실제 현업에서는 쉽지 않은 거죠."
그는 화이트보드에 곡선을 그리듯 허공에 대고 손을 움직였습니다.
"AI의 발전 곡선이 있잖아요. 처음엔 이렇게 급격히 발전했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완만해질 거라고 봐요."
왜일까요? 디자인처럼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디자인을 보세요. 아이폰이 제시한 '앞에 액정, 뒤에 카메라'라는 형태로 모두 수렴 진화했습니다. 더 이상의 발전은 미미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AI를 활용한 코딩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전까진 여기서 멈춘다고 봐요. 그래서 다음 단계는 연결, 에이전트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그게 개발자를 대체하는 건 아닙니다. AI가 발전하면 사용자의 요구 사항도 같이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AI가 자동으로 할 수 있는 건 그 시대에서 단순한 것들이에요. 근데 항상 복잡한 걸 요구하기 때문에 커트라인은 계속 올라가는 거죠."
그는 어쩌다 개발자가 되었을까요? 개발자로서 오랫동안 그를 알아왔지만 그 히스토리를 묻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곽동규 님은 어렸을 때 집에서 레고 만들기를 즐겼습니다.
친구도 별로 없고, 밖에 나가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레고와 책, 그게 전부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가 레고를 '설명서대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성 같은 걸 사면 성은 안 만들어요. 자동차를 만들거나 포클레인을 만들죠. 완성품에 관심이 없어요. 만드는 행위만 좋아하는 거예요."
프라모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립하고 나면 관심이 없었습니다. 친구가 산 프라모델을 대신 조립해 주고, 완성되는 순간만 보고 끝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문방구 하셨거든요. 문방구에서 동네 애들이 프라모델을 사면 제가 만들어줬어요. 그 아이들이 원하는 건 완성된 결과물인데 조립하는 건 어려워하더라고요. 우리 문방구에는 만들어주는 서비스까지 있는 거예요."
사진도 그랬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출력하지 않습니다.
"찍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진을 찍어서 누구한테 보여주지는 않거든요. 찍기만 그냥 찍어요."
대학 시절, 그는 사진관에서 3년간 알바를 했습니다.
시작은 우연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누군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사진관에서 사진 찍을 사람이 너무 필요하다고요. 처음엔 거절했는데, 계속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고 거절을 거듭할수록 제시하는 급여의 액수가 점점 올라갔습니다.
"300만 원을 준대요. 2006년에 알바한테 월 300만 원이요. 말이 안 되는 금액이잖아요."
결국 그는 백화점 안에 있는 사진관에서 알바를 하며 증명사진, 프로필 사진, 가족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보정을 잘했다고 합니다.
"과하지 않게 했어요. 보통 증명사진 보면 못 알아보는 경우 있잖아요. 이거 누구야, 이런 거. 그게 아니라 진짜 이 사람인데 뭔가 예뻐요. 그런 걸 잘했거든요."
사람들이 사진을 받아갈 때 표정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마음에 들면 엄청 좋아하면서 가져가고, 마음에 안 들면 표정이 딱 나옵니다. 마음에 들어 하면서 가져갈 때 굉장히 보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게 있었습니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
"웃으세요 하면 절대 안 되고 웃겨야 되거든요. 제가 그걸 못했어요. 그래서 그냥 대화를 해요. 그러다가 헛웃음이 나올 때 있죠. 그 순간을 포착하는 거예요."
만드는 과정, 찍는 과정 자체가 목적. 이게 그의 본질이었습니다.
입시 미술에서는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미대에 입학하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미술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과제를 만들어도 마음에 안 들면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수업도 종종 빠졌습니다. 벤치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사진 동호회 친구들과 놀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전환점이 온 건 피지컬 컴퓨팅 수업에서였습니다.
동작을 인식해서 다른 결과물을 만드는 코딩. 물이 담긴 수조에 파동을 일으키면, 그 파동이 벽에 부딪힐 때 피아노 음이 나게 하는 작품. 이걸 만들면서 담당 교수님이 한 말이 그를 바꿨습니다.
"개발이라는 게 낯설 수 있는데, 잘 생각해 보면 레고를 조립하는 거와 같다."
그 말을 듣고 코드를 짜보니 진짜 그가 어렸을 적 즐겨하던 레고 조립 같았습니다.
"작은 코드 조각들을 잘 붙이면 완성된 뭔가가 나오잖아요. 레고도 머릿속에 청사진이 있고, 블록을 어떻게 조립하면 크레인이 될까 생각하면서 조립하는 거잖아요. 개발과 똑같았어요."
그렇다고 바로 개발자가 된 건 아닙니다. 처음엔 기획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개발자로 입사하면 제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게 아니에요. 설명서대로 만들어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저는 설명서대로 만드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설명서를 만드는 기획자로 시작했어요."
에이전시 기획자로 6개월을 일했습니다. 집에는 일주일에 3시간씩만 다녀왔습니다. 회사 소파에서 2시간 자고, 대표님이 클라이언트 회의에 다녀오는 동안 또 자고, 일어나서 수정하고, 밤에 새로운 업무를 받아서 또 밤샙니다. 이렇게 6개월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개발팀에서 계속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동규 씨, 이거 지금 된다고 생각하세요? 이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하고 짜는 거예요?"
그때 이런 욕구를 갖게 됐습니다.
"이게 진짜 안 되는 거야? 내 기획의 가능성을 직접 증명하고 싶다."
그는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있거나 학원을 다닌 건 아닙니다. 혼자서 구글과 함께 1년을 공부했습니다.
'그때 AI가 있었으면 진짜 빨리 늘었을 거예요.'라고 그는 웃었습니다.
해보니 개발이 자신과 맞았습니다. 레고 조립하듯 코드를 짜는 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개발자들 말처럼 실제로 안 되는 것들이 많았어요. 기획자 시절에 제가 짰던 거. 반은 쓸데없는 소리였더라고요."
그는 iOS 개발자로 여러 회사를 거쳤습니다. 인하우스 개발팀 5년,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티머니 프로젝트와 아시아나항공 개발을 4~5년 동안 진행했고 투썸플레이스 UX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개인적으론 더 많은 걸 만들었습니다.
* 건강생활 앱 :
건강을 위한 To-Do 리스트를 보여주는 앱으로 모바일은 그가, 서버와 데이터베이스는 AI의 도움을 받아 구축했습니다.
"모바일 개발자는 백엔드를 AI로 만들고, 백엔드 개발자는 프롬프트를 AI로 만들죠."
* 먼지 게임:
방을 치우는 힐링 게임. 가구를 배치하고, 몇 시간 뒤 들어가면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치우면 끝. 그게 전부입니다. 수익 모델은 광고와 가구 구매. 하루 5만 명이 들어올 때는 광고료가 몇십만 원 나왔습니다. 지금도 업데이트 안 하고 방치했는데 매일 두 자릿수씩 다운로드됩니다.
"방치 중인데 5년째 여전히, 똑같은 일을 계속하는 유저들이 있어요."
*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친구들과 법인을 만들어 3년 간 구축했습니다. 인디 음악 스트리밍에 아티스트 후원 기능을 갖춘 앱으로 개발은 혼자 했어요. 결과는? 실패...
"투자받으려면 70%는 완성해야 하는데, 70% 완성하려면 투자를 받아야 한다. 이게 돌고 돌다가 끝났어요."
이 개인적인 작업들을 통한 상업적 성공은 아직 한 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19살로 돌아간다면 뭘 할 거예요?"
그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무조건 중학교 때부터 개발을 공부할 거예요. 입시 미술은 1년만 하면 되니까, 대학은 미대를 가되 부전공으로 컴퓨터 공학을 할 거예요."
왜 미대냐고 물으니 그는 웃으며 답했습니다.
"미대가 예쁜 학생들이 훨씬 많아요."
사진은?
"똑같이 합니다. 필름 카메라로 찍고, 암실에서 현상하고, 사진 동호회 만들고. 그때 그게 너무 재밌었거든요."
개발은 무조건 빨리 시작하고, 사진은 그대로 유지하고. 그리고 몇 가지 더하자면,
"술 더 먹고, 공부는 더 하지 말고, 여자 친구들 더 많이 만나보고.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에 더 빨리 가볼 것 같아요."
제가 가장 궁금한 걸 물어봤습니다.
지금 대학생이 개발을 배운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I로 개발을 배워야 돼요. AI로 뭔가를 만들려고 하면 안 되고요. AI한테 개발을 배운 다음에, AI를 '이용'해서 만드는 거예요."
그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자신이 만들 줄 알아야 AI한테 시킬 수 있다. 만들 줄 모르면 AI가 잘못 짠 걸 못 봅니다. 엉뚱한 코드가 와도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코드가 박살 나는 겁니다.
"AI를 먼저 배우는 게 아니에요. AI로 개발을 배워야 돼요. 근데 개발 배우기에는 AI가 너무 좋아요."
AI한테 배우는 과정 자체가 AI와 소통하는 법을 익히게 합니다.
그리고 AI한테 일을 잘 시키려면 개발자적인 언어로 얘기해야 합니다.
"이과적으로 얘기(프롬프트 작성)해야 돼요. 문과적인 말로 얘기하면 결과물이 추상적으로 나오거든요."
기성 개발자들은 이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신입이 AI로 배우고 AI와 함께 만드는 걸 습득한다면?
"굉장히 좋은 역량이 될 거예요."
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무조건 개발은 본인이 자기 손으로 할 줄 알아야 돼요. AI는 제가 이미 할 줄 아는 거를 빠르게 하는 것뿐이에요."
이야기 막바지에 문득 그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행복하냐'구요.
"지금보다 행복하길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늘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요.
통장에 50만 원 남으면 그때 일을 구합니다. 회사가 없어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결혼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가... 실은 내년 초에 결혼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결혼반지까지 만들었고 그걸 열쇠고리에 끼워서 다닙니다.
"반지를 잘 잃어버리거든요. 손에 하든 열쇠고리에 하든 제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건 똑같잖아요."
20년간 서울에서 자취했는데 부모님은 집에 한 번도 안 오셨습니다. 군대 면회도 안 오셨습니다. 인천에 사시는데도요.
"너는 너 인생, 내 인생은 내 인생. 근데 너 인생 위험해지면 내가 뒤는 봐줄게. 근데 알아서 살아."
이렇게 키우면 자기처럼 된다고 그는 웃었습니다.
그의 꿈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며 사는 것입니다.
휴가 때마다 프랑스에 갑니다. 왜 프랑스가 좋은지 물으니 딱히 모르겠답니다. 그래도 잠시 생각하더니 '그냥 물도 잘 맞고 음식도 잘 맞아서'랍니다. 프랑스어는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개인적으로 만들고 있는 뭔가 하나가 잘 돼서 그걸로 돈을 벌면서 살고 싶어요."
개발은 사진을 찍기 위한 수단입니다. 사진이 일이 되면 찍기 싫은 걸 찍어야 하니까요. 찍고 싶은 것만 찍기 위해 개발을 합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사진을 찍는 일이에요."
지금까지 찍은 사진이 몇만 장입니다. 그중 전시할 수 있는 사진은 10장 정도일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만족스러워 보였습니다.
만드는 과정이 좋으니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문득 생각했습니다.
곽동규 님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개발자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매우 특이한 케이스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서 본질적인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AI가 바꾸는 건 도구입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레고를 조립하던 아이는 여전히 코드를 조립합니다. 설명서를 따르기 싫어하던 사람은 여전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듭니다. 완성품보다 과정을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찍기만 하고 출력하지 않습니다.
AI는 그저 더 빠른 레고 블록일 뿐입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그가 계속 강조했던 이 말을 다시 떠올립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오히려 더 진실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