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심야 토크 '달빛 공동묘지에서 이야기를 꺼냈네'

아들에게 들려주는 B급아빠의 귀신님 인터뷰 섭외기(2)

by 노창범

* 삽화 : 둘째아드님


<이전 이야기 요약>

7월의 어느 금요일 밤, 첫째가 등장하는 가위에 눌려 바둥거리다 깬 B급아빠, '달아난 잠이 돌아올 때까지'라는 핑계로 라면 야식과 함께 두 아들에게 기자 시절 귀신을 인터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화를 들려주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습격으로 강제 해산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feat. 아내의 등짝 스매시 '퍽' '퍽')



아내의 등짝 스매시 연타로,

7월 어느 금요일 밤, B급아빠의 가정에 이제야 진정한 '한밤'이 찾아왔다.


아들들은 라면과 복잡스러운 이야기에 포만감을 느끼며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B급아빠와 아내는 커피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내는 커피 두어 모금을 마시고 나서야 손에 맺힌 등짝 스매시의 위협을 거뒀다.


"애들 잠 못 자게 왜 쓰잘데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아니, 거실에서 자다 첫째가 등장한 가위에 눌렸다 겨우 깼는데, 진짜 첫째가 가위에 대해 궁금해해서 말이지. 여하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길어져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아니 인터뷰하려던 그 시절 얘기까지 갔네. ㅎㅎ 요약하자면 이런 얘기였어. (떠벌떠벌)"


(이전 글 참고)

https://brunch.co.kr/@nohchangbum/30


"그래서 어떻게 됐지? 예전에 한 번 들었던 것 같은데... 뭐 커피 탓에 잠도 깨버렸으니 하던 얘기, 마저 해봐."


B급아빠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기뻤다. 그는 평소엔 과묵하지만 한 번 시동이 걸리면 꺼낸 이야기는 끝을 봐야 하는 수다쟁이 스토리 텔러로 변했다.


B급아빠는 커피 한 모금을 크으게 들이킨 뒤 남은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귀신 인터뷰 섭외를 진행하던 우리 임파서블 인터뷰 팀은 위기감을 느꼈어. 이러다 귀신 근처도 못 가보고 마감을 맞이하게 될 것 같았지. 그래서 강력한 한 방을 꺼내 들었어. 그건 바로 귀신들의 근거지를 찾아가는 것, 즉 한밤의 공동묘지행이었어. 아빠는 분신사바에서 이탈한 한 명을 뺀 팀원 전원을 소집했어. 총 다섯 명이었지. 그리고 밤 9시가 지나 우린 망우리 공동묘지로 향했어. 낮 동안 꽤 많은 비가 왔다가 그친 뒤라 대기 중에 습한 기운이 가득한, 하지만 하늘엔 구름 사이로 크고 흰 달이 빛나는 여름밤이었지."


"헐~ 무섭지 않았어?"


"말이라고? 당연히 무서웠지! 그런데 막내 기자에겐 편집장님의 서릿발 같은 한마디, 재미없네... 과연 이게 최선을 다 한 결과야? 란 말을 듣는 게 더 두려웠어. 허허... 우린 망우리 공동묘지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갔어. 낮 동안 온 비로 길은 질퍽거렸어. 그나마 비가 그쳐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비 오는 공동묘지에서 몇 시간을 보낼 뻔했어."


"헐~ 공동묘지?"


방으로 들어갔던 첫째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등장했다. 잠이 안 온다며 같이 앉아 이야기를 듣겠단다.


"들으면 잠이 더 안 올 텐데 괜찮겠어?"


"나 귀신 안 무서움. ㅋㅋ"


"여하튼! 그곳, 밤의 공동묘지는 참 고요했어. 바람 한 점도, 인기척도 전혀 없었지. 우린 공동묘지 초입에 있는 어느 무덤 근처에 자리를 잡았어. 돗자리를 가져온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지. 덜 젖은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모두 둘러앉았어. 장소가 공동묘지만 아니었다면 낭만적인 밤의 피크닉이랄까? 그리고 한 10분 정도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서 실없는 농담으로 시간을 보냈어. 그런데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휘영청 떠오르고 그 달빛에 반사돼 공동묘지 전체가 환하게 빛나는 순간, 우린 한동안 말을 잃었어. 눈앞에 가득 펼쳐진 봉긋한 무덤들, 그제야... 이곳이 공동묘지라는 걸 실감한 거지."


"아..."


"그때 정적을 깨뜨린 건 한 친구의 가방에서 나온 소주 몇 병과 새우깡이었어. 그 초록병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지. 그런데 한 20분 동안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비워가다 툭 튀어나온 누군가의 한 마디에 모두 고민에 빠져 버렸어. 그냥 여기 이렇게 있으면 귀신을 만날 수 있는 거야?라는."


"그럼 어째?"


"뒤이어 저... 귀신 얘기를 하면 귀신이 모여든대...라는 말이 또 다른 친구의 입을 통해 나온 순간, 아빠 팔뚝에는 스윽 닭살이 돋았어. 평소에 이런 공간, 이런 분위기에서 그런 말을 하면 방정맞다며 닭살 돋은 닭발, 아니 손으로 뒤 퉁수를 갈겼겠지만, 그땐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 우리에겐 그게 귀신을 만나 인터뷰를 섭외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거든."


"와~ 비장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돌아가면서 귀신, 혹은 무서운 경험담을 담담히 꺼내놓기 시작했어.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우리는 힐끔 주위를 둘러봤지. 혹시나 그들이 왔나 해서..."


"왔으면, 인터뷰 섭외를 할 수 있었을까? 정말?"


"그치. 난감한 상황이었어. 이 모든 게 귀신이 오길 바라며 하는 일이었지만 막상 온다면? 으아~ 이 옴짝 달짝 못하는 상황에서 무서운 이야기들은 점점 분위기를 묵직하게 만들어갔지."


"아빤 그때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한 이야기, 해줄까?"


"난 안 들을래. 들어가서 잘 거야. 벌써 몇 시야! 얼른 자!"


아내는 미련 없이 퇴장했다. 그녀는 이런 이야기가 남기는 찝찝한 여운을 싫어했다.


"난 들을래. 얼마나 무서운지 함 보자고~"


첫째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엉덩이를 깊숙이 디밀어 매우 안정적인 청취자의 자세를 취했다.

어라? 아직 관객이 남아있었네? 그럼 최선을 다해야지!




B급아빠의 달빛 이야기(1)

엄마와 아이들은 허공의 나를 지켜봤다


"아빠의 첫 이야기는 여섯 살 때야. 그때 여동생, 즉 너희 고모가 태어났지. 그렇게 바라던 늦깎이 막내딸이라 아부지는 귀한 이름을 붙이려 유명한 작명가를 수소문한 끝에 어느 시골마을에 사는 용하다는 작명가를 찾으셨지. 그리고 형(큰아빠겠지?)과 아빠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그곳으로 향하셨어."


"우리 할아버지가 라이더? 그리고 어떻게 오토바이에 셋이나 타지?"


"응, 상상이 안 되지? ㅋㅋ 형은 연료통에 아빠는 뒷자리에 탔지. 뭐 둘 다 쪼그맣던 때라. 여하튼! 작명가가 지어준 이름에 만족하신 아버지는 작명가에게 술을 대접해 드렸는데... 아부지도 그 자리서 몇 잔 드신 거야.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지."


"헉! 할아버지가 음주운전을?"


"쉿~! 뭐 한두 잔 드셨다고 하는데... 몰라~ 여하튼 그런데 시골 좁은 도로에서 맞은편으로 커다란 덤프트럭이 좀 빠른 속도로 달려왔나 봐. 아부지는 당황해 방향을 튼다는 게 그만, 쾅! 가로수를 들이받은 거지."


"으악!"


"깜짝이야! 왜 네가 소리를 질러! 셋은 소리를 칠 겨를도 없이 부웅 날아올랐어. 그런데 그 공중에서의 시간이 정말 천천히 흐르는 거야. 뜬 채로 길 맞은편을 '살펴'보니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집 몇 채가 있었고 그중 한 집 마당에서 젊은 남자 둘이 사고 순간을 목격하고 놀라는 모습이 보였어. 그리고! 시선을 올려보니 허공에선 아빠를 내려다보는 세 사람이 보였어. 얼굴이 하얀, 정말 하얀 어느 여자와 두 사내아이들. 그들은 엄마와 아이들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러고는 쿵. 떨어져 정신을 잃었어. 다행히 떨어진 곳이 도로 옆, 푹신한 밭이었기에 세 부자는 크게 안 다치고 얼마 후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 그런데 아빠가 허공에서 봤던 두 젊은이가 진짜 곁에 와 있었어. 그들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켰는데 다행히 오토바이도 사람도 크게 망가지거나 다치지 않았어. 우린 다시 그 오토바이를 타고 털털거리며 집으로 돌아왔지."


"다행이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에서 어느 부분이 무서운 거지?"


"넌 아빠를 잃을 뻔한... 아니 네가 태어나지 못할 뻔한 거야! 너무 무섭지 않아?"


"어, 별...로 ㅎㅎ"


"세 부자는 집에 무사히(?) 도착해 저녁을 먹고 일상적인 저녁을 보내... 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빠는 크레파스와 흰 종이를 준비해 허공에서 본 세 모자를 그렸어. 그날은 그렇게 끝났는데 그 이후로 친구들과 무서운 경험 이야기할 때는 그 사고 이야기를 했거든. 그러다 대학교 때 갑자기 의문이 든 거야. 세 모자를 그렸다는 거, 혹시 자꾸 이 이야기를 반복하다 아빠가 뭔가 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추가한 가상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허공에서 그런 존재를 봤다는 것도, 또 그걸 집에 와서 그렸다는 것도 분명 비정상적인 경험이었으니까. 사실 사고가 있던 날 이후 십몇 년 동안 그 그림을 본 적은 없었거든, "


"오~ 주작각!"


"그래서 대학 시절 어느 방학 때 고향집에 내려와 어무니에게 여쭤봤지. 그날 내가 정말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어무니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셨다가 결심한 듯 안방 장롱을 열어 오래된 내복 상자를 꺼내더니 열어보라고 하셨지. 아빠는 설렘 반, 불길함 반을 느끼며 상자를 열었는데 그 안에는 아빠가 어렸을 때 그린 몇 장의 그림이 있었어. 그리고 그중에 정말 세 모자가 그려진 그림이 있었던 거야. 내가 그렸다기엔 무척 낯선 느낌이었지만."


"와 진짜 그렸던 거네?"


"응. 그 그림을 보고 그땐 왠지 섬뜩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거 혹시 미래예지 같은 거 아냐? 너희랑 엄마가 등장한 거. 지금 가면 우리 못 만나, 가는 거 허락 못함. 이런 메시지?"


"ㄴㄴ! 엄만 얼굴이 하얗지 않잖아..."


"아... 인정."



B급아빠의 달빛 이야기(2)

사진을 본 순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다음은 아빠 초등학교 1학년 때 이야기야. 아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시골에서 자랐어.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커녕 컬러 TV도 흔치 않던 시절이었지."


"듣기만 해도 심심해~"


"아냐, 지금 너희가 게임 속에서 하던 일을 그땐 현실에서 했달까? 마을 곳곳을 헤매며 미지의 장소를 찾아다니는 게 그땐 가장 큰 즐거움이었지. 아빠의 모험 파티는 형과 형 친구들. 한 번은 동네서 산불을 내기도 해서 무지 혼났어."


"마을의 빌런들이었네. ㅉㅉ"


"흠... 그런데 어느 날은 모험의 영역을 넓혀서 마을 근처 낯선 산에 올라간 적이 있었어."


"오~ 맵 확장!"


"헉헉대며 올라가다 보니까 산 중턱에 초가집 한 채가 있는 거야. 집 절반은 불에 타 있었고 왠지 음산한 기운이 집 안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지. 하지만! 네댓 명 시골 초등학생 파티에게 그런 불길함은 그저 호기심 촉발제일 뿐! 우린 슬금슬금 집 안으로 들어갔어. 아빤 사실 좀 무서웠지만, 혼자 밖에 남아있는 게 더 불안해 함께 들어갔지. 그런데 불탄 흔적이 있고 잔뜩 어지럽혀진 안방 바닥에서 증명사진 한 장을 발견했어.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의 증명사진이었는데 절반이 타고 절반은 남아있었지. 왠지 그 사진에 끌려, 쪼그리고 앉아 그 사진을 찬찬히 보고 있는데, 순간 확실히 느꼈어."


"무엇을?"


"사진 속 그녀와 눈. 이. 마. 주. 쳤. 다. 는 느낌적인 느낌!"


"뜨악!"


"그녀는 말을 거는 거 같았어. 아마도 꺼져!라는? 움찔한 순간 집도 약간 움직이는 느낌이었어. 겁에 질린 아빠는 사진을 던친 채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어. 아빠의 외침에 놀란 초딩 파티원들도 집 곳곳에서 뛰쳐나왔어. 다들 긴장한 상태였는데 아빠의 외침이 스타트 신호 같은 역할을 했나 봐. 모두 빠져나와 집에서 몇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모여 서 있는데!"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아님, 한 명이 더 있었다?"


"집이 무너지기 시작한 거야. 불탄 부분부터. 우리는 다시 뒤돌아 소리를 지르며 산을 뛰어내려왔지. 한참 가다 흘낏 돌아봤을 때 집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어."


"사진 속 여학생이 아빠네 파티를 구한 건가?"


"아니, 그냥 우리가 너무너무 맘에 안 들었나 보지. 집을 포기할 정도로."


"역시 동네 빌런 끝판왕."


"..."



B급아빠의 달빛 이야기(3)

그날 이후 난 성당에 가질 않아


"이제 마지막 이야기야. 큰집 내려갔을 때 할머니 따라 성당 가봤지? 우리 집안은 천주교를 믿어. 뭐 사실, 어무니가 열렬히 성당을 다니시니 다들 따라가는 거지만. 그런데 아빠만 성당을 안 다녀. 이 이야기는 아빠가 성당을 다니지 않는 이유에 대한 거야."


"안물 안궁~"


"에잇! 그냥 들어봐~ 때는 바야흐로 형이 고3 때였어. 어무니는 형이 대학에 한 번에 철썩 붙기를 기원하며 성당에서 백일기도를 드리셨어. 그리고 형이 시험을 보러 간 날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동생 방에서 성모상과 촛불을 놓고 기도를 하셨어. 그날도 여느 학력고사(수능 이전의 입시제도) 날과 다름없이 흐리고 춥고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이었지. 아빠는 여동생과 안방에서 TV를 보는데 저녁 식사 때가 다 됐는데도 어머니가 식사를 준비하시는 기척이 없는 거야. 배가 고픈 난 어머니 뭐 하시나 동생 방에 가봤지."


"배고픈 건 못 참지!"


"그땐 아빠도 너 같았나 봐. ㅎㅎ 여하튼 동생 방은 불투명 유리로 된 미닫이문이었어. 문 앞에 섰는데 불투명한 유리에는 두 개의 촛불이 붉은 눈처럼 일렁이고 있었어. 그리고 '어머님 감사합니다'라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리는 거야. 왠지 심상치 않은 느낌에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


"열지 마!"


"이미 열었어. 사실 그 방 전등을 켰으면 무서움이 덜했겠지만 당황해서인지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더라. 방 안에 펼쳐진 광경은..."


"안 들려, 안 들려, ㅏㄴㅁ롬조히ㅗㄴ맘포"


"어무니는 두 개의 촛불 사이에 서 있는 성모상을 향해 계속 절을 하고 계셨어. 어머님 감사합니다.라고 높은 톤으로 말하며. 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서 있다가 어무니의 눈을 봤는데 순간 그 눈이, 내게 익숙한 어무니의 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뒤 이어 시선이 간 성모상은 일렁이는 촛불 때문이었는지 움직이는 것, 살아있는 것으로 느껴졌지. 아빤! 방을 뛰쳐나왔어."


"할머니 어떡해..."


"아빤 동생을 자전거에 태우고 성당까지 한달음에 달려갔어. 그리고 성당에 동생을 내려놓고 수녀님을 찾아 자전거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어. 어무니는 같은 상태였지. 수녀님은 어무니를 찬찬히 살펴보시더니 어무니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를 시작하셨어. 어무니는 여전히 어머님 감사합니다를 반복하시고. 그러길 20분쯤 지났을까? 어무니가 갑자기 수녀님을 휙 돌아보고 뭐라고 하시더니 그대로 기절을 하신 거야. 그리고 두어 시간 만에 깨어나셨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대. 얼마 뒤 형 합격자 발표날에는 묵주를 돌리며 버스를 타고 발표를 보러 학교에 직접 가시는 길에 갑자기 묵주 끈이 끊어졌대. 어무니는 결과도 안 보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셨고 여지없이 형은 낙방했고. 아빤 그 뒤로 성당에 가질 않았어."


"이건 좀 무섭... 내가 아는 사람들이 등장하니."


"그 뒤로도 성당에 다닐 기회는 있었어. 대학에 다니기 위해 혼자 서울로 오니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어무니는 아빠 학교 근처에 사시는 고향 친구분을 소개해 주셨어. 그분도 독실한 가톨릭 신자셔서 내게 성당에 다니며 사람들을 사귀는 걸 권하셨지. 그땐 뭐 이제 괜찮겠지 싶었어. 그래서 교리 공부를 해 세례를 받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성당을 찾았는데 음... 그때마다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 거야."


"이번엔 또 뭐야."


"아빠가 인식하는 성당의 안과 밖, 이 경계를 넘으면 바로 온갖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욕설, 음담패설 그런 내용을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줬지. 처음엔 무시했어. 그냥 일종의 트라우마겠거니 해서. 그런데 그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거야. 그래서 학교 근처 성당에 다니는 걸 포기했어. 시간이 지나 군대에 가니 주말에 종교활동 시간이 있어 성당, 교회, 절 셋 중에 한 군데를 택해 다녀야 했는데 아빤 다시 성당을 택했지. 그런데... 그곳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더라. 딱 성당의 구역으로 들어가면 이상한 소리들이 덮쳤어."


"어 그런데 우리 작년 크리스마스에 갔었잖아, 성당."


"그거, 실은... 너 때문이야!"


"엥?"


"엄마가 너 임신했을 때, 종종 뱃속에 네가 잘 있는지 검사를 했는데, 어느 검사에서 기형 위험이라는 결과가 나왔어. 관련해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내가 좀 기형적으로 키가 크긴 하지."


"그건가? 허허.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그땐 엄마와 아빤 정말 심각했어. 뱃속의 네가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면 그냥 낳는 게 맞는 것일까, 포기를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였어. 매일 그 일로 울기도 하고 다투기도 했어. 결국 며칠 뒤 정밀검사를 받고 나온 엄마와 아빠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바로 집으로 갈 수가 없겠더라. 누구든, 어떤 존재든 붙잡고 빌고 싶었어. 제발 아이가 무사하기를... 그래서 택시 기사에게 집 근처 성당으로 가 달랬어. 그리고 성당에 도착해 지하의 기도실에서 엄마 아빤 열심히 기도를 했지. 한 시간 후쯤 성당을 나오는데... 그때 깨달았어. 이젠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검사 결과는 지금의 나겠네?"


"응. ㅎㅎ 정말 다행이지."




"아, 그런데 기사는 어떻게 됐어?"


"그렇지. 그 얘기하고 있었지. 모두들 몰입해서 자신이 겪은, 또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쏟아내다가 정신 차려 보니 한 친구가 없어진 걸 알게 됐어. 어딨나 두리번거리다 보니 공동묘지 꼭대기에 그 친구의 실루엣이 보였어. 무려... 달빛 속에서 춤을 추고 있더라고. 그리고 한참을 술에 취해 공동묘지 구석구석을 헤매는 그 친구를 잡기 위한 추격전이 펼쳐졌지. 그것으로 끝. 뭐 어차피 <임파서블 인터뷰>였으니까. 그래도 우린 최선을 다했어!"

귀신님 인터뷰 섭외의 결말_둘째아들 손그림



"그런데... 아빠. 우리 지금까지 귀신 얘기한 거잖아.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도 귀신, 모여든 거 아냐?


"헉..."


둘 사이에는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B급아빠는 입을 얼었다.


"아들아, 오랜만에 같이 자자..."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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