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백예린 콘서트 ‘Square' 후기
지난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백예린 솔로 단독 공연 <Square>가 개최되었다. ‘The Volunteers’로서나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꾸준히 만날 수 있었지만, 단독 공연으로는 2020년 2월 진행했던 <Turn on that Blue Vinyl> 이후 약 3년 만에 찾아왔다. 솔로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또 다르기 때문에 팬들 역시 큰 기대감으로 단독 공연을 기다려왔다. 또한 이 공연을 시작으로 5~6월 <Yerin Baek Asia-Pacific Tour>, 즉 아시아 투어가 시작되었는데, 자카르타, 타이베이, 도쿄, 오사카, 오클랜드, 브리즈번, 멜버른, 시드니, 마지막으로 방콕까지 총 10개의 도시에서 팬들을 만났다. 작년 미주 투어 이후로 두 번째로 해외 팬들을 찾아갔고, 이에 부응하듯 일본, 호주, 방콕 등의 공연 티켓이 매진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독보적인 음색과 감성, 백예린만의 분위기를 쫓아
싱어송라이터로서 백예린은 마치 노래로 말을 건네 듯 자신만의 색이 짙은 앨범을 꾸준히 발매했다. 사실 귀를 확 사로잡게 만드는 일종의 ‘자극적인’ 음악이나 ‘강렬한’ 음악을 내세우는 아티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두 소절만 듣더라도 ‘아, 이거 백예린이 부르구나.’ 알 수 있다. 일단 목소리가 독보적이다. 개인적으로 축축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편안함을 주는, 감성에 늘 푹 젖어 있는 축축한 목소리다. 마치 감정이라는 물 속에 잠긴 것처럼. 그 목소리가 주는 동요와 울림이 백예린 음악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꾸준히 작업을 같이 하는 ‘구름’ 등의 영향도 작지 않아 음악 스타일 역시 ‘백예린’스러운 색깔이 있다.
이번 단독 콘서트에서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눈을 사로잡은 것은 조명 연출이었다. 이전의 ‘The Volunteers’ 공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연출에 있어서 조명을 아주 섬세하게 활용한다. 솔로 콘서트의 경우 특히 댄스 퍼포먼스가 없는 아티스트의 경우 무대가 텅 비어보이거나 허전할 수 있는 약점을 갖게 된다. 조명을 비롯한 꼼꼼한 연출과 구성을 통해 실내 공간 콘서트와 야외의 페스티벌 그 사이의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무대와 공연장 모두 자신만의 색깔로 물들였다.
DO NOT SQUARE ME!
‘Square’가 백예린에게 갖는 의미는 단순히 대표곡은 아니다. 그걸 백예린은 공연을 통해 시원하게 드러내고 가시화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좁은 ‘Square’에 갇힌 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곡 두 곡 목소리로 공간을 채워가면서 그 공간은 점점 넓어졌다. Square 밖으로 나온 백예린은 더 나아가 쪼개지는 날카로운 직선을 넘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공연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 “DO NOT SQUARE ME.” 모순적이게도 이 콘서트의 타이틀은 ‘Square’이다. Square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공연은 Square로 시작해서 Do not square me 로 끝날 수 있었다.
‘물고기’를 부르며 백예린은 우리를 자신의 어항으로 초대했다. 음악이 시작되자 목소리와 밴드사운드를 입은 공기의 흐름도 물처럼 일렁이는 듯했고, 공연장이 정말 하나의 어항처럼 느껴졌다. 백예린의 어항 속은 마치 바다 같았다. 그곳에서 유유히 헤엄치다 보면 굴곡진 바깥 세상은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졌다.
당신과 영원을 맹세할게요.
하얀 장미의 꽃말이다. 응원봉이 없는 아쉬움을, 백예린만의 센스와 낭만으로 채워주었다. 특별한 날에 특별함을 더 더할 수 있도록. 팬들은 한 손에 백예린이 직접 준비한 하얀 장미를 한 송이 쥐고 설렌 발걸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아무 말없이 건넨 하얀 장미 한 송이는 팬들에게 말을 건네는 백예린의 수줍음과 퍽 닮았다.
첫 번째 콘서트 이후로 발매한 2집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트리스트와 오직 백예린만을 위해 구성된 연출로 처음부터 끝까지 백예린과 팬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또한 댄스 퍼포먼스와 미발매곡 무대를 준비하고, 정식 세트리스트에는 없는 곡을 짧게나마 불러주는 등 팬들을 고려해 세심하게 준비한 공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 온 밴드와 함께 하는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3년 전 예사홀에서 마주했던 백예린은 그 때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었지만 더욱 성숙해진 아티스트로 돌아왔다. 계속해서 도전하며 더욱 완성도 있는 공연을 만들어가고, 자신만의 음악을 이끌어가는 백예린의 다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시들지 않을 하얀 장미처럼 여전한 여운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