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비앙 로즈(La Vie en Rose)
유럽 여행 스케치
거실 식탁 옆 테이블 위에 에펠탑 오르골이 있다.
몇 년 전 파리 여행에서 사온 기념품이다.
집으로 가져온 그날, 둘째아이 손에 의해 테엽감는 부분이 망가져
소리없이 제자리에 멈춘 에펠탑을 속상한 마음으로 바라만 보다가
얼마 전에 번뜩 떠오른 주먹구구식 시술로 소생시켰다.
생명을 얻은 에펠탑이 다시 빙글빙글 돌아간다.
에펠탑 오르골을 볼때마다 그때의 여행이 생각난다.
기가 막히게 날씨 운이 좋았던 그 여행은
아빠의 칠순기념 여행이었다.
남들처럼 패키지로 보내드리고 말자는 나를 남편이 설득해
처음으로 엄마아빠와 함께 해외여행을 갔다.
유럽이 처음인 나이 드신 부모님, 특히 고집 센 아빠와
6살 어린 아이를 동반한 여행에 우여곡절이야 많았지만
다큐멘터리 같은 고된 일상을 벗어난
그날, 그곳에서의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너무나 눈부셔서
아직도 가끔 사진을 꺼내 본다.
점점 흐려져가는 기억이 아쉬워 뒤늦은 여행기도 끄적여보고.
여행기를 적으며 깨달았다.
아빠의 70년 인생을 위해 떠났으나
유럽 곳곳에서 부모님의 인생과 의미를 돌아볼 수 있었던,
누구보다 내가 가장 많이 채워온 여행.
함께 가자고 손 내밀어 준 남편에게 늘 고맙다.
여행한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나
그때도 체력의 한계를 보이던 엄마와 아빠는
요즘 더 자주 편찮으시다는 소식이 전화를 타고 들려온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게 남았을 오늘,
돌아보는 당신들의 인생은 어땠을까?
오르골이 들려주는 'La Vie en Rose'처럼
장미빛이 가득한 인생은 아니었겠으나
잿빛 회한만 가득한 삶도 아니길,
나라는 존재가 당신들에게 기쁨의 한조각이 되었길...
더하여 다시 춤을 추고 노래하는 에펠탑 오르골처럼
엄마와 아빠도 여기저기 닳아가는 몸을 조금씩 다듬어
가능한 오래오래 곁에 머물러 주면 좋겠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에펠탑에 지난 여행을 추억하는
흐린 일요일 그림단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