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꽃집을 찾습니다.

꽃을 사는 즐거움

by 노현지


가끔, 꽃이 사고 싶을 때가 있다.
두 팔로 한아름 안아야 하는 크고 화려한 꽃다발 말고
누런 소포종이로 수수하게 둘둘 말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다발.
꽃은 노란 소국, 양은 반단 정도가 좋겠다.
내가 가져도 기쁘겠으나
몇일 전에도 보고 또 보는 지인에게
'오는 길에 주웠다' 같은 느낌으로 무심하게 툭 건네거나,
'짜잔~' 호들갑을 한껏 섞은 생색을 부리며
아무 날도 아닌 그의 날을 즐겁게 장식해도 좋겠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꽃선물을 받은
지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숨겨지지 않으리라.
지난가을 그렇게 몇번의 웃음이 꽃처럼 피는 얼굴들을 만나며 내 손으로 꽃을 사는 기쁨을 알았다.

다시 소국이 피는 계절.
누군가를 만나진 못하겠지만 꽃 사는 기쁨을 느끼고 싶어
나를 위한 꽃을 찾아 새 동네를 빙돌았다.
없다.
낡은 아파트를 싹 밀고 새단장한 이 동네엔 아직 꽃집이 보이지 않는다.
임대료가 비쌀 새동네에 꽃집은 쉽게 들어서기 힘든 업종일듯 하다.
나만해도 꽃을 사는 기쁨을 이제 겨우 깨달은 데다가
그러고도 꽃을 사는 횟수가 일년에 몇번으로 손에 꼽히지 않던가.

예전 동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했던,
바삐 꽃포장을 하는 와중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을 너무 안 산다고
외국과의 문화를 비교하며 안타까워 하시던
노부부의 동네꽃집이 아쉬워졌다.
아이의 졸업꽃 입학꽃, 지인의 이사축하꽃,
친구에게 줄 문득생각나서꽃 등 대부분의 꽃을 샀던 꽃집.
나이 지긋한 주인 부부의 포장은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한 감성을 담은 포장에 비할바 못되지만 연륜이 쌓은 나름의 확고한 방식이 있었다.
아이보리색 비닐 2장과 짙은 컬러 비닐 2장의 콜라보.
그리고 주먹만한 리본으로 마무리.
소국 반단을 누런 소포종이로 둘둘 말아줄 것을 부탁하자
고개를 가웃거리며 '진짜 이것이면 되느냐' 재차 물으시더니
할아버지는 끝내 주먹만한 왕리본을 꽃다발에 달았다.
가는 마끈이나 스웨이드 끈은 없느냐 조심스레 물으면
"그래도 선물인데 이 정도는 달아줘야 돼!"
포장은 조금 부족해도 꽃가격과 인심은 넉넉했다.

언젠가 이 새로운 동네에도
쌀쌀한 가을바람에 소국 반단 살 수 있는 꽃집이 생길까?
살 수 없으니 더욱 감질나는 꽃을 사는 기쁨.
만날 수 없어 더욱 그리운 마음을 전하는 즐거움.
누군가에게 노란 소국 작은 다발을 전하고 싶은
잔잔한 일요일의 그림단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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