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까지의 취향
"같이 쌓고 싶은 우리의 취향"
일주일에 한 번 아이가 학교에 간 귀한 자유시간을
동네 정형외과에서 어깨 물리치료를 받는 데 다 썼다.
병원을 나서며 올려다 본 파란 하늘이 시리게 울적했다.
아직 40년도 온전히 못 썼는데
벌써 어깨와 무릎관절에 고장이 잦다.
몇년전 퇴사 직후 찾아온 딱히 치료법도 없다는 루프스는
일상의 움직임에도 쉽게 통증의 알람을 삑-삑- 울려댄다.
언제까지 동글동글하게 윤기날 줄 알았던 내 탐스런 홍옥을
세월이란 녀석이 콱 깨물어 먹고 내뺀듯하여 억울했다.
누구나 같은 속도의 세월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빠르게 닳아질 필요가 있을까 또 억울했다.
걱정이 많아 제대로 고삐를 풀어본 적도 없는 삶인데...
잘 고치고 달래서 보란듯이 100살까지 살아야겠다고
누구에게 보라는 것인지 모를,
전에 품은 적 없던 장수의 꿈을 다졌다.
카톡을 열어 병원의자에서 기다리며 찾아둔
레오파드 무늬 스커트 사진을 친구에게 보냈다.
마흔이 되어서야 레오파드에 눈길이 간다는 친구였다.
같이 이 스커트를 사자고 했다.
카톡을 열어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그리고 같이 100살까지 살자고 했다.
"나는 그냥 엄마아빠 보다만 길게 살래."
스커트의 무늬가 너무 레오파드 같아 못 사겠다고,
그리고100살까지 살기도 버겁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열심히 살지 말고 그냥 살자고 했다, 100살까지만.
머리에 빨간끈을 질끈 묶고 결연하게 주먹을 쥔 이모티콘을 보내며 늘 하던대로 친구에게 떼를 썼다.
"싸우자는 거냐. 100살까지 살기 싫다고..."
불현듯 아득해졌다.
마지막 세 개의 점 사이로 죽음의 그림자가 흐른다.
친구가 어두운 강 너머로 홀로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에게 드리운 먼저 간 동생의 그림자가 깊어
더이상 목숨 길이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같이 놀자는거지.
나 마트에서 짜사이를 샀는데 망했어.
마라탕 맛이 나서 못 먹겠어. 한 병이나 되는데 버려야겠어."
"마라탕은 못 먹는구나. 새 건데 아깝다..."
세 개의 점이 다시 가까이로 왔다.
친구도 강의 이 편으로 왔다.
친구와 아직 요즘 유행하는 마라탕의 취향도 나누지 못했다.
먹지 못한다는 취향도 시간을 나누어야 전할 수 있는 것.
짜사이를 좋아하지만 마라탕은 싫어하는 나의 취향을
마트에서 가격도 안보고 병째로 사온,
곧 버려질 짜사이를 빌어 알려 주었다.
100살까지 그렇게 전하고픈 나의 취향이 많다.
알고 싶은 친구의 새로운 취향과
같이 쌓고 싶은 우리의 취향도.
그러니 친구야, 100살까지만 같이 놀자.
하나만 남으면 너무 외롭다.
나의 몸도, 너의 빈 마음도
또 다가올 날들도 우리 같이 메꾸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