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끝에 맴도는 볕이 동글동글하다.
가지 사이를 스치는 바람은 순-하다.
목련은 보송한 꽃망울을 하얀 맹세처럼 피워내고
매화는 겨우내 시리게 품었던 단(丹)심을 애틋하게 틔운다.
호기심 많은 노오란 봄꼬마들은 쪼로록 한 줄로 서서
거리마다 목을 길게 빼고 세상구경 삼매경에 한창,
조심성 많은 진달래는 세상의 소란을 피해
뒤편 기슭에서 곱고 찬찬한 꽃분홍 얼굴을 내민다.
초록의 잎보다도 꽃으로 먼저 마중하는 이른 봄꽃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봄을 기다리는
우리 마음처럼 설렌다.
포근한 볕이 가득 찬 산책길을 걸어가다 아이가 멈춰 선다.
봄바람처럼 작고 보드라운 손을 뻗어
나의 볼을 가만히 감싼다.
“엄마는 봄처럼 예쁘다.”
내 마음에 진짜 봄꽃이 피었다.
이렇게 고운 말을 품고 있는 너도,
노랗게 물드는 나도,
봄처럼 예쁘다.
시린 계절을 견디고 봄을 기다리는
우리는 봄처럼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