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순간 떠도는 말

by 중앙동 물방개

"아, 그분..! 키 크고 안경 쓴 남자분이랑 간혹 오셨는데 그 남자분이 늘 콜라를 사가셨어요." "특별한 기억은 없는데.. 마주치면 인사를 잘하셨던 것 같은데.."


제삼자에게 나에 관해 묻는다면 그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상상해본다. 집 앞 편의점 주인에겐 콜라를 자주 사가던 남자 옆에 있던 사람, 경비원은 만나면 인사를 곧잘 하던 사람으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게 무엇이든 나는 들을 수 없는 환경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옆집 사람, 고등학교 동창 등 다양한 사람이 한 인물에 관해 자기 경험을 떠올려 저마다 말을 쌓는다. 그 한 인물은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에 나에 대해 남는 말, 오롯이 그것만을 위해 살진 않는다. 그럴싸한 평판과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은 한계가 있고 결국 실체는 드러난다. 아무리 돈이나 권력으로 입막음을 해도 송곳처럼 튀어나오는 갑질이 있듯, 예상하지 못한 부재로 각자가 경험한 그 사람의 성실과 따뜻함 또한 기어코 터져 나온다. 좋은 평이 남는 이는 아마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해오던 건 아닐 것이다. 만약 그렇다 해도 조금씩 노력해왔고 그게 10여 년 가까이 계속됐다면, 노력에 의한 체화라고 볼 수 있다.


타인에 지속해서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궁금하다. 그게 정말 평생 알려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지. 후자라면 자신이 타인에게 한 행동을 역으로 받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지. 아마 그런 의문을 한 번이라도 가진 사람이면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 이런 문제는 자기 객관화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오늘 먹은 음식이 내장 지방이나 손톱 등 어떤 형태로든 내 몸에 흔적을 남기듯 내가 평소에 한 언행은 구천을 떠돌다 내가 없는 순간에도 남아있다. 미간의 주름과 발가락의 모양 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듯, 평소의 사소한 태도가 모여 나이테를 만들어 간다. 그 나이테는 나를 비롯 타인에게도 남는다. 나는 어떤 나이테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적어도 나를 떠올렸을 때 누군가 심장을 옥죄거나 불쾌한 감정이 먼저 앞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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