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나를 소개하기 어려웠을까

N잡러로 살며 마주한 나의 ‘상태’

by 노금비

몇 년 간 나는 꽤 꾸준히 흐르는 대로 살아왔다.


이 말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불과 2년 전의 나는

‘흐르는 대로 사는 삶’을 꽤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래 2023년 11월에 썼던 글을 남겨둔다.)


https://brunch.co.kr/@nohkeumbi/48


하고 싶은 대로, 삘이 오는 대로,

소위 말해 ‘꼴리는 대로’ 즉각 실행에 옮겼다.

깊게 찍먹했다가, 또 빠져나오기를 여러 번.

그렇게 쌓인 나의 타이틀은 <N잡러>였다.

(한때는 십잡스로도 불렸다.)


브랜드 컨설턴트, 명상 지도강사, 디지털 마케팅 강사, 연극배우... + α


한때는 이 다양한 페르소나에 취해 있었다.

'날 뭘로 소개하지~?'

그 질문조차 즐기며 팔방미인 같은 기분에

은근히 으스대기도 했다.


그런데 또 한때는, 같은 이유로 한없이 작아졌다.

'날 대체 뭘로 소개한담…'
뭐 하나 제대로 내세우기 부족해 보이는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


재밌다.
둘 다 같은 과거를 가진 나인데,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나는 이렇게까지 달라진다.


한없이 커지기도 하고,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명상 지도 강사로서 ‘알아차림’ 훈련에는

나름 익숙한 편이라

이 변화들을 지켜보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수행과 훈련이 필요한 인간이었다.


정체성을 찾으려는 불안과 두려움의 차가운 온도와,
나 자체로서 온전하고 사랑스럽다는 따뜻한 온도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아주 새삼스럽게 깨닫기 시작한 게 있다.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을 하고 있느냐’보다
'내가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있느냐'라는 사실이다.


기분이나 감정 그 이상의, 나의 전반적인 상태.

평온하고 고요하지만

잔잔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묘하게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런 상태.


그 상태가 유지될 때 나는 하루를 잘 살고 있었고,
그 하루들이 모여 일상이,

그리고 곧 삶이 되는 것 같았다.


이건 목표의 문제가 아니었다.

속도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상태의 문제였다.


아직 이 상태를 어떻게 오래 머물 수 있는지까지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뭘 더 해야 할까’를 묻기보다

‘어떤 상태로 살 것인가’를

자주 되묻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 질문이,

내가 앞으로 쓰게 될 이야기들의 시작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