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을 보며 그리기
들판을 풀이 잠식하는 건 으레 그러한 일이다. 그가 아니면 누가 이곳의 주인이겠는가.
이른 봄에 연두빛 새순이 돋아 하나하나 올린 손을 붙잡아 일으키듯이, 엉겅퀴, 서양민들레, 아까시,나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냄새를 맡았다.
그러다 이내 며칠이 지나면 온 들판에 가득한 풀잎은 사방에 털이 난 짐승처럼 생동하며 들판에 바람을 일으킨다.
처음봤지만 처음 본 것이 아닌 존재들. 나는 불렀던 이름들을 모두 지워낸 채로 벌린 입술로 들판을 본다.
편편한 땅이 벽처럼 일어나 선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짐승이 되어 이동하기도 한다. 다시 서리가 내릴때까지 살아있다가 무너지겠지.
짐승의 털 선 등판을 보는 것처럼 생경하고 두려운, 여름이 온다.
(2025 초여름)
벽은 무르게 세워지고 무너지길 반복한다.
The wall is gently built and repeated collapses.
2022, Watercolored on canvas, 145.5 x 89.4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