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사실이라서
괜찮으세요?
많이 피곤해보이세요.
어서 들어가서 쉬세요!
라고 마무리 된다면 그래도 좋은 결론을 도출한 대화다 싶다.
얼굴색 밝게 화장을 한 날에도 즐겁게 산책을 하고 기분이 좋은 날에도 어김없이 듣게 되는 이 말은
그야말로 오래전부터 아마도 십수년 전부터 매일 혹은 이틀에 한번은 꼭 듣는 표현이다.
내가 너무 사람들의 평판에 신경쓰는 건가 싶다가도 그래도 나는 건강해보이고 싶었다.
풋사과같은 생기 넘치는 에너지가 나도 있는데
오늘 하루도 설레이며 살고 싶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오후 3시쯤일까 4시쯤일까...어떻게 보면 당이 땡기는 그 시점이랄까. 피곤한게 사실이라서.
많이 피곤해보인다고 누군가 말하면, 네 맞아요. 라고 말해준다. 어디 아픈거 아니에요?
아뇨 저 원래 이래요. 이 정도가 평균치에요. 괜찮아요. 라고 싱긋 웃어준다. 상대는 더 안쓰러워한다.
나의 피곤을 설명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어제 많이 못자서요. 아이가 아파서요. 요즘 일이 많아서요.
가까운 사이 일수록 구차하게 설명한다. 요즘 컴퓨터를 많이 해서 목이 뻣뻣해졌어. 스르레칭을 열심히 했더니 또 담이 왔어. 정형외과도 가고 재활병원도 가고 어제는 저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는데 괜찮더라. 오늘은 좀 나아진거야. 왜 자꾸 나를 피곤한 사람으로 볼까? 화장을 좀 더 해볼까? 눈을 좀 더 크게 떠볼까? 그건 좀 힘들긴한데...아님 내가 잘 안 웃니? 침울해보여서 그러나?
고도민감자 (HSP) 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얼마 전인데 그게 나를 어느 정도 해방시켜주었다.
건강해보이려고 노력하지 말자. 어짜피 난 고도민감자다. 라는 후련한 단념을 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고도민감자의 특징 중에 빛과 소리에 민감한 경우가 있는데 특히 나는 눈의 피로가 몰리는 편이라서
그 특징과 합이 잘 맞아버린다. 눈이 잘 충열되고 건조하며 눈을 반짝 크게 뜨고 있지도 않는다.
아 이제야 내가 왜 피곤한지, 왜 피곤한 것이 그리도 잘 티가 나버리는 것인지를 선명하게 알았다.
패배의 이유를 알 때에도 쾌감이 있으니까.
괜찮아 어쩔 수가 없어. 쉬라고 배려해주면 푹 쉬도록 하자. 난 항상 피곤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