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심연으로

영화감독 로버트 비버스와 사운드의 시네마 중심으로

by 노규오 noirora

한 시대 획을 그으며 감각의 세계를 구현한 실험영화의 거장 ‘로버트 비버스(Robert Beavers)’ 그를 영접하였다. <...의 노트에서> 촬영 방식과 영감받는 방법들을 물어보았는데, 그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가장 본질적인 요소로 여겼고, 다빈치 그림과 작가의 노트들을 메타포로 활용하여 일상에서 보이는 대비적인 공간과 상징들을 조합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6mm 무성 카메라로 먼저 촬영을 하여 이미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사운드를 후시로 작업한다는 방식이 흥미로웠는데, “보고 느끼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깊이 사유하라”는 그의 말과 함께 여러 편의 영화를 감상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소, 사물, 신체 일부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고, 반복되는 시퀀스와 넘나드는 사운드는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안에 있는 것 같았다. 현실과 화면 속, 내가 있는 실제 공간과 의식의 공간이 교차되고, 몸과 혼이 분리되며 붕 뜨는 듯한 나른하면서도 기분 좋은 트리거가 일었다. 그곳에 있는 것처럼 화면은 숨 쉬듯 움직였고, 구성과 숏의 리듬이 전환되는 순간마다 빛과 그림자가 흘러들며 자연스러운 연결로 신선한 공간감을 만들었다. 어느덧 잔잔하다가도 몽타주와 함께 훅 치고 들어오는 사운드는 전두엽을 두드리며 나를 감각의 심연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 트리거가 언뜻, 최근에 아트 시네마에서 본 ‘요한 판 더르 쾨컨 회고전’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그의 영화 <자유로운 브라스>, <얼굴과 시선>에서는 리드미컬한 컷 흐름들, 재즈스러우면서도 클래식한 듯 자유로우면서도 정제된 사운드와 내레이션의 교차가 화면을 ‘시처럼’ 만들었다. 나는 어느새 그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 여행자의 시선으로 단서들을 추적하고, 그 흐름 끝에선 그 공간의 분위기와 열기에 다다랐다.

익스트림 클로즈업 된 눈빛, 땀방울, 숨 막히듯 격렬히 움직이는 화면들. 그 안엔 열정적인 연주들과 희로애락, 삶, 죽음의 탄생이 병렬적으로 재구성되어 있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감각의 폭죽들, 그곳의 문화와 정서는 닿을 듯 말 듯 한 생동감처럼 다가왔다.

또한, 이번 전시 사운드워크컬랙티브&패티 스미스(Patti Smith)’ 에서는 위의 두 거장들과는 반대로, 여행지에서 녹음한‘사운드 레코딩‘에서 출발한 영상 작업 방식이 특히 인상 깊었다.

‘예술가의 탄생’이라는 영적 테마 아래, 아티스트이자 작가인 그녀는 소리로부터 기억과 상상, 감각을 불러내고 그로부터 이미지를 추출하며 공간을 창조했다. 그 과정 자체가 대서사시를 기리며 삶 위에 예술을 올리는 ‘신성한 방랑자’처럼 느껴졌다.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며 작업하려는 이 시점에서, 이번 만남은 내면의 감각들을 진동시키며, 시네마틱 한 언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사운드 레코딩의 중요성과 '화면을 감각으로 보는 것‘의 영역을 스며들듯 확장해 주었다.


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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