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채집 일지

자연으로 내려와 다시 숨 쉬다

by 노규오 noirora

<동동의 여름방학>을 보고 힐링된 나의 뇌는 사람과 사건 대신, 다시 자연의 땅으로 내려와 발밑의 흙, 공기의 질감, 장소가 품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최근, 긴장과 예민함 속에서 작은 흐름과 말의 결까지 분석하다 보니, 마치 끝없는 고공비행처럼 머리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었는데, 이를 현재의 숨과 소리 등의 감각에 집중하니 다시금 나를 지상으로 끌어 왔다.

매미가 울어대는 여름 거리, 빗방울이 도로를 두드리는 깊은 음, 나무가 스치는 바람의 살랑임, 최근 비바람이 왕창 쏟아지는데, 우산을 쓰고도 안 쓰느니 만도 못한 채, 등 뒤가 비에 흠뻑 젖어 질척이는, 그리곤 축 늘어진 긴 바지의 축축한 촉감^^^.. 그리고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한적한 골목을 지나가는 내 발자국 소리의 잔향,, 나는 잔잔하게 조금씩 채집해가며, 공간과 공간을 잇는 장면으로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것들을 감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 보았던 국내 테크 실험 영화 속, 표현방식 등이 떠올랐고, 그들은 무성영화 시대의 건설 현장과 대형 공장의 압도적인 이미지, 그리고 거대한 공간을 울리는 저음의 사운드로 특정 테마만을 다루었다는 것과 연상이 되며, 그와 유사했던 사운드 워크 작품 중 하나인, 2차 세계대전 이후 몇십 년 동안 꺼지지 않았던 전 세계의 산불을 기록한 장면이 떠오르며, 그 광활함과 공포, 그리고 묘한 비극적 아름다움이 내 기억 속에서 하나로 겹쳐졌다. 아....

또... 불... 상상했다고 자작자작 타는 내 감각은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 골목을 가르는 오토바이의 굉음으로 초점이 맞춰져 또다시 나를 고감도 일상으로 당겨오려는 찰나에....

“으악, 당분간 그만…” 하고 중얼거리며, 나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소리.. 바람 소리... ^^

내 안의 소녀가 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보고 자야지 ,,,
요 감각이 날 사이비로 안 빠지게 한다(?)

여하튼, 실험영화를 보고 있으면, 대사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고, 서사 흐름이 아니라 감각만으로 보는 영화라 그럴 수도 있고, 왠지 모르게 찾아오는 기분 좋은 졸음, 그 나른함 이야말로 뇌를 쉬게 하고,다시 맑아진? 나의 뇌는 창작 결로 돌아갈 힘을 준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에세이 필름, 패티 스미스의 사운드 리코딩, 그리고 로버트의 시공간 비틀기 편집 방식까지 감각으로 자알 저장해두며, 일상에서 슬슬 나만의 시선으로 재 감각해 보아야겠당. 아이폰이 내 전부인 지금이지만, 언젠가 찾을 나만의 아뜰리에를 기다리며,, 하루의 쉼 뒤, 다시금 말랑해진 감성으로 전에 찍어둔 영상과 최근의 사유를 합쳐 조금씩 시도해 보아야겠다아.


25/08/15

https://www.instagram.com/p/DNXKCQzxqdx/?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작가의 이전글지하의 시선, 경계 밖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