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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by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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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휴가 때마다 정해진 장소로 갔다. 평소에 가기 힘든 시댁과 친정에 다녀오는 것이다. 부모님을 뵙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휴가 같은 휴가를 가기로 했다. 이번 휴가는 큰애의 마지막 초등학교 여름방학이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로서의 마지막 방학은 색다르게 채색해 주고 싶었다.


남편과 나 둘 다 일의 특성상 주말이 없다. 그러니 주말이고 휴가고 넷이 여행다운 여행을 가 본 적이 없다. 이번 휴가는 십몇 년 만에 갖는 우리 식구만의 여행이었다. 남편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계획을 짰다. 여러 도시의 많은 박물관, 식물원, 놀이공원에 갔다. 연극도 하나 보았다. 네 군데의 숙소를 거쳤다. 코인 세탁소는 두 번 이용했다. 처음 며칠은 폭우를 뚫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와이퍼의 최고 속도보다 빗물이 더 급히 쏟아졌다. 아찔했다. 그 후로도 차를 오래오래 탔다. 아주 많이 걸었다. 머리와 허리, 다리, 발바닥이 매일 아팠다.


기운 넘치던 초반엔 밤에 숙소에 돌아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유튜브로 노래방 반주를 틀어놓고 '여행을 떠나요'와 '아침 먹고 땡' 등을 부르며 넷이서 깔깔 웃었다. 평소에 너무나 정적으로 살던 우리들이라 겨우 이런 떼창으로도 판타지 속 주인공이 된 것만큼 즐거웠다. 여행 후반엔 허리가 지독하게 아파서 진통제를 먹어야 잠들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이렇게 놀아보긴 처음이었다.


아이들에게 일주일간의 여행 소감을 물었다. 두 초등학생은 웃으며 재밌었노라고 말했다. 심심해하던 아이들에게 재미를 선물할 수 있어서 기뻤다. 나에게도 이번 휴가는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조금 낯설고 지쳤지만 많이 자유롭고 즐거웠다. 긴 여행 후 집에 무사히 돌아온 것도 감동이었다. 코인을 넣지 않아도 되는 세탁기를 언제든지 쓸 수 있다는 점도 짜릿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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