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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 Oct 25. 2022

갓생

오늘은 막내가 학교에서 생존 수영 수업을 듣는 날이었다. 작년엔 너무 하기 싫어해서 패스했고, 이번엔 크게 거부하지 않길래 수영복을 사서 보냈다. 집에 돌아온 막내는 생존 수영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우거나 한 건 아니었고  물에 들어가서 걸어 다니기, 수영장 턱을 잡은 후 발장구 치기 같은 것을 했단다. 낮은 높이에서 다이빙하는 코스도 있었지만 그건 힘들 것 같아서 지켜만 봤다고 했다. 무서운데도 불구하고 물에 몸도 담갔고, 수업 후 샤워도 잘 하고, 수영복 물기도 꼭 짜서 잘 챙겨온 게 기특했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해 본 것에 감사하다. 수영장에서 안전사고 없이 잘 돌아온 것도 감사하다. 수고했다고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큰애는 수학시험을 봤는데 반 이상 틀렸다고 했다. 속상해 하며 울었다. 예전 시험 때 틀렸던 유형의 문제를 또 틀려서 더 억울하단다. 휴지를 뽑아주고 등을 토닥토닥하며 고생했다고 말해 주었다. 비난하거나 잔소리 하진 않았다. 대신 유튜브에서 큰애 또래 학생이 수학 공부 노하우 썰 푸는 영상을 찾아서 큰애에게 카톡으로 영상 주소를 쏴 주었다. 큰애는 영상을 공유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아이가 시험을 못 친 후 답답함과 낭패감을 느낀 것이 감사하다. 자신에게 닥친 일에 대해 무관심 하진 않다는 소리니까. 수학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은 것도 감사하다. 


나는 오늘 늦잠을 잤다. 새벽 기도회를 못 갔다. 어제 컨디션도 살짝 안 좋았고 잠도 설쳐서 새벽에 기상하기엔 피곤했던 것 같다. 아쉬웠지만 개인 기도 시간으로 대체했다.

한편, 요즘 소식을 실천 중이다. 그러나 오늘은 완벽한 대식을 했다. 잘 시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소화가 전혀 안 된다. 생리 다가올 때마다 입맛이 당기곤 했지만 오늘은 너무 과식했다. 사진 기록 남길 새도 없이 막 집어먹었다. 며칠 소식했더니 몸이 칼로리를 더 갈구한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먹었더니 바지가 불편하고 오른쪽 잇몸도 아프고 기분도 다운된다. 그래도 이미 먹은 걸 어쩌겠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내일은 조금 더 조심해서 먹어 봐야겠다.


최근 유행하는 말 중 '갓생'이라는 단어가 있다. 나와 아이들의 오늘 하루는 '갓생'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사람이지 'God'이 아니니까. 불완전한 내 손을 끝까지 잡아주시는 완전한 하나님을 바라본다. 내일도 생이 주어진다면 삐거덕 거리더라도 용케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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