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막내가 학교에서 생존 수영 수업을 듣는 날이었다. 작년엔 너무 하기 싫어해서 패스했고, 이번엔 크게 거부하지 않길래 수영복을 사서 보냈다. 집에 돌아온 막내는 생존 수영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우거나 한 건 아니었고 물에 들어가서 걸어 다니기, 수영장 턱을 잡은 후 발장구 치기 같은 것을 했단다. 낮은 높이에서 다이빙하는 코스도 있었지만 그건 힘들 것 같아서 지켜만 봤다고 했다. 무서운데도 불구하고 물에 몸도 담갔고, 수업 후 샤워도 잘 하고, 수영복 물기도 꼭 짜서 잘 챙겨온 게 기특했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해 본 것에 감사하다. 수영장에서 안전사고 없이 잘 돌아온 것도 감사하다. 수고했다고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큰애는 수학시험을 봤는데 반 이상 틀렸다고 했다. 속상해 하며 울었다. 예전 시험 때 틀렸던 유형의 문제를 또 틀려서 더 억울하단다. 휴지를 뽑아주고 등을 토닥토닥하며 고생했다고 말해 주었다. 비난하거나 잔소리 하진 않았다. 대신 유튜브에서 큰애 또래 학생이 수학 공부 노하우 썰 푸는 영상을 찾아서 큰애에게 카톡으로 영상 주소를 쏴 주었다. 큰애는 영상을 공유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아이가 시험을 못 친 후 답답함과 낭패감을 느낀 것이 감사하다. 자신에게 닥친 일에 대해 무관심 하진 않다는 소리니까. 수학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은 것도 감사하다.
나는 오늘 늦잠을 잤다. 새벽 기도회를 못 갔다. 어제 컨디션도 살짝 안 좋았고 잠도 설쳐서 새벽에 기상하기엔 피곤했던 것 같다. 아쉬웠지만 개인 기도 시간으로 대체했다.
한편, 요즘 소식을 실천 중이다. 그러나 오늘은 완벽한 대식을 했다. 잘 시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소화가 전혀 안 된다. 생리 다가올 때마다 입맛이 당기곤 했지만 오늘은 너무 과식했다. 사진 기록 남길 새도 없이 막 집어먹었다. 며칠 소식했더니 몸이 칼로리를 더 갈구한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먹었더니 바지가 불편하고 오른쪽 잇몸도 아프고 기분도 다운된다. 그래도 이미 먹은 걸 어쩌겠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내일은 조금 더 조심해서 먹어 봐야겠다.
최근 유행하는 말 중 '갓생'이라는 단어가 있다. 나와 아이들의 오늘 하루는 '갓생'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사람이지 'God'이 아니니까. 불완전한 내 손을 끝까지 잡아주시는 완전한 하나님을 바라본다. 내일도 생이 주어진다면 삐거덕 거리더라도 용케 살아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