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31.
'그랬구나', '수고 많았겠구나', '참 힘들었겠다.', '너가 힘들었다니 마음 아파.' 이런 말은 기대도 안 한다.
최소한 이따위로 말하지 말라고. ‘뭘 그런 걸 갖고 그래?’, ‘야 나는 더 힘들었어~’, ‘내가 모르는 줄 알아?’, ‘그런 사람도 경험해 봐야지.’,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서 어떻게 사냐?’, ‘씩씩하게 대응할 줄도 알아야지.”
내가 미쳤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다니. 방심하고 마음을 연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 멍청하다 멍청해. 돼지에게 진주를 던졌네. 하나님.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죠?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전 원수랑 손절하고 싶은데요.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일 때문에 오늘 거의 발작하듯이 화를 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냈는지 나도 모르겠다. 지금도 화가 난다. 마음이 너무 사나운 상태이다. 버럭 화내는 사람을 죽도록 싫어했는데 오늘 내가 그랬다. 어떡하면 좋지?
아직도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한 걸까? 내가 너무 내 안에만 갇혀 있는 걸까? 어릴 적에 생겼던 마음의 상처가 건드려지니까 감정이 주체가 안 됐다.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걸까? 나도 내가 너무 당황스럽다.
도대체 나는 왜 인간에게 기대를 했을까? 왜 거리를 두지 못했을까? 왜 단념하지 못했을까?
하나님께 진짜 큰 사랑을 받고 있고, 매일 감사할게 넘쳐나는데도 난 왜 이렇게 작은 서운함, 작은 부당함 앞에서 쌩 난리를 쳤을까. 미친 걸까? 무려 하나님께서 나를 이해하시고, 내 이름을 아시고, 나의 모든 걸 공감해주시는데, 그걸 피부로 느끼며 사는데, 그걸로 부족했던 걸까? 한 낱 사람의 무심함과 무례함 때문에 주님께 받은 거대한 사랑을 한순간에 망각하는 게 정상인가? 왜 이렇게까지 속상하고 눈물이 날까?
오늘 밤에 어떻게 잠을 자야 하나? 잘 수 있을까? 하나님 나는 왜 이렇게 형편없나요? 그 사람은 왜 그렇게 형편없나요? 우리는 왜 이 모양일까요? 난 어쩌자고 오늘 그 사람 앞에서 내 가면을 벗어던진 걸까요?
오늘은 아무 의욕도 없었어요. 그림도 무의미했어요. 배도 안 고팠어요.
부끄러움도 못 느끼며 이런 일기나 써 갈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