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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un 21. 2021

명품이 생겨버렸다!

구찌 핸드백

내게도 명품 가방이 생겨버렸다.

마틀라세 숄더백

사고난 후 화장실에서 한 컷

이 가방이 사고 싶어진 건 몇 달 전부터였다

그전의 나는 피혁가죽으로 된 아가타 분홍색 크로스백을 매고 다녔다

한 일년 정도 된 거 같다.

나름 귀엽고 크로스백이라 편했다.

그런데 점차 해져가고 결정적으로 아가타의 심볼인 강아지모양이 색깔이 벗겨져갔다. 회색으로.

그게 너무 보기 싫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크로스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매고 다니던 사각 가방을 카메라백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메라 없는 카메라백.


그때부터 부지런히 카메라백을 알아보았다. 처음부터 명품을 염두한 건 아니었다. 그저 몇만원짜리 피혁 가방이라도 좋았다.


하지만 알아볼수록 눈은 높아져가고......

인터넷으로 쇼핑몰을 보다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두는 일이 잦아졌다. 싼것이건 비싼 것이건.


싼 것은 맘에 안 차 결제를 안 하게 되고 비싼 것은 엄두가 안 나 결제를 안 하게 되고.

그런 일이 잦아지자 난 그냥 과감히 핸드백을 산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하고 현재 분홍색 아가타 가방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런데 구원의 손길은 전혀 다른데에서 왔다.

남표니.

기대도 하지 않던 일이었다.

남편은 명품을 사고 싶으면 내 스스로 절약해 사라고 그동안 숱하게 말해오던 사람이었다.


지난 주말.

인천신도시로 여행지를 잡은 건 나였다.

어떻게 생겼는지 생눈으로 보고 싶었다.

한국의 센트럴 파크라는 그 명칭이 좋았다.


밤에 뱃놀이도 재미있었다. 살짝 이국적인 느낌도 났다.


다음날은 송도 현대아울렛에 가기로 했다. 그냥 난 원래 옷구경을 좋아하고 송도에서 잘 알려진 곳이라 선택한 곳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하는 말.


"가서 맘에 드는 명품 백 있으면 사줄게."


그리고 그 일은 실제로 이뤄졌다.

난 마지막까지 극구 사양했다. 우리 아직 대출 갚을 것도 많은데 그거 끝나면 사도 된다고.


"사실 말 안한 거 있는데 나 이번달 월급에 사백 더 들어와."


아울렛 지하 냉면을 앞에 둔 남편의 어투는 비장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평가 등급이 좋아서 사백 더 타게 됐어. 그러니까 내 맘 바뀌기 전에 사."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렇담 정말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다! 


강한 느낌이 왔다.

그롷게 우리는 매장 개시하자마자 매보았던 구찌 가방이 있는 배시 매장에 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매보았다. 역시 내게 찰떡이었다.


남편에게 점원한테 산다고 하라고 말하라고 했다.


"주세요"


남편은 비장하게 말했다.

그리고 점원이 창고에서 새 물건을 가져다 주었다.

"검수해 보세요"


우와!

그때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촉감은 보드라웠다. 그리고 구찌 금장.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


명품 가방을 메니까.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물었다.

"근데 이번달 사백 더 들어온다는 거 진짜야?"


"거짓말이야."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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