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ㅡ 삼각관계

"왜 난 안 되는 거야?"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제학과 사무실에 가서 '문명의 충돌 '레포트를 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맑고 한가로운 봄밤.


향그러운 벚꽃 향기가 캠퍼스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정훈이는 과모임 중.


난 한가로이 캠퍼스를 거닐고 있었다.


곳곳에 봄밤의 정취를 느끼고 있는 커플들.


나무 아래 벤치에서 서로에게 기대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 꽃을 나누고 있는 모습. 이들은 알까. 이십 년 후, 얼마나 이 모습을 그리워하게 될 줄.


무엇엔가 이끌리듯 나 역시도 벚꽃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 내 머리 위에서 흰 벚꽃이 마치 가로등처럼 흰 빛을, 그리고 향을 뿜어내고 있다. 아름다워......


그런데, 옆 벤치 앉은 두 남녀.


여자애가 울먹이듯 말하고 있었다.


"나중에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면, 그때는 나 받아줄 거야?"


남자는 묵묵 부답이었다.


아오, 이 답답이. 연애는 그렇게 하는 게 아냐. 여자애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매달리지 마. 매달리지 마. 과거의 어느 날, 정훈이에게 매달리던 내가 생각났다.


질질 끌려다니던 연애. 철저한 을이 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나중에는 자신이 을인 걸 알면서도 그러면서도, 멈춰야 하는 걸 머리는 알면서도 가슴은 그렇지 못하는 그런 현실. 난 바보였다. 정훈이가 하자는 대로 다 따르고, 나중에는 빈껍데기만 남았을 때, 더 이상 정훈이에게 아무런 줄 것이 없어질 때까지 난 멈추지 못했다. 그 관계를.


그리고 철저히 버려졌다.


넌, 누구니. 제발. 여기서 멈춰. 넌 소중한 아이야. 넌 이미 좋은 사람이야. 남자한테 구차하게 매달리지 마.


응?


여자애는 울먹이고 있었다.


남자애는 그런 여자애를 달래주려고 하지도 않고 있었다.


결국은 다 뻔한 이야기.


겪어봐야 아는 이야기.


여자아이가 가여웠다.


저 둘은 가로수가 없는 어두컴컴한 잔디밭 쪽에 앉아 있어서인지 실루엣만이 보여질 뿐이었다.


어라?


키스......?


순간, 남자가 여자의 입술을 덮쳐버렸다.


어둠 속에서 쪽쪽, 입술을 핥고 빠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아이의 미세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 시츄에이션은?


저 둘은 더욱 더 밀착되어 갔다. 남자 아이는 여자의 가슴을 더듬고 있었다.


분명 저러다가 어느 순간 버리고 말겠지. 나쁜 놈.


"이 나쁜 새끼. 너 그만 이용해 먹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단전 속에서부터 나온 소리라서 그런지 순간, 모두가 날 쳐다 보았다.


화면이 정지된 것 같았다.


고요한 봄밤. 흩날리는 벚꽃. 그리고 분연히 일어선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곳곳의 사람들.


정체모를 커플.


난 개의치 않았다. 갑자기 속에서 불이 나는 거 같았다.


"야, 너 이리와. 가자."


난 어둠 속에서 남자에게 가슴 주물러짐을 당하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때서야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울음 범벅이 된 그 얼굴을.


어디선가 낯이 익은 듯했다.


혹시,


아니야..... 설마.


나도 모르게 남자애 얼굴을 보았다. 어둠 속이었지만, 얼굴이 여드름투성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아우 토 나와. 좆또 못생겼네. 설마......


오 마이 가스레인지!


좆.찐.따?


개.좆.남?


구.남.편?


개.새?


너였다고?


너가 이런 놈이었다고?


아오, 이걸 그냥, 확 마!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애 이용해서 가슴이나 주물러대는 그런 한심한 놈이, 너 개좆찐따 좆남이 새끼였다고?


하하하하.


너무 기막혀서 웃음이 나왔다.


아오, 이 씨발새끼. 네 주제를 알아라.


난 좆남이 새끼한테 다가갔다.


그리고 불꽃 싸대기를 갈겼다.


촥!


그 새끼는 어찌할 줄 모르고 몸을 떨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촥!


모두가 날 보았다.


가슴 속에서 불이 났다. 아우, 이런 새끼한테도 쫓아다니는 여자애가 있었다니. 여자애가 불쌍하다.


봐봐, 소이야. 이 새끼는 이렇게 다뤄야 제맛인 거야.


잘 봐,


촥! 촥! 촦!


어둠 속에서 싸대기 때리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좆남이 새끼는 몸을 옹송거리며 더 이상은 내가 자기 뺨을 때리지 못하도록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어느새 나와 좆남이 그리고 여자애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난 여자애 손을 잡았다.


"가요."


그러자 이 여자애가 내 손을 뿌리치는 거 아닌가?


뭐지?


"당신 뭐야?"


여자애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서 여자애는 좆남이 새끼에게 다가가 볼을 어루만져 주는 거 아닌가!


아오, 애잔하다. 애잔해. 바퀴벌레 한 쌍이 따로 없구나.


그래, 남녀 사이는 끼는 게 아니야.


너도 알게 되겠지. 나중에 가서는 얼마나 네가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겪어봐야 아는 그런 거겠지. 괜히 아는 척했다 싶었다. 이십대에 겪어야 할 과정을 괜히 안답시고 나선 내가 꼰대 짓을 했구나 싶었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촥!


그 여자애가 나에게 다가와 내 뺨을 후려친 거다.


아, 좆나 아파!


"이 시발년이, 왜 남의 남친을 때리고 지랄이야!"


충 to the 격!


소이의 목소리는 밤하늘을 울렸다.


사람들은 구경났다 싶었는지 다 우리 곁에 몰려들었다. "아프겠다." "아니, 무슨 일이래."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에 더 볼이 화끈거렸다.


아 시발, 손 존나 맵네!


난 자리를 뜨려 했다.


괜히 아는 척했다가 당했다 싶었다. 그래. 당해도 싸지. 역시 남의 연애는 관여할 게 아니었다. 지지고 볶든, 지네들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몸을 돌려 가려는 순간.


"소영아!"


누군가 헐레벌떡 날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정훈이였다.


"무슨 일이야?"


정훈이는 날 안으며 말했다.


그랬다. 정훈이는 언제나 스윗가이였다.


갑자기 당황함, 수치스러움, 이 모든 감정이 혼재되어 눈물이 터져나왔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 애기."


정훈이는 날 토닥거려주었다.


하나둘. 사람들이 흩어져 갔다.


어느 새인가 소이와 좆찐따 새끼 모습도 사라졌다.


"내가 괜한 짓을 했어. 그래서 맞은 거야."


난 울먹이며 말했다.


"아냐. 우리 애기 하는 일은 다 옳은 거야. 우리 애기가 잘못한 거는 하나도 없어. 내가 꼭 저애들 혼내줄게."


"아니야 그러지마."


난 한다면 하는 정훈이 성격을 알고 있었다.


"정말 하지 마. 내가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어서 그래."


"우리 애기 괜찮아?"


정훈이가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맑고 깊은 눈. 작은 얼굴.


응. 그럼 괜찮지.


난, 너만 있으면 돼.


따사로운 봄밤. 향긋한 벚꽃향기. 그리고 너.


보드라운, 그의 입술이 느껴졌다.


더 뭐가 더 필요하겠어.


난 블링블링 귀욤귀욤 과즙팡팡 스무살 퀸카 김소영이야!







"정훈아."


"응?"


- 난 너만 있으면 돼. 그러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너만 내 곁에 있어주면 돼. 넌 내 첫사랑이야. 그리고 마지막 사랑이야.


속으로 이야기했다.


"고마워."


정훈이의 개구장이 같은 미소를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산뜻한 옷차림. 그리고 사람을 끄는 매력덩어리, 솔직함. 이 모든 게 정훈이, 내 사랑.


그런 정훈이에게 집착하지 않았다면 우린 헤어지지 않았을 거다.


정훈이는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깊고 큰 눈. 조막만한 얼굴. 오막조막한 이목구비. 훈남 정훈이. 이 아이가 내 남친이라니.......


"사랑해. 소영아.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나도."


너무 빠지지는 말자. 남자의 말은 깃털보다 가볍다는 거 잘 알잖아.


다시 쿨녀 김소영으로 돌아와.


"참, 나 이번주 토요일에 동아리 엠티간다고 이야기했나?"


"어? 금시초문인데? 하긴 학기 초니까 갔다와야지. 자기가 부회장이잖아."


머리 속에서 대녈 얼굴이 둥실 그려지는 건 왜일까.


흰색 나시. 금목걸이. 링귀걸이. 식스팩. 힙합배기바지. 나이키 애어맥스. 그리고 그의 현란한 춤 솜씨. 좆간지.......


그 아이와 놀러간다니. 꿈만 같다.


하지만 정훈이 앞에서 티를 내지 않았다.


"정훈이 너네 과는 엠티 안 가?"


"응, 우리는 다음 주에 갈 거야. 그런데 약간 걱정되네. 우리 소영이 일나는 거 아냐? 엠티가서?"


"응? 무슨 일?"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인 걸까.


"아니, 가서 썸씽 생기는 거 아닌가 해서."


"야. 너 날 그렇게 못 믿어?"


난 큰소리를 빵빵 쳐대며 정훈이 옆구리를 장난으로 쿡쿡 찔렀다.






"와! 바다다!"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동아리 애들은 신이나서 버스에서 내려 바다로 뛰어갔다.


파란 하늘과 함께 서 있는,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 너는 푸른 바다야.


문득 듀스의 '여름 안에서' 노래가 생각났다.


그래, 우린 청춘이라는 여름 안에 있어.


대니얼.


대니얼은 바다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니 괜히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주책맞게 왜 이러지.


청춘은 이렇게 아름다운 거구나.


대니얼은 남자들을 하나씩 잡았다. 물에 빠뜨리려는 것 같았다.


"여기 시원해."


"야, 그러면 너나 들어가라."


남자들은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대니얼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풍덩'


"하하하하."


한참 대니얼과 씨름을 하던 기영이가 먼저 바다에 빠지자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대니얼만 빼고 다른 남자들끼리 눈빛을 주고받는 것 같더니......


'풍덩'


대니얼을 여섯 명 남자애들이 어깨에 지고 바다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오! 쉣! 쉣 더 퍽."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애들은 대니얼을 바다에 내동댕이쳤다.


하하하하.


모두 물에 흠뻑 젖어서는 물장구를 치고 서로에게 물을 뿌리고.......


그 모습이 찬란하도록 예쁘고 멋있었다.


"야, 쟤네 참 괜찮지 않냐?"


"쟤네가 아니라 대녈이겠지."


은진이가 옆에서 일침을 놨다.


"아니, 대녈 말고 우리 동아리 애들 말야."


난 애써 항변했다.


그때였다.


동아리 첫 모임에서 샤크라 '한'에 맞춰 춤추던 노란머리 아이가 다가왔다.


"선배, 나 선배한테 할 말 있는데."


"뭔데?"


노란머리 애는 은진이와 눈빛을 주고 받는 거 같더니 순간


'풍덩'


나 역시도 물에 빠져 버렸다.


깔깔깔.


우리 셋은 물 속에서 서로에게 물을 튀겨가며 장난을 쳤다.


다른 동아래 애들도 모두 들어와 물장난을 쳤다.


"오우, 누나!"


대니얼이 아는 척을 하며 나한테 막 물을 퍼부었다.


난 흠뻑 젖었지만 상관없었다.


이십대의 몸은 이 정도 쯤은 거뜬했다.


오히려 상쾌하고 좋았다.


실컷 다 놀았을 때 쯤 이제 슬슬 해가 지고 있었다.


"야, 배고프다. 얼른 펜션가자."


펜션에 들어와 모두 젖은 몸을 말렸다.


그때 난 보았다.


훌렁 검은 나시를 벗어젖히는 대니얼을.


그의 식스팩을. 그리고 어깨의 근육을.


대니얼은 상관없다는 듯, 흰 나시로 갈아입고는 곧장 바베큐 통으로 향했다.


"음....... 이렇게 하는 건가?"


그러더니 슉슉 조개탄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곧, 고기 냄새가 퍼져나갔다.


와~~~~~~~~~~~


실컷 놀고 먹는 고기 맛은 꿀맛이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었다.


마피아 게임.


난 사회자가 되어 게임을 시작했다.


대녈을 마피아로 지목했다. 크크크. 속으로 웃었다. 또 누굴 마피아로 할까..... 그래, 규식이가 좋겠다!


그리고 기영이를 의사로.


사람들은 모두 눈을 떴다.


그리고는 한 마디씩 했다.


"난 마피아 아냐. 나 생긴 거 봐. 뭘 봐서 내가 마피아냐."


"이렇게 착하게 생긴 마피아가 있어?"


모두가 자기가 마피아가 아니라고 우겨댔다.


"나 마피아 맞아."


대니얼이 말했다.


대니얼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응, 소영 선배가 나 마피아로 집었어."


너무나 태연하게 말하자 아이들은 오히려 믿지 않는 눈치였다.


긴가민가 하는 거 같았다.


"나 봐. 나 마피아야."


벽에 비스듬히 기대 앉은 대니얼. 도대체 다리가 얼마나 긴 거야. 저 불량스러운 자세가 뭔가 마피아스럽긴 했다.


그러자 규식이가 말했다.


"사실은 마피아 나야. 얘 아니고. 누가봐도 소영이가 대니얼 집었겠지. 확 튀잖아."


"왜 전 마피아라고 생각 안 해요?


갑자기 노란 머리가 나섰다.


"대녈은 누가 봐도 확 튀니까, 소영 선배가 처음부터 마피아로 지목했을까요? 그럼 게임이 너무 재미 없어지지. 다들 눈치가 없네."


웅성웅성.


"자자. 그만. 이제 밤이 되었습니다. 다들 눈을 감으십시오."


난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아이들은 모두 눈을 감았다.


"마피아는 눈을 뜨고 누구를 죽일지 선택하십시오."


규식이와 대니얼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다가 은진이를 찍었다.


자, 그리고 다음 의사 눈을 뜨십시오.


살릴 사람을 선택하십시오.


기영이는 거침없이 노란머리를 집었다.


"자 이제 아침이 되었습니다. 모두 눈을 뜨십시오."


"어젯밤. 은진이는 죽었습니다. 자 본인의 신분을 밝혀주십시오."


"아니, 왜 날 죽여! 나 시민이야!"


은진이는 분통을 터뜨렸다.


자 이제 다수결에 의해 마피아를 선택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 모두 마피아가 누굴지 지목해 주세요.


하나, 둘, 셋!


오 마이 갓!


잘 가라, 대니얼!


아이들은 하나같이 대니얼을 지목했다.


대니얼이 빠지자 왠지 게임이 시들해졌다.


"야, 술이나 먹자!"


역시 엠티는 술파티지!


그래,


이게 얼마만의 자유냐!


술이 얼마나 들어가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내가 바로 김소영이지.


난 주는 대로 막 받아먹었다.


우리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맥을 말어먹기도 하고, 맥주파는 맥주만 마시고 술 안 먹는 애한테는 굳이 권하지 않았다.


곳곳에서 웃음 소리가 퍼졌다.


스무살의 체력은 강건했다.


아무리 밤을 새도 이렇게 가뿐하구나.


이박 삼일은 안 자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분이 붕 뜨는 것 같아서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밖에 나왔다.


와! 밤바다~~~~


너무 좋다.


쏴 쏴~~~~~~~


바다가 요동을 쳤다.


살아 있다는 이 느낌. 너무 좋아.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단지 바다 내음이 느껴지고 바다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그 때였다.


내 입술에 닿는 누군가의 입술.


내 입술을 강하게 압박하며 들어오는 혓바닥!


오 마이 갓!


대니얼 아닌가.


언제 빠져나온 거야, 이 자식.


내가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구만. 촉이 왔다.


대니얼은 날 안고 입을 맞추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 . . . 하면서


내 입술도 자연스레 열렸다.


부드러운 정훈이의 키스와는 달리 대니얼의 키스는 차라리 난폭했다.


그냥 밀고 들어오는 그런 키스였다.


다리 사이로 그의 딱딱한 그것이 느껴졌다.


엄청 크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오, 안 돼!


난 정훈이가 있잖아.


하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


대니얼이잖아.


나도 모르게 난 대니얼의 키스를 받아주고 있었다.


그의 품에 폭 안겨서.


그는 내 입 안의 구석구석을 그의 혀로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마치 입술이 달아 없어지는 것 같은 그런 강력한 진공청소기 같은 키스였다.


술냄새가 진하게 났다.


"선배, 좋아. 사랑해."


그가 말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정신차려 김소영!


하지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위에서는 그의 입술이 날 압박해 오고 아래로는 그의 것이 묵직하게 날 압박해 왔다.


아, 너무 좋아.


우리는 달콤한 키스를 나누었다.


칠흑 같은 밤. 로맨스를 쌓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그런 밤. 역시 난 인기쟁이야.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진 않을 거야. 딱 키스까지만.


난 살포시 그를 밀어냈다.


그러자 그는 날 으스러뜨리겠다는 듯 꽉 안았다.


숨이 막혔다.


봄밤. 봄바다. 향그러운 스무살.


우훗!


난 인기쟁이 블링블링 샤방샤방 과즙팡팡 김소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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