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 Jul 1. 2022
국제학 개론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어쩐지......
문명의 충돌 때부터 느껴진 이 불길함.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게 느껴졌다.
여드름투성이, 좆찐따, 전남편 개좆남이었다.
그는 이제 나한테 최좆남도 아닌 개좆남으로 전락했다.
관심도 없는 여자애 가슴이나 주물럭대는 꼴이라니, 정말 개좆남이나 할 짓 아닌가.
"같은 수업 듣고 있었네요."
뭐지, 이 반가움이 잔뜩 실린 목소리는.
좆또 열대 불꽃 싸대기는 더 맞아야 정신 차리려나.
아니면 그때 싸대기 맞고 정신을 놔버린 건가.
왜 나한테 친절하게 말하고 개지랄이야.
난 그 날 밤 개좆남이 소이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걸 본 후에 연타로 다섯 대 후려 갈겼었고 개좆남은 더 이상 내가 자기를 때리지 못하도록 두 손으로 머리를 끌어안고 떨고 있었다.
그런데....왜..... 이렇게 환한 미소!
돌아버렸나?
"아. 예...."
난 떨떠름하게 말했다.
아!
혹시!
너는 SM 취향인가!
맞을수록 환희를 느끼는 성적 취향 있잖아. 십년을 부부생활 하면서도 몰랐는데......
이렇거나 저렇거나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고마워요!"
씨발놈.
또 다시 쩌렁쩌렁 울리는 복도에 저 노무새끼 목소리.
모두가 또 우리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뭐가요?"
나는 시큰둥하게 물었다.
얼른 여기를 나가고 싶은 심정 뿐이었다.
"저, 정신차리게 해줘서요."
내 귀를 의심했다. 저 새끼가 뭐라고 하는 거야?
"제가 그때 정말 잘못한 거 같아요."
그럼 그럼. 네가 잘못했지.
매달리는 여자애 가슴이나 주물럭댔잖아. 차라리 싫다고 돌아서면 깔끔할 것을.
"댁이 뭘 잘못했는데요?"
아니 뭘 말을 받아주고 그래.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 새끼 하는 말에 집중이 되고 있다.
"사실 그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소이가 자꾸 집착을 해대서. 그래서 소이한테 끝내자고 말하려고 만난 거였어요. 그런데 소이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고...... 또 그 모습 보다 보니까 마음이 흔들리고..... 그런데 저도 모르게, 그만 우는 소이가 너무 예뻐 보이기도 하고, 헤어지려니 더 그랬나 ..... 아무튼 그때 제가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가지고...... 그런 일이 생겼던 거에요."
"그때 맞을 때는 너무 당황스럽고 화나고 그랬는데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그래, 난 맞을 짓을 했다. 헤어지자고 만난 여자애 가슴이나 주물러대고. 속 시원하게 벌 받는다고 생각하자. 그래서 맞는 게 한편으로는 속이 편하고 후련했어요."
역시 SM 플레이 새끼였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 후 잠자리에서 채찍으로 갈겨줄걸. 내가 몰랐네.
"뭐, 알았으면 됐죠. 그럼 저 가볼게요. 바빠서 그만."
그래, 이제 알았으니까 그만 나 좀 놔두라고.
"소이하고는 헤어졌어요!"
씨발놈.
복도가 울린다. 쩌렁쩌렁하게.
뭘 잘했다고 큰소리로 말하고 지랄이야. 쪽팔려 죽겠네.
난 못들은 척 하고 그 자리를 떳다.
남이사. 헤어지건 말건.
내 알 바 아니잖아.
그런데 왜 자꾸 신경 쓰이는 걸까. 저 찐따 새끼가 여친하고 헤어졌다는 데.
어쨋거나 저쨋거나 난 저 새끼하고 더 이상 엮이면 안 돼. 절대 안 돼.
그럼 내 인생 개 망한다.
부모님 쿨하시고 외국에 사시는 정훈이하고 이어졌어야 돼.
그러면 결혼 후에 시부모님 문제로 속썩이는 일은 없었을 거 아냐.
이번 생에는 정훈이하고 잘 되가지고 결혼까지 쭉 이어져 가보자.
그래서 '시'자 들어간 것하고는 아예 멀어지고 나하고 정훈이만 행복하게 사는 거야!
난 할 수 있어!
난 블링블링 귀염귀염 과즙팡팡 스무살 퀸카 김소영이야!
'도대체 무엇일까?'
'왜, 뭐 때문에 난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게 된 걸까?'
'그리고 도대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로는 뭐지?'
아.......
머리가 아프다.
좆남이의 말에 의하면 스무살 과거로 돌아가기 전에 좆남이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리고 은진이하고 라면을 먹다가 다시 마흔살 현실로 돌아오게 됐고......
그런데 그때 아무리 좆나게 라면을 세 개나 처먹었는데도 과거로 못 돌아가다가 좆남이하고 응응뿅뿅을 하다가 다시 은진이가 있는 과거로 돌아오게 됐었잖아.
그럼 단순히, 라면만은 아닌 건데......
아, 모르겠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학교 축제를 위한 동아리 춤 연습이 한창이다.
우리 모두는 동아리 연습실에 모여서 춤연습 중이다.
룩 앳 마이 보이, 대녈!
그는 한창 '토마스'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일명 풍차돌리기라고 땅에 손을 짚고 다리를 현란하게 돌리는 비보이 기술이다.
와!!!!!!!!!
아이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그의 춤을 감탄하고 있다.
울끈불끈한 팔근육, 멋져부러!
마지막은 윈드밀! 이라고 오른손을 땅에 짚으면서 홱! 공중으로 두 다리를 찼다 내려오는 기술!
역시 우리 동아리의 에이스답다.
이번 동아리 공연 하이라이트로 대니얼을 넣을 생각이다.
그러면 아마 환상적인 쇼가 될 거야!
가만 있어봐!
대니얼은 도대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애인 걸까?
이십년 전에 대니얼은 없었던 존재이다.
우리 동아리에 저런 킹카는 없었었다.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그때 규식이와 기영이, 은진이 그리고 다른 애들은 다 그대로지만 저, 대니얼은 없었다. 그리고 노란 머리 여자애 신입생 현아도.......
음.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뭐가 먼지 모르겠다.
"김소영 얼른 와! 맞춰봐야지."
우린 S.E.S 오마주를 하기로 했다.
내가 중고등 시절에 너무 좋아했던 유진!
나는 센터 유진이야~~~
그리고 은진이가 바다 역할을 맡고, 노란 머리 현아가 슈 역할을 맡기로 했다.
'음음음음..... 너를 사랑해! 나의 모습이...... 난 변하지 않아!'
갓벽해!
역시 새벽마다 인기가요 녹화해 놓은 걸 보며 춤 따라한 보람이 있었어.
우리 셋은 갓벽한 에스이에스 무대를 만들어 아이들의 큰 환호성을 받았다.
"잠깐 쉬었다 하자!"
모두들 땀 투성이이다.
포카리스웨트를 꿀꺽꿀꺽 들이키는 대녈의 저 목젖!
내 안을 밀고 들어오던 저 혓바닥!
깊고 매캐하던 그 날의 키스!
밤바다, 파도소리.......
엠티의 기억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난 애들에게 말하고 찬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과연, 이번에도 대녈이 따라나올까?
기대 기대!
"오, 누나!"
아니나 다를까. 밖에 나와서 캠퍼스를 바라보고 있자니 혀 굴러가는 대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이놈은 항시 날 주시하는 거야, 뭐야!
때는 이 때다!
"너, 몇 년도에서 왔어?"
다짜고짜 묻는다.
그는 무방비 상태에서 깜짝 놀랐다는 듯이 들고 있던 포카리 스웨트를 땅에 떨어뜨린다.
"나 작년 2000년도에 한국 들어왔는데? 왜?"
이거 이거 수상해.
그렇다고 마구 추궁할 수도 없고.... 와, 미춰버리겠네.
왜, 이십년 전에는 없던 네가 지금은 있는 거야?
혹시 너도 시간 여행자?
머리 속에서는 묻고 싶은 게 한가득이지만......
"근데, 누나 내 여자 친구해라."
뭐야, 이 자식!
갑자기 훅 들어오네.
두근두근. 가슴이 방망이질 치는 거 같이 두근거린다.
"나 남친 있어."
간신히 말을 뱉는다. 떨리는 걸 감추려고 땅을 보면서.
그의 눈을 마주볼 수가 없다. 너무 떨려서.
"상.관.없.어."
뭐?
"어차피 넌 내여자야."
뭐야, 이 자식.
갑자기 이승기가 생각나는데?
누난 내 여자니까, 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이승기.
하지만 지금은 이승기가 나오기 한참 전이다.
"이제 너라고 한다."
하하하하.
뭐지, 이 데쟈뷰는.
갑자기 이승기 노랫가사가 생각나서 하하하하 웃어 버렸다.
너무 크게 웃었나.
지나가던 애들이 다 우릴 쳐다본다.
뭐야.
갑자기 훅 들어오는 키스!
짐승의 키스!
옴쭉달짝할 수 없잖아.
그는 날 놔주지 않겠다는 듯이 꽉 붙잡고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대고 진공청소기로 흡입하듯 내 입술을 탐한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ㅅㅂ너무 좋아.
빠져나가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버둥거려보지만 그의 힘 앞에선 역부족이다.
아, 이 인기 어떻할 거야.
난 인기쟁이 블링블링 과즙팡팡 귀염귀염 스무살 퀸카 김소영이야!
오, 보고 말았다.
대녈과 키스하는 동안 저 멀리 걸어가는 정훈이를.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그 옆에 왠 여자가 있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였다.
'그냥 아는 후배겠지. 정훈이는 워낙 발이 넓으니까.'
그래, 그렇겠지?
난 키스하는 대녈을 밀쳤다.
"내가 왜 네 여자야? 웃기고 있네."
때마침 은진이가 불렀다.
"야! 너네 연습 안 하고 뭐해."
그때는 몰랐다.
교정 어디선가 나와 대녈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좆찐따 전남편새끼가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드디어 축제날!
두근두근,
나와 은진이, 그리고 현아는 S.E.S분장으로 갈아입고 무대에 올랐다.
'예예예예. 너를 사랑해. 나의 마음이... 오오오오. 너를 사랑할수록. 너는 행복해 어느 누구도 남부럽지 않아.'
관객에서는 환성이 터져나왔다. 너무나 뿌듯했다.
그동안의 고생이 보상받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남자들의 무대 차례.
쿵.
남자애들은 자기네들끼리 짠 안무를 선보였다. 대니얼이 그 중심에 있었다. 대니얼이 안무를 짜고 아이들이 그동안 피땀흘려서 안무를 익혀 만든 거였다.
한마디로 찢.었.다.
무대를 찢어버렸다.
와, 겁나 멋있어.
수컷들의 향연이었다.
비트에 맞춘 힙합 안무였는데 자유롭고도 절도 있는 동작이 꼭 대니얼을 닮았다. 그리고 중간에 대니얼은 윈드밀과 토마스를 선보였고 여자아이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아, 괜히 거절했나.'
싶은 후회가 살짝 들 정도였다.
완전히 반해버렸다.
너무나 멋져, 대니얼!
무대가 끝나고 나는 정훈이부터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기, 꽃인지 정훈인지 구분못할 정도로 커다란 꽃다발을 든 정훈이가 다가왔다.
"자기야~~~ 오늘 완전 최고였어."
정훈이는 나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말했다.
"고마워!"
꽃다발에는 내가 좋아하는 붉은 장미가 가득 들어 있었다.
"오늘은 애들하고 뒷풀이 있어."
"응, 그래. 뒷풀이 잘 하고. 푹 쉬어."
정훈이가 대답했다.
'뭐지? 보통 뒷풀이 끝나고 연락해, 라고 할 텐데 오늘은 안 하네.'
하고 생각했지만 넘기기로 했다.
아니, 그보다 '그 여자애 누구야? 같이 걸어가던 애.'
물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렇게 정훈이가 떠나버렸다.
뭔가 허전했다.
뭐지, 이 예전같지 않은 기분은.
"누나! "
저 멀리 날 부르는 대니얼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최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너도 정말 멋졌어."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때였다.
"저기, 여기요. 오늘 공연 잘 봤어요."
수줍게 내미는 장미 한송이.
좆찐따, 전남편, 최좆남.
아오, 사도 겨우 장미 한송이야. 진짜 쪼잔한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에휴. 거둬들이기로 하자.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아, 네."
최좆남은 수줍어서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장미 한송이를 내밀었다.
"고마워요."
"뭐 해! 누나 오늘 한잔 해야지, 얼른 와"
대니얼은 최좆남 보란듯이 내 어깨에 팔을 감쌌다.
최좆남은 그런 나와 대니얼을 보더니 뒤돌아서 터덜터덜 걸어갔다.
왠지 뒷모습이 축 처져 보였다.
뭐ㅡ 어쩌라구.
나는 블링블링 귀염귀염 인기쟁이 과즙팡팡 스무살 퀸카 김소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