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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Dec 27. 2022

크리스마스가 우울한 이유

기대 때문이다. 

헛된 기대. 

상대가 날 위해 뭘 해주기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기대하는 마음을 0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까. 


'왜 저 사람은 저런 무뚝뚝한 말투로 말할까. 이런 특별한 날에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봐주지 않을까.'


무언가를 잔뜩 이야기하고 싶은 날이 있다. 마음 속에 무언가를 깨달은 것같은 날. 깨달음을 나누기에 그는 나의 기복을 너무 많이 봐 왔다. 한껏 들떠 있는 모습도 무겁게 가라앉은 모습도 그는 빠짐없이 지켜봐 왔다. 지금 들떠 있는 모습, 뭔가를 깨달은 듯한 모습도 이미 그는 익숙한 것이다. 


내가 호들갑스럽게 이야기를 해도 그가 반응하지 않는 이유이다. 위안이라면 내가 가라앉아 있을 때 역시도 그는 거기 있을 거라는 것. 


하지만 마음이 들뜰 때 그것까지 생각하긴 힘들다. '저 사람하고는 왜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까. 나도 행복한 부부처럼 대화가 원활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사랑 받고 싶다.' 이런 생각만 들 뿐.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에는 상대에 대한 이런 기대는 한껏 증폭된다. 남는 것은 실망 뿐이다. 


혼자살고 싶다. 고양이하고. 

하지만 혼자가 된다면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떤 면에서건. 


미지근한 화해. 

뭐든 그때 같지 않아.  

그래도 같이 살아야지. 


결혼 생활이 나아질 거란 기대는 버리자. 

기대하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좋고 올바른 행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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