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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Dec 24. 2022

학원에서의 나

 초등학생 일학년부터 중학교 삼학년 학생들에게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나와 학생들 사이에는 책이라는 도구가 있다. 나는 자주 그 뒤로 숨어 나를 드러내지 않는다. 내가 그럴때면 초등학생들은 자기네들끼리 이야기하며 시간을 때운다.


난 그 대화를 엿들으며 속으로 웃는다. 그들의 재치와 순수함에 감탄하면서. 말장난들. 나도 저렇게 재치있던 적이 있었지. 빛난다 생각한다.


회의 때 원장님이 이야기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너그럽다고. 해서는 안될 말은 따끔히 잡아줘야 한다고.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말을 못 하게 해야 하는지.

아이들의 대화는 너무 재밌고 대담한데.


중학생 아이들은 이미 제도권 교육에 길들여져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침묵을 지킨다. 나만 떠든다. 난 중학생들이 무섭다.  


그래서 난 중학교 수업 때 더 열심히 떠들어대는지도 모른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


마땅히 숨을 곳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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