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정말 다루기 힘들다.
같이 일하는 원어민 동료 역시도 이 아이가 ADHD가 의심된다고 할 정도이다.
우선 눈치라고는 전혀 없다.
우리 학원은 아이들의 숨을 조이지 않는다.
나도 학원이라면 다섯 군데 이상 다녀봤지만 이 학원만큼 분위기가 편한 곳은 처음이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자기네들끼리 대화하는 게 어느 정도 허용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애들이 대화하도록 놔둘 수는 없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해야 하려고 하는데도 이 아이는 도무지 눈치가 없다.
내가 앞에서 그만 이야기하고 수업하자고 몇 번이나 이야기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런 아이이다.
이 반에 새로운 아이가 들어왔다.
제법 똘똘한 아이이고 미국에서 일년간 살다 왔다고 한다.
이 아이와 수업을 시작하며 그간 흐트러진 반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엄격하게 시작한 수업.
하지만 여전히 내가 수업을 하건 말건 떠드는 아이.
나는 Be quiet를 외쳤다.
그리고 며칠 후였다.
이 아이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수업 시간에 자신에게 be quiet라고 했다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우. 정떨어져.
순간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때려치우고 싶다, 라는 생각이 이어져 왔다.
꼴도 보기 싫어.
그동안 얼마나 내가 자신을 참아왔는지도 모르고
그 한 마디 했다고 그걸 마음에 담아두다니.
속상했다.
더군다나 원장님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우리가 아이들과 같은 수준에 머물면 안되고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같지도 않은 위로를 하는데 더 학원이 싫어졌다.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떠들었는데 자신에게만 내가 조용히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말이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한 번 말할 때 세 번 말하는 아이다.
내가 그 아이를 제지한 것은 그 아이 행동이 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아주 예민한 아이에요. 그럴 때에는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조용히 해달라고 해야 해요.
원장의 말.
그렇게 민감한 아이라면 집에서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원장님의 말도 고깝게 들린 건 사실 그 아이 엄마와 원장님은 같은 교회에 다니는 걸 알기 때문이다.
본인 교회 멤버니까 잘 보여야 하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보기 싫었다.
그 날은 정말 아무와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조용히 오랜만에 잡코리아를 열어 이직할 곳을 알아보았다.
다음날 학원.
원장님과 겨우 인사를 나누고 난 내 할일을 하고 있었다.
큐티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원장님과 원어민이 큐티를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나만 안하는 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
오마이갓!
더군다나 내가 리드하는 타임이었다.
빌립보서.
바울의 서신서.
바울은 교회 멤버들에게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어라, 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 내게 주신 말씀이구나.
지금, 이렇게 분열되어 있지만 우리는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공동체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원장님에게 들었던 노여움이 스르륵 풀렸다.
큐티 시간이 끝나고 수업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규칙을 말했다.
"선생님이 말을 시작하면 더 이상 말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이상 뒷말이 안 나오게 공평하고 엄격해져야 한다.
이게 내 방식이다.
뭐, 학원에서 싫다고 하면 그때 나오면 되지.
난 내 방식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설날 공휴일 전날을 마무리했다.
내 할일만 열심히 하자.
그리고 미워하는 마음이 들면 차라리 사랑해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