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하는 나에게 엄마는 꾸준히 전화를 해왔다.
아침은 먹었는지,
기분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난 왜 이럴까.
자꾸 넘어지고 과거만 들여다보고.
내 옆의 동료는 가족들과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랑하면서 잘 사는데.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는 게 옆에서도 절절히 느껴졌다.
그들에게는 귀여운 딸 두 명도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결혼 생활은 망한 지 오래처럼 느껴졌다.
실패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아.
큐티 시간에 나눔을 하면서 내 진짜 기분을 숨길 수가 없었고
그럴수록 엉망진창인 내 기분은 여과없이 드러났다.
잘 숨겨지지 않았다.
무너져가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다.
수업도 해야하는데.
왜 수업 전에 이미 기분이 망가지는 걸까.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아.
그날도 엉망인 마음 그대로 수업을 끝내고
지친 마음으로 지하철역에 가고 있었다.
아침에 세 번이나 엄마가 전화를 했었지만 받지 않았었다.
그래도 자식된 도리로서 전화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괜찮다고 할 걸 그랬나.
다 괜찮다고.
왜 사실대로 말한 걸까.
엄마에게.
-다 망한 것 같아. 내 인생 다 망한 것 같아.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결국 난 어떻게든 내 마음을 드러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난 어릴 때가 너무 행복했나 봐. 초등학교 때. 그때가 너무 좋아서 그 후로 그 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봐.자꾸 그때 기억만 떠오르고.
지하철에 앉아서 엄마에게 말하는데 눈물이 터져버렸다.
객실 안에는 서너명이 앉아있었다.
다행히 내 맞은 편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맞은편 옆 좌석에 앉은 누군가가 나를 보는 게 느껴졌다.
상관없었다.
-나도 어릴 적 고향에서 뛰어놀 때가 좋았지. 다 그런 거야. 어릴 때가 좋은 거야. 나이들면 어릴 때만 생각난다. 너도 이제 늙었나 보다.
엄마의 그 이야기를 듣는데 또 눈물이 났다. 내가 알기로 엄마를 낳아준 외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새엄마 밑에서 컸다. 그런데도 그 때가 좋았다니. 정말 인생은 왜 이런 걸까. 왜 이렇게 힘든 걸까.
힘들다는 말을 하기만 했어도 한결 마음이 나아진 것 같았다.
엄마는 내가 집 사느라 얻은 대출금 빚 때문에 내가 우울증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음날.
-오십 만원 부쳤다. 남편한텐 말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고.
차마 안 받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런게 아니야. 돈 때문이 아니야.
하지만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고마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엄마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 같다.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