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의 자기 계발

1. 사람들한테 힘들다고 말하기

match-gf751791ea_1280.jpg


모두가 부럽다.


아기 있는 사람은 아이가 있어서 행복해 보이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은 홀가분해 보이고 남편하고만 사는 사람은 단란하고 사이 좋아 보인다. 모두 다정히 살아가는 듯하다.


나만 외롭고 이해받지 못하고 사는 듯하다. 나만 누더기 옷을 걸치고 눈 속을 걷고 있는 듯하다. 성냥팔이 소녀처럼. 촛불 하나 켜고.


성냥 사세요.

소녀가 불을 켠 이유는 자신을 봐 달라는 간절한 외침이다.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그 발버둥을. 살고 싶다는 발버둥을 소녀는 성냥 사달라고 돌려서 말하고 다닌 것이다.


살려 주세요 = 성냥 사세요

나는 매일 마음 속으로 살려 달라고 외친다. 무의미와 싸우면서. 여기서 지면 갈 데가 없다. 아무도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이해 못한다. 내가 얼마나 발버둥치는지 아무도 모른다. 안 죽으려고.


다 힘들게 사는 것도 안다.
그걸 감수하고 사는 게 대단해 보이는 거다.
그럴 맘의 힘이 있다는 것이 부러운 거다.
난 왜이리 나약할까.
이런 생각에 이르면 맘이 가장 무너진다.
자책이 제일 무서운 거다.
사라지고 싶은 마음하고 연결되니까.


그래서 나는 차라리 말하고 다닌다. 사는게 힘들다고.


요새 나는 동냥하듯 건네주는 마음들에 기대어 산다.


누구는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이야기해준다. 신혼때 남편의 손찌검도 당하고 애들 던져놓고 일하러 다녔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고도 살았으니 나도 살으라는 것이다.


날 위해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는 마음에 기대어 잠시 쉰다.


하루종일 학원일에 대학생 아들 두 명을 뒷바라지하는 친구가 만나준다 한다.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나에게 시간을 내주는 그 마음에 기대어 잠시 쉰다.

지금 학원에서 당하는 일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전 학원 원장님의 마음에 기대어 잠시 쉰다.


자신도 우울증 증세가 있다며 자연을 가까이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일을 만들라는 커피집 아저씨의 마음에 쉬었다 간다.


잠시 후면 또 나만 혼자 알래스카에 있을 테지만 그래도 그 순간들이 지금 나를 이 세상에 붙잡아 놓고 있다.

죽지 않도록.


우울의 늪에 빠지면 그 깊이는 본인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게 우울의 이유가 된다. 본인에게 귀책 사유를 돌리는 순간 머리까지 늪에 잠겨버리게 되고 더 이상 숨쉬기는 어려워진다.


그러면 삶을 포기하게 된다.


다행히 내 곁에는 내게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사람들이 날 붙잡아 주는 그 동안 내게 마음의 힘이 생겨서 좀 씩씩해지기를.


그것이 나의 기도.


그래서 나도 좀 내 삶을 감당할 수 있게 되기를.
그저 한 사람으로서.
태어났으니까 묵묵히, 힘든 거 때론 좋은 거 겪으며 사는 거라는 그 사실을
체화하고 살 수 있게 되기를.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가까스로 수혈받으며 사는 지금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울증 환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자기 계발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