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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Mar 29. 2023

우울해도 괜찮아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살기위해 그린 그림

원장한테 일 못한다고 대놓고 무시당한 후 내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한번 그렇게 되자 온갖 나쁜 감정들이 몰아쳐 왔다. 그중에서 가장 안 좋았던 감정은 자책이었다. 자책의 감정은 그야말로 늪처럼 나를 빨아들였다. 나는 그 늪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느즈막히 아침 해가 높이 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거운 마음으로. 그리고는 거실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움직일 힘이 없어서였다. 내가 마음에 힘이 없으니 함께 사는 고양이들도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미안해. 나처럼 우울한 주인을 만나서. 다시 자책이 이어졌다. 고양이들 앞에서 참 많이도 울었다. 눈을 감으면 그냥 눈물이 흘렀다. 힘들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했다. 고양이들은 내 곁에서 머물러 주었다. 침대에서 한없이 잠으로 도피하고 있으면 고양이도 나와 함께 잠을 잤다. 한 마리는 침대 의자 위에서, 한 마리는 침대 위에서. 그래도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이 많이 되었다. 나에게는 고양이가 있어. 나를 바라보는 고양이들이 있어. 쓰다듬어 달라고 날 바라보는 고양이 못지 않게 나 역시도 고양이들을 많이 바라보았다. 내 내면은 아주 어둡고 질퍽하지만 그런 나의 참담한 내면과 관계없이 고양이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었다. 장난치고 싸우고 뛰어놀고 때론 쉬고 자고 먹고 움직이는. 그들과 공존하며 힘겨운 오전 시간을 겨우 보내고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끌고 일하러 나가야 했던 시간. 그 시간을 함께 해준 나의 소중한 고양이들. 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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