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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Apr 13. 2023

치유냥이

냥이를 쓰다듬으면서 느끼는 행복

근엄한 표정의 첫째 냥이


오랜만에 우리 냥이들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귀여운 첫째 냥이. 첫째 냥이는 근엄한 표정과는 달리 엄마아빠 바라기이다.


오늘 새벽 다섯 시에 어딘가에서 딱딱딱 하는 소리가 들려와 잠을 깼다. 알고보니 첫째 냥이가 스크래쳐를 발톱으로 긁는 소리였다. 엊그제 새 스크래쳐를 들였는데 그걸 발로 긁는 거였다.


새벽 시간에 딱딱딱 소리는 방을 채우기에 충분했고 나는 조용히 시키려는 생각으로 첫째 냥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첫째 냥이가 좀 얌전해지나 싶더니 이제 둘째 냥이가 출동했다. 둘째 냥이는 신나게 스크래쳐를 긁었다.


'잠은 다 잤구나.'


어차피 다섯시 반에 일어날 거라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새벽 시간에 삼십분 더 자는 게 얼마나 꿀 같은지는 모두 알 것이다. 우리 셋은 모두 어둠 속에서 깨어 있었다. 나는 두 마리를 번갈아 쓰다듬으면서 냥이들이 다시 잠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냥이들이 도무지 다시 잠들 것 같지가 않아서 안방 문을 열어주었다. 냥이들은 신나게 안방을 뛰어나가더니 거실을 뛰어다녔다. 오마이갓! 얘들아 아직 새벽이야.


비몽사몽간에 온라인으로 새벽 기도를 마치고 다시 본격적으로 잠을 청했다. 잠의 2라운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깨었다가 다시 잠드는 건 마치 나중에 먹으려 아껴 놓은 간식을 꺼내는 기분이랄까. 잠에 빠져들기까지의 그 달콤한 시간을 만끽한다.


정신이 돌아올 무렵 이불 속에서 약간 뒤척이고 있을 때.

귀신같이 내가 일어났다는 걸 알고 첫째 냥이가 끼륵거리며 방으로 들어온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첫째 냥이는 내 기척만 듣고 일어났다는 걸 아는 걸까.

난 그저 이불 속에서 이제 일어날까 말까 몸을 뒤척거렸을 뿐인데.


침대 밑에서 다소곳이 앉아 나를 올려다본다.

내가 올라오라고 신호를 주면 한번에 올라와 내 앞에 눕는다.

쓰다듬어 달라는 신호이다.


배 부분을 만져주면 곧장 몸 속에서 골골거리는 소리를 낸다.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을 때 난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했다.

뭐가 잘못된 걸까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고양이는 기분이 좋으면 몸 안에서 소리를 낸다.

깊은 저음의 진동 소리이다.


몸을 만져주니 첫째는 곧장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목덜미를 긁어달라는 신호이다.


목덜미를 긁어주면 눈을 감고 음미한다.

그 모습이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이마에 뽀뽀를 해주기도 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와 고양이는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이 아이를 만나려고

내 인생 굽이굽이 돌아왔나보다

하고 생각하니


지난 시간이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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