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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Apr 19. 2023

문닫지마 냥이

집사, 쉴때도 문은 열어놓으라옹

방문 닫는지 감시하는 냥이.

쉴 때는 방문을 닫는다.

밀폐된 공간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걸 좋아한다.

그때는 암막 커튼도 쳐놓아 빛이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

완벽하게 혼자된 느낌 안에서 누워 잠을 자거나 아니면 멍때리기.

이게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휴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냥이들의 등장으로.


혼자 쉬려고 문을 닫고 침대에 눕는다.

오래 지나지 않아 방문을 박박 긁는 소리가 들린다.


첫째 냥이다.

방에 들어오고 싶다고 방 바깥에서 문을 긁는 것이다.


오구오구.

내새끼 왔어, 하는 심정으로 문을 열게 된다.


첫째가 들어오고 문을 닫고 침대에 눕는다.

이게 좀 쉬어야지.


하지만 이제 첫째는 슬슬 거실로 나가고 싶어한다.

어떻게 표현하냐고?


이번에는 내보내달라고 안방 문을 긁는다.


휴.

나가고 싶다면 나가게 해드려야죠.

하는 마음으로 힘겹게 몸을 일으켜 문을 열어드린다.


문 밖에 나간 냥이는

꼭 뒤를 돌아본다.


내가 문을 닫는지 안 닫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집사 내가 문 닫지 말랬지옹' 하듯이.


아. 네네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문을 닫으면 또 와서 열어달라고 긁어댈 것이다.

그래서 아주 조금 열어놓는다.


아주 조금 열어놓으면 냥이는 그 틈에 발을 집어 넣어 들어오고 싶을 때

맘대로 들어올 수 있다.



냥이님.

언제라도 제 방을 방문하고 싶으실 때는 방문하셔도 됩니다.

제 방은 늘 냥이님을 위해 열려 있답니다.


하지만 진짜 너무 피곤해서

쓰러지듯 잠을 잘 때는

저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답니다.

그때만 좀 봐주십시오.


당신의 충실한 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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