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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Apr 24. 2023

냥이 목욕

고양이는 털빨!

목욕 후 보송해진 냥님! 새초롬하시다.

고양이는 털빨이다.

고양이를 목욕시키면서 느꼈다.

고양이 미모의 완성은 털이라는 걸.


물에 빠진 고양이는

평소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무서워 보이기까지 했다.

물에 홀딱 젖은 고양이는 평소처럼 우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고양이가 왜 목욕을 싫어하는지는.


첫째 냥이는 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어제 바구니에 물을 받을 때만 해도 다가와 구경했고

저항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바구니에 담긴 물에 몸을 담그자

그때부터 소리 없는 저항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 몸에다 발을 갖다 대며

필사적으로 나가고 싶다는 표현을 했고

의도치 않게 할퀴기까지 했다.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는 충분했다.


아이의 몸에

목욕 샴푸를 뭍히고 거품을 내자

아이의 모습은 점차 달라져 갔다.


내가 아는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굴을 제외하고

털이 물에 젖어버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모습이 낯설었다.

눈만 부릅뜨고 얼른 나가게 해달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 냥이님.


얼른 나가게 해드려야죠.

샤워기로 헹궈드리고

타월로 몸을 감싼 채 방에 데리고 가

드라이기로 몸을 말리는데


엄청 싫어했다.

한 사람이 냥이를 안고 한 사람이 드라이기로 냥이를 말렸는데

나가려고 발버둥이었다.


겨우겨우 허공에다가

드라이질을 해가면서 간접풍으로 말려드렸다.  

거의 한 시간은 걸린 듯하다.


하지만 목욕을 해놓고 나자

근 일년간의 기름 때가 쏙 빠져

털이 보송보송해졌다.


몸에서 근사한 냄새도 났다.

둘째가 자꾸 첫째 냄새를 맡았다.


둘째야,

다음 주에는 네 차례야.


첫째야 오늘

정말 고생했다.


첫째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꿀잠을 잤다.

힘들었나 보다.


일요일이 아쉽지 않은 고양이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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