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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May 08. 2023

바람잘날없는 냥이들

어우 어떻게 해

이쁘게 지내다오 제발

첫째 냥이가 다이어트를 하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 가족은 냥이 다이어트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서열 싸움"


원래 첫째 냥이의 성격은 순하고 느긋하고 느리다.

둘째 냥이는 재빠르고 활기차며 민첩하다.  

그렇다고 믿어왔다.


둘째 냥이가 집에 온 건 첫째 냥이가 오고 약 두달 정도 후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두 마리가 같이 살아온지 구개월이 흘렀다.


합사 과정에서 투닥거림이 있었지만 첫째가 둘째 그루밍을 해주고 둘째가 얌전히 받는 걸 보면서

다행히 첫째가 우위를 차지하고 둘째가 아래로 들어가면서 서열 싸움이 이제는 종결되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혹여나 몸이 재빠른 둘째가 서열의 우위를 차지해 가뜩이나 몸이 느린 첫째가 둘째에 치여 서글프게 지낼수도 있는 상황은 면한 것이다.    


둘이 투닥거리면 첫째는 밑에 깔려 버둥거렸고 둘째는 위에서 공격하고 나서 유유히 도망가는 상황이 연출되면 첫째에게 더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천장 고정형 캣타워를 들여놓고 나서 둘째가 캣타워를 점령하고 첫째는 해먹에 올라가다가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후로 활동량이 급속히 줄고 의기소침한 첫째를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첫째에게 더 신경을 썼고 기를 살려주려고 첫째만 내 방에 들여놓고 줄로 놀아주기도 했다. 둘째가 들어오면 재빠른 둘째가 줄을 재빨리 가로채기 때문이다.


늘 첫째를 먼저 예뻐해주고 둘째를 예뻐해왔다.


그런데.


첫째가 다이어트에 성공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느날 첫째는 캣타워 해먹에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나날이 민첩함을 더해갔다.


이 둘간에는 약 1킬로의 체중 차이가 있다. 첫째가 그만큼 더 나간다. 몸무게는 좀 더 나가지만 민첩함이 더해지자 첫째에게서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그러자 첫째는 그동안 둘째에게 당한 서러움을 풀듯이 기강을 잡기 시작했다.

둘째를 자주 덮치기 시작했다.

내가 봐도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덩치가 큰데다가 뒤에서, 옆에서 수시로 덮칠 때마다 둘째는 도망다니기에 바빠졌다. 이제 전세는 역전되었다. 아니 과하게 역전되었다.


둘째가 첫째 눈치를 심하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안쓰러울 정도로. 첫째는 기세가 등등해지고 둘째는 집안 구석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언제쯤 이 둘의 균형이 맞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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