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핸드폰을 직장에 가져가지 않았다. 내 무의식에서 어쩌면 전화라는 놈을 없애버렸는지도 모른다. 집을 나오면서 그저 내가 가방에 넣었겠거니 했다. 그리고 확인해 볼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학교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야 나야.” 하고 운을 떼는데 왜인지 꼭 헤어진 여자 친구가 공중 전화로 전남친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같은 처연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지역번호가 떠서 안 받으려고 했는데.” 하고 그가 대꾸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월요일인데 기분 어때?”
그가 물어왔다.
“안 좋지 뭐.”
한참 말이 없었다.
“참, 나 수요일에 출장 가. 나 지금 일하러 가야 돼. 이따 집에서 봐.”
오늘 나는 내내 외로웠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외로움이었다. 사막 속의 우물처럼 내 안에 가득 고여 있어 도리어 나를 촉촉이 적셔주는 그런 외로움이었다.
집에 돌아오며 문득 문학 팟캐스트를 들었다.
다행히 두 회가 밀렸다. 두 회라면 두 달, 이 사람과 결혼하고 지내온 시간들이었다. 그 동안 정신이 없어서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아주 오랜만에 늘 챙겨듣던 방송을 우연히 들었던 것이다.
내 솔로 시절을 지켜주던 그 방송. 그 방송을 들으며 부풀던 희망에 행복했었지. 누군가의 소설을 읽어주는 방송이었는데 방송을 들으며 저건 참신한데 혹은 뭐 저 정도야, 내밀한 메스질을 하면서 기죽기도 의기양양해지기도 했던 시간들이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그 시간의 질감. 우둘두둘하고 눈물이 묻어 있어 가끔 매끈거리고 현실에서 불쑥 솟아난 그 시간의 질감을 다시 느껴보며 어떤 느낌이 다시 솟아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느낌은 설레임이었다.
오늘 난, 외로움과 설레임을 모두 내 안에 담았다.
내 외로움도, 설레임도 결국 혼자가 아니었던 셈이다. 내내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외로움에 익숙해져야 하리라.
결혼 후의 외로움에 말이다. 하지만 때때로 솟아나는 설레임이 있기에 괜찮을 것 같아.
언제쯤 완전히 이 감정들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문득, 혼자만의 시간을 더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 내가 좋아하던 일들, 취미를 놓치지 말고 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언젠가 외로움과 설레임이 균형을 이루는 그 날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