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하자. 우리. 이야기 좀 해. 내가 한국에 없던 몇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혹시 나 말고 다른 누군가를 만난 거야, 그런 거야? 이러면 안 되잖아,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나는 너만 생각하면서 버텼어. 하루하루 간신히.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너와의 전화 때문이었어. 혹시 그것 때문에 나한테 질린 거니? 국제 전화 카드를 사서 유선전화로 한 시간 통화할 수 있는 걸 핸드폰으로 하면 십 분밖에 못했었지.
그게 부담스러웠니. 나는 멀리 있어도 우리는 같이 있고, 붙어 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던 거야. 네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나는 생활하지 못했으니까.
네 목소리가 없으면, 나는 정말 하루에 몇 번도 깊은 우물에 빠졌으니까. 네 목소리는 도르래 같아서 그 우물에서 나를 건져주었으니까.
그래, 그렇게 의존하면서 한쪽 내 가슴은 조금 걱정이 되었어. 이렇게 내 마음대로 너한테 의지해도 되는 걸까.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네 말에, 나는 꼭 시장에서 엄마 손을 놓친 어린 아이가 된 거 같았지.
그래서 그 후에 전화 안했잖아. 이 악물고 버텼어. 이렇게 한국에 돌아와 널 다시 만나기 위해.
내 손 떨렸던 거 알아? 네 전화번호 누를 때. 반가운 네 목소리 듣고 울컥했고 그보다 비로소 돌아왔다는 실감에. 따스한 땅. 내가 살아야 할 곳. 그리고 우린 지금 여기에 있잖아.
내 눈 좀 봐봐. 나 좀 안아줘. 내가 잘할게. 이제 매달리지 않을게. 진취적인 여자가 될게. 제발, 내가 얼마나 용기내서 너한테 다시 만나자고 했는지 알아? 나를 놓지 마. 내 손 다시 잡아줘. 네가 있어야만 난 내가 될 수 있어.
놓지 말아줘.
아저씨, 여기 한 병 더 줘요. 독한 걸로요.
친구야, 가지 마. 나 좀 불쌍하게 보지 마. 나 이렇게 그 사람한테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시 돌아올까. 어떨 거 같아? 나 좀 괜찮아? 나한테 돌아올까. 그 사람 전화번호 아직도 못 누르겠어. 한국에 온지 한 달이 됐는데도. 바람 좀 쐬고 올게. 아니 따라오지 마. 화장실 가는 거니까. 좀 더 마시자. 도망가면 죽는다. 나도 알아. 지금 내가 좀 추하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