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책임에 대한 두려움
아이가 없는 부부가 보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위대하다.
특히나 이렇게 언어도 문화도 생소한 외국생활을 하다 보면, 내 안위조차 장담하기 힘든 이곳에서 아이를 키워내는 부모는 가히 존경스럽다.
어느 날 남편이 벌에 쏘여 온 적이 있었다.
상처 부위가 퉁퉁 부어가는데, 119를 눌러야 하는지 911을 눌러야 하는지, 전화로 설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운전해서 근처 병원으로 데려가는 게 좋을지, 심지어 그 병원은 믿을 수 있는지...
아득하고 무서운 하루를 지내고 심장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다.
이때의 경험으로 나는, 아무것도 대처할 수 없는 이곳에서는 출산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아이 없는 전업주부를 지속하게 되었다.
만일 아이가 있다면? 수시로 아프고 다치는 소중한 생명을 온전히 부부의 책임, 어쩌면 육아를 전담하게 될 나의 책임으로 잘 돌볼 수 있을까?
"어쩌피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러니 할 수 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가 해준 말이다. 해외파견이 결정되었고 이산가족 할 수 없으니 이렇게 적응하고 살다 보면 살아진단다.
그리고 심지어, 한국에서의 육아보다 이곳에서의
육아는 특히 엄마를 아주 바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치안이 불안하여 등하교, 친구들 행사 모두 엄마가 전담으로 라이딩해줘야 하고, 매일 알찬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며, 한 달에 두 번씩은 있는 학교 행사로 양손 가득 아이들의 선물 꾸러미를 만들어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집안일을 할 여력도 없고 시댁 친정 부모님 찬스도 없는 엄마의 삶이라고 한다.
아이 없는 전업주부가 얼마나 속편 한지 아냐는 무언의 눈빛, 그리고 당연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나.
그러나 느껴지지 않는 아이 없는 전업주부에 대한 이해나 존중.
그녀들의 피곤? 치열? 대단한 삶의 스토리 앞에서 나의 여유 있는 이야기는 그저 접어두는 게 낫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정말 위대한 게 맞다고. 다만 난 그럴 자신이 정말로 없다고.
아이가 있다면 나도 저 위대한 스토리에 함께 숟가락 얹으며 회포를 풀어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그녀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고독하게 보내는 아이 없는 전업주부가 전업맘이라는 근사한 그룹에 속할 수 있을 텐데,
외국에서 단지 친구 만드려고, 소중한 생명을 무책임한 환경에 처하게 할 수는 없는
그래서 지속될 수밖에 없는
아이 없는 전업주부,
남들의 속편 하겠다는 어쩌면 부러운? 어쩌면 한심한 포지션.
아이가 있으면 많이 달라졌겠지, 그렇지만 그럴 용기가 나는 참으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