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못하면 불량이라네요.
인스타를 보는데 불량엄마라는 게시글이 있었다.
명품을 사는 것도 아니고
매일 비싼 식당 가서 밥을 먹는 것도 아닌데
옷이라고 사봤자 지마켓에서 19900원이나
핫딜 같은 거 사는데
생활비가 항상 부족한 주부의 고충이었다.
매달 카드값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신용카드 안 쓰려고 서랍에 처박아 두었는데
장 보려고 계산대에 건넨 체크카드에
잔고가 없다는 창피를 받고
다시 신용카드를 꺼내서 생활비로 쓰고
그러다 보면 다음 달엔 또 카드값으로 다 빠져나가서 여윳돈 한 번이 없다고.
인스타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의 해답은
몇 번 창피를 겪더라도
카드는 쓰지 말고 현금으로 생활을 막아보라고 한다.
아이가 6살 전이면 사교육비가 크게 들지 않지만
점점 저축하지 않으면
10년 뒤에 상속받을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50만 원씩은 킵해둬야 한다고.
저축을 최소 50만 원씩도 못하면 불량엄마인가.
전업주부가 되어 보니까 경제권이 있든 없든.
돈? 그렇게 함부로 못 쓴다.
믿을만한 구석이 있거나
경제관념이 아예 없으면 모르겠는데,
보통의 정상적인 외벌이 전업주부는 불량하지 않다
정말 필요한 돈 쓰고 있었을 거다.
창피함을 당하더라도 현금으로 막아보라는
해답은 아마도, 지출 수준을 낮추라는 거겠지.
소득에 맞는 지출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돈 쓰면서 창피를 당해봐야 되나 보다.
냉정하지만 맞는 말인가?
참나.
돈을 못 버니 이렇게나 서럽다 정말.
숨만 쉬어도 나가는 게 돈이다.
내가 생활하는 이 공간, 집주인에게든 은행에게든 집세를 내고 있다.
내가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모든 물. 전기. 가스. 통신. 그냥 숨만 쉬는 데도 써야 하는 돈이다.
휴.
저축 못한다고, 매달 카드값을 막으면서 산다고
불량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건
안 그래도 서러운 데 진짜 더 서럽다.
돈 한 푼 못 벌어서
자존감 좀 지켜보려고 안간힘 쓰는데
저런 거 한번 보면 마음이 철렁.
전업주부의 마음 다지기가 얼마나 힘든데.
속 편한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다면 나가서 일을 하라고 하겠지?
이렇게 또 오늘도 킬링타임 용 인스타를 보다가
혼자 상처받고
끙끙 앓는 속을 이 공간에 끄적이면서
위로받아 본다.
인스타 미워.
브런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