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전업주부에게 친구란?

친구가 필요해

by 아이없는 전업주부

아이 없는 주재원 와이프가 이렇게 고독할지 몰랐다.


원래도 친구가 많은 성격은 아니다.

가끔 연락이 닿더라도 언제나 진심으로 받아주는 몇 명만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먼저 다가가기를 꺼려하거나 아주 사회성 없는 사람이 아니다.

어느 집단에 던져지더라도 가까이하는 사람을 꼭 한 두 명씩은 사귀는 정도의 보통 인간이다.


그러나 보통 인간이라는 자신감이, 아이 없는 주재원 와이프가 되면서 처참히 부서졌다.


주재원 모임에 나가도 아이가 없으니 이미 형성된 국제학교 학부모 그룹에서 겉 돌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자 스터디에도 들어가 봤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온라인 스터디로는 가까운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다.

남편을 따라 골프모임에도 참석해 사모님들과 라운딩 돌면서 전화번호도 얻고, 적극적으로 다가가 보기도 했으나 완전 애기구나 귀엽네 소리만 듣고는 그들의 그룹에 낄 수 없었다.


남편 없이 현지에서 친구 사귀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지금은 남편을 동행한 주재원 부부동반 모임에서만 서로 담소를 나눌 정도일 뿐, 엄마들 혹은 사모님 모임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그나마 교류가 있었던, 아이 없는 전업주부였던 지인도 전업주부에서 탈출하니 그녀대로 바빠졌다.


포기하는 게 가장 쉬운 걸 알게 된 지금, 그래도 노력해보았으니 안되더라며 친구 만들기를 포기하고 고립을 선택했다.


다행히 그래도 이곳과 시차가 별로 없는 외국에 가장 친한 친구들이 살고 있다.

비행기로는 5시간 이상 떨어져 있지만, 한국처럼 낮과 밤이 바뀔 정도의 시차가 있는 건 아니라서

외롭고 심심할 때마다 연락해서 위로받는다.


새로운 환경에 놓여 남편 없는 고독한 시간을 어떻게든 사람들 사이에서 보내보려고,

내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매번 상처받았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려다 받은 상처를 오래된 친구들에게 치유받고,

다시 도전해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다가가 보았다.


어느 정도 성인이 되니, 공통분모가 없으면 친해질 수가 없는 것 같다.

나이대가 비슷한, 엄마들 모임에서는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취미가 비슷한, 골프모임에서는 나이대가 너무 차이 난다는 이유로,

그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친구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듯하다.


사실 모른다 내 성격이 이상할 수도, 내가 실수했을 수도 있다.


사람이 나이 들면서 점점 더 동질적인 그룹에 속하게 되는 것 같다.

대학을 들어가면서 비슷한 학력의 친구들이 생기고

회사를 들어가면서 비슷한 소득의 친구들이 생긴다.

물론 그 속에서도 아주 이질적인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인생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면서

가까워지는 사람은 나와 점점 더 비슷한 사람들이 된다.


하지만 인생은 재미있게도,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이

난데없이 가족으로 엮이게 되기도 한다.

전교권에서 우등생으로 살아온 나에게 꽤나 껌 좀 씹고 놀았던, 과거 일진이었던 사람과 가족으로 엮이는 일이 생긴 것처럼.


그때의 어쩔 수 없는 거부감, 그러나 나에겐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고 그저 가족이 되라고, 받아들이라는 압박감.


이런 경험은 사람을 더 넓게 보자고 깨닫게 해 주기는커녕,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고 싶다는 폐쇄성을 가져오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엄마들 모임에서든, 사모님 모임에서든 그들은 언제든 나를 받아들여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지레 겁먹고, 난 그들과 달라서 선택받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그들과 달라서 그들이 불편해할 거라는 내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한 배려? 가

그냥 혼자 놀자, 포기하자라고 선택하게 했을지 모른다.


아이 없는 전업주부에게 남은 가까운 친구는

나를 아이 없는 전업주부에 놓이게 한 남편뿐이게 되는

억울하지만 고마운 상황


전업주부가 아니라면 회사 동료들과 어울리며,

아이가 있었다면 아이와 부대끼며 살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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