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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 전업주부 Nov 29. 2022

임신9개월, 이판사판이다 이제

씩씩해지다


몸이 많이 무겁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볼 때마다 어색하다.


그래, 아가야 너 일단은 엄마 뱃속에서 나오긴 해야겠어.


임신 중기 까지만 해도 술을 못 마시는거 빼고는

그냥 살이 좀 찐거?

병원을 정기적으로 가야하는거 정도?

그런 불편함 정도라서....

출산이 그저 너무 무서웠다.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뭐든간에

내 살이 찢기고 나와야하니까

어쩌면 목숨도 걸어야 하고

출산 후 내 몸도 망가질테고....

그래서인지 두려움이 정말 컸다.


하루에 출산후기를 엄청 찾아봤고

유도분만 시도했다가 20시간 진통하고 결국

응급제왕했다는 그런 레전드 사연을 보면

저게 남일이 아니지 싶어

악몽을 꾸기도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이니 원...


임신 9개월에 접어드는 지금은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내려놓음으로

마냥 무서운 마음이 조금 줄어들었다.

몸이 너무 무겁기도 하고

뱃속 아기의 존재감이 크기도 하고


무엇보다 확실한건,

아가든 나든 이대로 계속 살 순 없다는 것!

둘 다 목숨걸고 밖으로 나오든지 빼내든지 해야한다


그래서 정말 두렵지만

어쩔 수 없다.

이판 사판으로 우린 한번은 겪어야한다


지금은 출산후기도 딱히 찾아보지 않는다

뭐랄까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달까?

그저 나와 아기가 건강하게 그 과정을 잘 견뎌내기만을 바라게 된다.


더구나, 남편없이 출산하게될까 싶은 걱정마저도

내려놓아졌다.

외국에 있는 남편이 출산에 맞춰 한국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쩌지?

남편 없이 진통으로 혼자 병원에 가면 어쩌지?

그런 고민도 많이 했었다.

만삭의 임산부가 아무리 씩씩하려해도

남편이 있는데도 곁에 없는 서러움은 어쩔 수 없더라.


그런데 9개월차에 접어들어

내몸이 무겁고 아기의 스트레칭에 놀라 파닥이는

날이 쌓일 수록

이 또한 대범해지더라.


출산은 어쩌피 나와 아기와 간호사와 의사의 협업이아닐까

물론 출산 후 남편의 케어가 절실하겠지만

출산의 그 과정에선 남편이 비행기에 있어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중요한건 나와 아이인데 남편이 같이 있든 없든 까지 내가 조율할 필요가 있을까...


참 씩씩해졌다.

아니 단순해졌다.


이판사판이다 그래서.

내가 캥거루처럼 아기를 품은 채 남은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으니.


이 브런치를 시작할때

“아이없는 전업주부”에서

무엇을 먼저 탈출하게 될까

둘 다 탈출은 가능한가

꼭 탈출할 필요가 있나?

그런 고민을 적어보자 했는데

곧 ”아이없는“ 상태를 먼저 탈출하게 생겼다

아니지, 무사히 아이없는 상태를 탈출하길 바란다


언젠가

“전업주부”도 탈출할 날이 오겠지?

굳이 탈출 해야하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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