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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콩 Jul 30. 2021

엄마는 불안하다.

 오늘 아침 깨달은 내용이다. 나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영어공부를 한다. 사실 수험생도 아니고, 내 직업이 영어와 관련된 것도 아니다. 그저 취미라면 취미라고 할 수 있는 영어공부를 나는 졸음까지 밀어내고 한다. 왜 일까? 그래서 고요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그 속에 두려움과 불안함이 보였다. 오늘 공부하지 않으면 어제 공부한 것, 그전 공부한 것 까지 모두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해외 여행에서 내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 해 느꼈던 답답함을 예전처럼 또 느끼게 될 것 같은 두려움. 그 두려움 때문에 나는 불안했고, 그 불안감을 낮추려고 나는 성실했다. 성실히 내가 나에게 준 과업에 충실했고 그러면서 그 불안감도 점점 낮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 우습게도 나는 내 아이와 양치질로 실랑이를 벌였던 일이 생각났다. 아이는 양치질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나는 꼭 해야한다고 윽박질렀다. 그리고 그 때 내가 하는 말은 이것이었다.



 "그렇게 양치질 안 하고 지내면, 네 이빨에 충치균이 생격나서 이가 모두 썩고 말거야. 충치가 생기면 엄청 아프겠지? 병원 가서 주사맞고, 이빨 뽑고 하면 엄청 울게 될 걸?"


 그러면 아이는 축 쳐져서 화장실로 간다. (우리 둘째는 바닥에 누워 두 다리를 공중에 하이킥 하며 온 몸으로 싫다는 것을 표현하다가 화장실로 간다.) 그 순간 아이를 움직이게 한 것은 두려움과 불안감이다. 아, 나도 이렇게 자랐겠구나. 끊임없이 이어진 불안감 조성.


 나의 엄마는 매사 고민이 많으시다. 옷이 사고 싶어 사놓고 이 옷을 괜히 샀나 고민한다. 다른 옷도 있는데, 꼭 필요한 게 아닌데, 이번달 세금도 내야하는데. 그런데 옷을 사지 않으면 또 그것대로 고민이다. 그거 얼마 안 하는데 그냥 사 올 걸 그랬나? 나한테 필요한 옷인데. 그 새 누가 사갔으면 어떡하지? 

 엄마는 이런 고민이 생기실 때마다 내게 전화를 하신다. 그러면 나는 상황에 맞춰 답을 준다. 옷을 이미 사셨으면, 

 "엄마 그거 얼마 안 하는데 그냥 입으세요. 엄마한테 필요한 옷이잖아요."

 만약 옷을 안 사셨다면? 

  "그래 엄마 다른 옷도 많잖아.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번달 세금도 내야 하는데, 안 사길 잘 하신 거예요."

 

 사실 엄마의 이 모습은 나에게도 있다. 뭔가를 하면 해서 걱정, 안 하면 안 해서 걱정. 그런데 그렇게 사는 거 정말 피곤하다. 매 순간이 불안하고 두렵고 걱정된다. 늘 마음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마냥 흔들린다. 내 아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엄마한테 물려받은 이 기질을 우리 아이가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정하기 전에 고민하고 결정한 후에는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이 물이 아닌 땅 위에 서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게 좋겠지?

 "양치가 왜 하기 싫을까?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혹은 "언제 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질문도 좋을 것 같다.

 "양치를 안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그래서 넌 어떻게 할 생각인데?"

 적어도 아이에게 끊임없는 불안감 조성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러면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어 혹시 새벽 5시에 일어나 영어공부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적어도 나처럼 불안감과 두려움에 이끌려하지는 않겠지? 물론 불안감과 두려움도 동기 부여를 해주지만 뭔가 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좋은 동기부여를 찾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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