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님은 곧 책을 낼 것이라고 했다. 아이 셋을 둔 자신이 어떻게 1인 창업가가 되었고, 어떻게 수입을 창출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담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초안을 보냈더니 편집자가 1/3만 남기고 다시 수정해오라고 피드백을 보내왔다고 한다. 뭘 어떻게 고쳐야 하고 어떤 내용을 더 담아야 하나 고민하던 상황에 그녀는 나를 만났다.
시간도 없었고 만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었기에 우리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2시간. 아이들이 학원에 갔다 돌아올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코칭을 해야 했다. 화상 카메라를 켜고 바로 본론으로 돌입했다.
나는 그녀에게 글을 쓰면서 독자를 생각했느냐 물었다. 이 글을 누가 읽게 될 것이고, 그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야 할지 그런 고민이 먼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전문적인 글쓰기를 해오던 게 아니었기에 당연히 국화님은 그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써 내려가는 것보다 기존의 글을 수정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실 글을 써서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매우 부끄럽다. 그런 사람에게, 더욱이 초면인 사람에게 내가 함부로 이렇게 저렇게 말할 수도 없고. 난감했던 내가 그녀에게 던진 첫 마디는 이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
얼마나 황당했을까. 국화님도 어안이 벙벙해 아무 말도 못 하셨다. 나는 일단 라디오 작가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던 그 노하우를 끄집어내었다. 그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글 코칭은 잠시 미뤄두고요. 어떻게 1인 창업가가 되셨어요?”
내 질문에 국화님은 술술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이 셋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 그 기분을 국화님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아이 하나하나가 우주라는 말이 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작은 우주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내 우주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인터뷰하며 메모했던 나의 코칭 노트와 국화님의 초안
그러다 아이 영어 교육을 위해 시작했던 ‘한글 영어’의 성공사례자로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 길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전에 전문가를 통한 1인 창업가 브랜딩 과정이 있었다.) 그 후 하브루타 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초등인문아카데미’로 사업까지 확장했다.
나는 국화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끊임없이 질문했다. 1인 창업가의 장점, 단점, 그 과정 속 가족들과의 관계, 본인의 변화 등등.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되었다.
‘일기를 에세이로 변화시키려면 질문이 필요하구나!’
나는 이전 글에서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라고 했다. 독자를 고려한 글은 에세이, 그렇지 않으면 일기라고 했는데, 어떻게 독자를 고려한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국화님을 통해 답을 얻게 된 것이다.
질문. 글을 쓰기 전에 독자의 입장이 되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독자가 뭘 궁금해 할 것 같은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 같은지 질문을 하다 보면 ‘사족’이 제거된다.
국화님의 초안에는 인터넷 쇼핑몰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야기, 자신의 이름으로 주목받던 과거 이야기(아마 정체성에 대한 언급이셨던 것 같다), 코로나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과 힘들었던 이야기 등등이 담겨있었다.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성실히 담은 것이다. 분명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적어도 1인 창업가를 꿈꾸거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어필할 내용은 아니었다.
무려 5장이나 쓰신 국화님의 수정 원고
나는 국화님께 글의 구성 즉 큰 틀을 잡아드리고 그에 맞춰 이야기를 써보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국화님은 하루 만에 새로운 글을 완성해 보내주셨다. 기존 편집자가 국화님께 어떤 피드백을 주셨을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초안보다는 긍정적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 셋을 키우며 창업을 한 그녀의 성실함은 분명 그녀의 삶에 보상을 줄 것이다.
나의 글 코칭은 무료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새로운 코칭 거리를 얻게 되는 이 일이 재밌다. 이번에도 국화님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다. 다음엔 또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궁금하다.
독자를 고려한 글쓰기를 하려면, 질문을 하세요!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와 싸운 얘기를 적는다고 했을 때 인터뷰하듯이 본인에게 질문해보세요. "왜 싸우셨나요?" "싸우고 아이는 어떻게 됐나요?" "본인은 어떻게 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