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요정 왕자와 결혼한 엄지공주는 평생 행복하게 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엄지공주는 그곳에서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 엄지공주는 늘 생각했죠. 그리고 어느 날 왕자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어요.
“왕자님. 저는 다시 들쥐 아줌마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왕자는 깜짝 놀랐어요.
“들쥐 아줌마는 당신에게 친절하지 않았어요. 억지로 두더지와 결혼시키려 했단 말이에요.”
“알아요. 처음엔 불쌍한 저를 거두어 주셨지만, 나중엔 제게 심한 말을 하고, 허드렛일로 부려 먹었어요.”
“그런데 왜 가겠다는 거죠?”
“들어야 할 말이 있어요. 그 말을 들어야 제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엄지공주는 다음날 짐을 싸서 들쥐 아줌마네 집으로 갔어요.
‘똑, 똑, 똑.’
문을 두드리자 들쥐 아줌마가 나타났어요. 엄지공주는 들쥐 아줌마를 보자 옛날 생각이 나서 몸이 바들바들 떨렸어요. 들쥐 아줌마는 무서웠거든요. 늘 엄지공주가 마음에 안 든다며 소리를 지르고, 매를 들기도 했어요.
“나는 네가 다시 돌아올 줄 알았다. 너 같은 아이를 누가 좋아하겠니? 너는 역시 두더지와 결혼해야 했어. 그곳에서 열심히 빨래하고, 청소하고, 노래 불러 주었다면 지금처럼 버림받진 않았을 텐데.”
두더지 아줌마는 여전히 엄지공주에게 심한 말을 했어요. 엄지공주는 그 말을 꾹 참고 아줌마네 집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아줌마가 시키는 일에는 모두 ‘아니오.’ ‘싫어요.’라고 대답했답니다.
“엄지공주야, 바닥을 쓸어라.”
“싫어요!”
“엄지공주야, 빨래를 널 거라!”
“안 할 거예요.”
“엄지공주야, 나 쉬는 동안 옆에서 노래를 불러라.”
“나는 지금 노래 부르고 싶지 않아요.”
들쥐 아줌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어요.
“그렇다면 당장 이 집에서 나가! 배고프고 갈 데 없는 너를 받아줬더니, 이 은혜도 모르는 녀석!”
그 말에 엄지공주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친절히 대해주세요. 저한테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예전과 다른 엄지공주의 태도에 들쥐 아줌마는 깜짝 놀랐어요. 엄지공주는 말했죠.
“아줌마, 저는 저를 함부로 대하는 아줌마 태도에 상처받았어요. 아줌마를 엄마처럼 생각하며 의지했는데 아줌마가 저를 함부로 대하니, 저도 제 자신을 함부로 대했어요. 제 자신이 너무 형편없고, 좋은 점은 전혀 찾을 수 없었어요. ”
들쥐 아줌마는 엄지공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게 왜 나 때문이니. 그건 네가 멍청해서야!”
들쥐 아줌마가 다시 심한 말을 하자 엄지공주는 질끈 눈을 감았어요.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말을 했어요.
“저는 멍청하지 않아요, 아줌마. 제게 사과해주세요.”
“뭐라고!!”
“아줌마는 땅속에서만 살아서 넓은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해요. 하지만 저는 두꺼비가 사는 물의 나라도 가봤고, 풍뎅이가 사는 숲의 나라도, 요정들이 사는 꽃의 나라도 가봤어요. 아줌마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고요.”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혼내줄 테다!”
들쥐 아줌마는 예전처럼 매를 들려고 했어요.
“처음엔 아줌마 말대로 저는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얼어 죽어가는 제비도 따뜻하게 보살펴 주고, 정말 싫었던 두더지도 이웃이라 생각하며 친절히 대해주고, 저를 함부로 대했던 아줌마에게도 집과 먹을 것을 줘서 감사하다 생각하며 살았어요. 아줌마 저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에요. 그걸 알아주세요.”
“너는 도대체 나를 왜 다시 만나 이런 소리를 하는 거니?”
엄지공주가 아줌마를 바라보았어요.
“사과받고 싶어요. 저를 함부로 대한 것에 대해 사과해주세요.”
들쥐 아줌마는 너무 화가나 앉고 있던 의자를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질렀어요.
“나가! 당장 나가! 난 네게 사과할 이유가 전혀 없어.”
엄지공주는 눈물을 흘렸어요.
“아줌마 저는 병에 걸렸어요. 아무리해도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병이요. 사랑하는 왕자님 옆에 있어도, 예쁜 꽃의 나라에 있어도 행복하지 않아요.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없어서 늘 괴롭고 슬퍼요.”
들쥐 아줌마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미 다 지난 일이야. 너는 왜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살고 있니?”
라고 말했어요. 엄지공주는 대답했지요.
“저도 잊어보려 했어요. 하지만 깨달았죠. 그 괴로운 과거도 제 인생의 한 부분인걸요. 그 과거를 바로 잡지 않으면 행복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들쥐 아줌마는 엄지공주의 얘기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았어요. 여전히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고, 모든 건 엄지공주가 멍청해서 그런 거라고 소리를 질러댔죠. 엄지공주는 눈물을 닦으며 이야기했어요.
“아줌마 저는 이만 가볼게요. 하지만 다시 찾아올 거예요. 아줌마도 제게 하셨던 행동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봐주세요. 우리는 앞으로 나눠야 할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요.”
엄지공주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어요. 아직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지요. 아줌마 앞에서 용기 내는 건 쉽지 않았어요. 매우 무섭고 힘든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엄지공주는 다시 용기 내서 대화할 거예요.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해야 끝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면 엄지공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때 멀리서 제비의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제비가 다가오자 엄지공주는 달려가 제비를 꼭 끌어안았어요. 따뜻한 제비 품에서 잠시 휴식을 찾았지요. 그리고 곧 기운을 내서 제비의 등에 올라탔습니다. 제비는 길게 울음소리를 내고 매끈한 날개를 펼쳤어요. 그렇게 엄지공주는 하늘 높이, 아주 높이 올라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