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7-루꼴라군단

by 이노경


드디어 루꼴라 군단들이 올라왔다.
씨만 뿌리고 물만 줬는데 서로를 의지하며 일가를 이룬 루꼴라들!

때로 야단 떨지 않고 줘야하는 것들만 무심하게 제공해도 기본만 지킨다면 자랄 것은 제때 자란다는 생각이다.

헤르만헤세는 그의 산문집 <정원가꾸기의 즐거움>에서 "땅을 경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부지런함과 노동으로 가득 차 있지만 성급함이나 걱정 따위는 없다. 그 생활의 밑바탕에는 경건함이 있고 대지, 물, 공기, 사계의 신성함에 대한 믿음이 있으며 식물과 동물의 생명력에 대한 확신이 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정녕 자연이 제공하는 것만 온전히 믿고 기다린다면 생명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 배신하지 않는다. 정직하다. 안달할 필요가 없다.

다육이도 선인장도 죽이는 똥손인 내가 이렇게 텃밭의 많은 생명들을 살리고 책임지는 금손이 되다니!

결국 비법은 애정이고 정성이며 수없이 죽이고 살리면서 터득한 누적된 경험들이겠지만 그래도 중요한건 자연에 순응하는 자세인것 같다. 흙을 주고 비를 주고 해를 주고 바람을 주는 자연을 그대로 믿고 맞이하는 자세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같은 초보들에게 텃밭은 최적이다.

집안의 인위적인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조건을 만들어 내야하는 번거로움이 아니라 매일 물만주는 수고로운 약속만 지킨다면 나머지는 밖의 자연이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가까이 작은 텃밭만 있다면 나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지속가능한 작은 수확의 기쁨을 꾸준히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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