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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경 May 10. 2024

철학한다는 것

공부의 끝(12)

그동안 이토록 사유한 적이 있었나 싶다.

나의 사유는 얕은 것이었고 지속적이지 않았으며 개인적인 것이었다. 깊게 생각하다가도 심각해지기 싫어 그 초입에서 그만두었고 공동체나 사회를 생각하기에는 여전히 나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수업시간마다 잽을 맞는 기분이다.

이런 생각도 있고 저런 생각도 있단다, 이렇게 사회를 볼 수도 있고 저렇게도 현상을 해석할 수도 있단다.

그리고 이 전에 의문 가졌던 문제들에 대해 훨씬 오래 전부터 여러 석학들은 이미 고민끝내고 그들만의 답을 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 짧은 인생동안 많은 책들을 냈으며 여러 삶들을 살았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사상들이 쳐들어와 숨쉴 공간이 없을 지경이다.

좀 더 일찍 철학을 공부했더라면 나의 예술 인생도 조금은 달랐을까?

범인과 철학자는 ‘인식’에서부터 차이를 드러낸다.

철학자들은 보편적인 면을 인식하는데 비해서, 범인들은 개체적인 면을 바라본다.

나는 철학하기엔 너무 가볍고 개인주의적이다. 말과 이론보다는 경험과 관찰이 더 중요하다고 믿으며 살았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적어도 다양한 분야로부터 이론적 방식을 차용하는 유연한 방법론이 나의 남은 이후, 음악적 실천 행위에 도움을 주리라 기대해 본다.

그러다가, 결국은

“아! 나는 어느새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쓸데 없는 신학까지 열심히 파고들어 철저히 연구했다. 그런데 결국 알아낸 것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 뿐이다”

-괴테 <파우스트>

와 같은 고백을 하게 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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